12·3 비상계엄 사태와 대통령 탄핵정국,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서 국내 경제가 사면초가다. 증시에서 외국인 이탈이 이어지고 있고, 달러화는 장중 1460달러를 돌파했다. 불안정한 국내·외 정세로 내년에도 국내 증시는 '시계 제로'인 상태다. 하지만 기업들이 증시 부양을 위해 밸류업 정책에 있어선 차질없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경기부양을 위한 정부의 추가경정예산(추경) 집행도 예상되고 있어 국내 경제에 '가뭄에 단비' 역할을 할지 관심이 모아진다.
◇녹록지 않은 국내 경제
SC제일은행은 지난 24일 발표한 '2025년 글로벌 금융시장 전망 및 투자전략 보고서'에서 한국의 내년 경제성장률을 1% 후반대로 전망했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수출감소와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 인상, 여기에 국내 정치 리스크가 더해진 결과다.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한국의 내년 경제 정장률을 잇달아 낮춰 잡고 있다. 시티은행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내년 국내 경제성장률을 전망치로 1.6%을 제시했다. 이는 지난 10월 말 제시한 1.8% 대비 0.2%포인트 낮아진 수치다. 또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바클레이즈와 제이피모간, HSBC, 노무라 등은 성장률을 1%대로 전망했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지난 23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내년 국내 경제성장률이 1%대를 기록할 것임을 시사하기도 했다.
경기둔화가 전망되면서 외국인들의 국내시장 이탈도 이어지고 있다.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 외국인들은 유가증권시장에서 20조원을 넘게 순매도 했다. 원·달러 환율도 고공행진 중이다. 이날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장중 1460원을 돌파했다. 이는 15년 9개월 만에 가장 높다. 현 수준에서 거래가 종료될 경우 환율은 2009년 3월 13일 기록한 1483.50원 다음으로 높은 수준의 종가를 기록하게 된다.
◇밸류업 정책 내년에도 차질없을 것
기업들의 실적 악화와 대통령 탄핵에 따른 정치 공백으로 밸류업(기업가치재고) 정책 지속 여부에 대한 의구심도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대표적인 밸류업 수혜종목이던 금융주가 급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KRX금융 지수는 이날 855.76로 마감했다. 계엄선포가 이뤄졌던 3일 종가가 969.26으로 최고점을 찍은것에 비해 11.70%(113.5포인트)가 줄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밸류업을 번복할 경우 기업 이미지에 치명타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지나친 우려는 기우라는 설명이다. 박혜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20일 보고서를 통해 "많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밸류업 정책은 스케쥴대로 진행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NH투자증권도 12월 19일 밸류업을 공시했고, 거래소의 펀드 조성이 예정된 일정대로 소화되고 있다"며 "예고 공시 일정에 따라 많은 기업들이 밸류업 공시에 동참할 것으로 보이며 출시 후 주춤했던 밸류업 ETF 수익률은 지수 대비 아웃퍼폼하기 시작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밸류업 공시를 번복하는 것은 신뢰도 하락의 정점을 보여줄 것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각 기업들은 밸류업 정책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최근인 23일 포스코홀딩스는 3년간 자사주 6%를 소각하고, 2조3000억원 규모의 현금배당을 골자로 하는 밸류업 프로그램을 발표했다.
◇지금은 아니라는데… 정부 추경 나서나
최상목 경제부총리는 추경에 대해 반대 입장을 확실히 했지만 경기둔화가 확실시 되고 있는 데다 신정부 출범 후 경기 활성화를 위해 추경에 나설 수 있다는 점도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추경은 국내 시장에 단기적으로 긍정적인 역할을 해왔기 때문이다.
최 부총리는 23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민생이 어렵고 대외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어 정부의 적극적 역할이 필요하다는 문제 의식에는 동의한다"면서도 "현재 예산이 통과된 이후 시행되지 않아 본예산 시행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추경에 대해 반대 입장을 드러낸 거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내년 추경 필요성에 입을 모은다. 유영상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정국혼란 속에 정부안 대비 감액된 예산안이 의결되면서, 행정부가 아닌 의회에서도 추경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고 있다"며 "추경의 구체적인 규모는 아직 알 수 없지만, 코로나 시기를 제외한 시기의 추경 규모가 대략 10조원을 소폭 상회하는 규모였던 것을 감안하면 내년 추경 규모는 최소 10조원 이상일 것"이라고 말했다.
안재균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추경 시기를 2분기로 전망했다. 기재부의 예산집행이 1분기에 집중적으로 이뤄진 뒤 추경에 나설거란 분석이다. 그는 "전체 예산 75% 상반기 집중 집행 방안이 우선 순위다. 이 경우 추경은 2분기 중 논의돼 하반기 집행이 유력해진다"며 "2분기 이후면 세수입 흐름, 올해 결산으로 남은 금액 등 국고채 외 재원조달 방법이 생긴다"고 말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추경의 경우 내수경기 회복 등을 위해 진행하는 만큼, 증시에 단기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주기도 한다"면서 "다만 자금 조달 규모와 집행 방법 등이 나와야 확실히 어떤 영향이 있을지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양성모 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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