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현재 국내 정유업계는 지정학적 리스크와 글로벌 경기 침체 등으로 과거보다 유난히 추운 겨울을 보내고 있다. 겨울 뿐만 아니라 올 한해 역시 그야말로 '빙하기'였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석유화학, 친환경 등 미래 신 성장 동력 확보에 사활을 거는 모습이다. 이에 어느 해보다 다사다난했던 2024년에 벌어진 국내 정유업계의 주요 이슈들을 정리해 봤다.
◆국제유가·정제마진 약세에 '실적 빨간불'
올해 3분기 정유업계는 암울한 성적표를 받았다. 지정학적 리스크 등에 따른 국제유가·정제마진 하락으로 수익성이 떨어진 탓이다.
국내 정유 4사인 △SK이노베이션(096770) △에쓰오일(010950) △HD현대오일뱅크 △GS칼텍스의 3분기 합산 영업손실은 1조원을 훌쩍 넘겼다.
SK이노베이션 울산콤플렉스(울산CLX). = 조택영 기자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SK이노베이션은 영업손실 4233억원을 기록했다. 배터리 자회사인 SK온이 독립법인 출범 이후 첫 분기 흑자를 달성했지만, 석유 사업에서 영업손실 6166억원을 내며 전년 동기 대비 적자로 돌아섰다. 에쓰오일도 영업손실이 4149억원에 달했다.
HD현대오일뱅크 역시 영업손실 2681억원을 기록했고, GS칼텍스도 352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적자 전환했다.
다만 정유 4사 모두 4분기 실적 개선을 점치고 있다.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 완화와 정제마진 회복세가 기대된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고환율'이라는 암초를 만났다. 정유업계는 연간 10억배럴 이상의 원유 전량을 해외에서 달러화로 사들여 환율 영향을 크게 받는다. 당분간 고환율 기조가 이어질 전망인 만큼, 정유업계는 예의주시하는 상황이다.
◆석유화학 사업 확대…자산 규모 105조원 합병법인 출범
어려움이 가중되는 만큼, 정유업계는 신 성장 동력 확보에 온 힘을 쏟고 있다. 이 중 에쓰오일은 석유화학 사업 확대에 나섰다. 일명 '샤힌 프로젝트'다. 이는 2026년까지 울산 온산국가산업단지 내 42만㎡ 땅에 고부가가치 석유화학제품 생산시설을 짓는 대규모 사업이다.
투자 금액은 총 9조2580억원으로 국내 석유화학 사업 중 최대 규모다. 또 에쓰오일 대주주인 사우디 국영석유회사 아람코가 한국에 투자한 사업 중 가장 규모가 크다.
울산시 온산국가산업단지 내 에쓰오일 샤힌 프로젝트 건설 현장. ⓒ 에쓰오일
사업이 완료될 경우, 석유화학 기초원료인 에틸렌을 생산하는 세계 최대 규모 스팀 크래커가 들어서 연간 180만톤의 에틸렌을 생산할 수 있게 된다. 에쓰오일의 사업 포트폴리오 중 석유화학 비중은 현재 12%인데, 사업 완료 시 비중은 25%로 2배 이상 확대된다.
에쓰오일 관계자는 "에너지 전환 시대에 대응해 기업 가치 향상을 위한 샤힌 프로젝트의 성공적 수행을 위해 전사적인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며 "2026년 상반기 기계적 준공을 목표로 순조롭게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라고 설명했다.
SK이노베이션은 '에너지 공룡' 탄생을 알렸다. 자산 규모 105조원에 달하는 SK이노베이션과 SK E&S의 합병 법인이 지난달 1일 출범한 것. 기업명은 'SK이노베이션 E&S'다. 이에 따라 SK이노베이션은 △석유에너지 △화학 △LNG(액화천연가스) △전력 △배터리 △신재생에너지 등 현재 에너지와 미래 에너지를 아우르는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게 됐다.
각 사업과 역량을 통합해 다양한 에너지 수요에 대응하는 맞춤형 에너지 솔루션을 제공하는 '토탈 에너지&솔루션 컴퍼니'로 진화·발전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전기차 화재 막을 '액침냉각' 기술개발 사활
정유업계는 액침냉각 기술개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전기차 화재를 막을 대안으로 꼽히는 데다, 시장 전망 역시 밝기 때문이다.
액침냉각용 ZIC에 데이터센터 서버를 담근 모습. = 조택영 기자
액침냉각은 열이 발생하는 제품을 전기가 통하지 않는 냉각유에 직접 담가 열을 식히는 기술이다. 공기와 물로 열을 식히는 공랭식과 수랭식보다 열 관리 효율성이 높으면서도, 제품 손상 위험이 낮다는 평가를 받는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나 에너지저장장치(ESS)의 열 관리에 탁월할 뿐만 아니라, 향후 전기차에도 활용될 가능성이 높아 정유업계의 새 먹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이에 따라 정유 4사 모두 사업에 뛰어들었고, 액침냉각 기술을 전기차 배터리 분야로까지 확대하기 위해 사활을 걸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인 마켓앤마켓리서치에 따르면 액침냉각 시장 규모는 올해 5000억원에서 2040년 약 42조원 수준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글로벌 저탄소 기조 지속, 친환경 바이오 연료 주목
친환경 바이오 연료 역시 정유업계 새 먹거리 중 하나로 꼽힌다. 정유업계는 글로벌 저탄소 기조에 맞춰 지속적으로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지속가능항공유(SAF), 바이오선박유 등의 시장 선점을 위해 집중하는 모습이다.
SAF는 석유와 석탄 같은 기존 화석연료가 아닌 △폐식용유 △생활폐기물 △해조류 등 친환경 연료로 만들어진 항공유를 뜻한다. 기존 항공유 대비 탄소를 대거 감축할 수 있다. 바이오선박유는 기존 선박유에 바이오연료의 한 종류인 선박용 바이오디젤을 섞은 것이다. 기존 선박의 엔진 개조 없이도 사용할 수 있어, 가장 현실적인 탄소 저감 연료로 주목받고 있다.
서울 시내 한 주유소. = 조택영 기자
이에 정유업계는 친환경 흐름에 발맞추면서도 안정적 수익원을 확보하기 위해 바이오 연료 사업 확대에 나서고 있다.
◆'유류세 인하 조치' 연장, 벌써 13번째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유류세 인하 조치 연장 여부는 최대 관심사였다. 유류세 인하가 종료되면 주유소 기름값이 올라 서민 경제 부담이 한층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고려해 정부는 지난 2021년 11월 유류세 인하 조치가 시작된 이후 최근 13번째 연장을 감행했다. 내년 2월말까지 유지된다.
정부는 물가 안정을 이유로 지난 2022년 7월부터 휘발유와 경유의 유류세 인하 폭을 37%까지 확대했다가, 지난해부터는 휘발유를 25%로 축소한 뒤 일몰 기한을 연장해 왔다.
올해 7월부터는 휘발유와 경유의 인하 폭을 각각 20%, 30%로 축소했다. 이후 휘발유 15%, 경유 23%로 인하 폭을 한 차례 더 줄였다. 이에 따라 물가 안정에는 도움이 됐지만, 대규모 세수 결손은 피할 수 없게 된 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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