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군 정보사령부는 이번 12·3 비상계엄 내란의 사실상 지휘부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계엄 선포 전 판교 정보사령부 100여단 사무실에는 문상호 정보사령관과 김봉규 정보사 심문단장, 구삼회 2기갑여단장, 방정환 국방부 정책기획차장 등이 모인 것으로 확인됐다.
또, 문 사령관은 계엄 당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정보사 요원을 투입했으며, 선관위 체포조도 운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아울러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은 '롯데리아 햄버거 회동'을 통해 현역과 예비역을 아우르는 실질적인 지휘관 역할을 한 정황도 확인되고 있다.
이처럼 정보사가 이번 내란 사태의 핵심적인 역할을 한 배경에는 올해 초 있었던 하극상 사건과 군무원 기밀유출 사건이 배경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군대 내 국정원 '정보사', 12·3 내란 계엄군 지휘부 역할
검찰과 경찰, 공수처 등 수사기관들의 수사에 따르면 이번 12·3 비상계엄 내란에는 국군 특전사령부와 수도방위사령부, 방첩사령부 등이 국회 봉쇄 및 선관위 장악, 요인 체포에 동원됐다.
이들 부대와 함께 이번 내란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 곳은 군 정보사령부이다.
정보사는 1972년 육군 정보대와 육군 첩보대를 통합 '육군정보사령부'로 운영되다가 1990년 육군·해군·공군의 정보부대로 통합됐다.
국군의 해외정보와 북한 군사정보를 담당하는 첩보기관으로 방첩사가 국내 군사정보를 수집하는 것과 달리 정보사는 국외 군사정보 수집이 주 업무다. 즉 군대 내 국가정보원이라 할 수 있다.
이번 내란에서 정보사는 '계엄군의 본진'역할을 했다.
계엄 선포 전 성남시 판교 100여단 회의실에는 문상호 정보사령관을 비롯하여 정보사 산하 여단 본부의 북파공작원 특수부대(HID) 요원과 특수임무요원 등 부대원, 구삼회 육군 제2기갑여단장, 방정환 국방부 전작권전환 TF장이 모였다.
현재까지 밝혀진 바에 따르면 '블랙요원'이라 불리는 HID는 정치인과 언론인, 판사를 납치하거나 사살하는 임무를 부여 받았으며, 일부 군 시설을 공격해 북한의 소행으로 보이도록 하는 임무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또, 계엄 선포 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정보사 요원들이 투입됐으며, 선관위 직원 30여명을 체포해 구금하려는 계획도 존재한 것으로 확인됐다.
여기에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은 현역과 예비역을 아우르는 실질적인 지휘관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문 사령관은 18일 공조본 조사에서 "김용현 전 장관으로부터 '노상원의 지시가 내 지시'라는 명령을 받았다"며 "김 전 장관 명령에 따라 문 사령관이 노 전 사령관이 시키는 대로 각종 임무를 수행했다"고 진술했다.
노 전 사령관이 자신에게 체포와 경비, 수사 등 계엄 임무에 적합한 요원들을 선발하라고 지시했고, 이에 정보사 예하 부대에서 정예 인원을 추렸다는 것이다.
문상호-예하 여단장, 예비역 민간단체 사무실 임대 문제로 갈등
'군무원 기밀 유출'로 직무배제 앞둔 문상호.. 김용현이 포섭?
이처럼 정보사가 내란의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한 배경을 이해하려면 올해 초 있었던 하극상 사건과 군무원 기밀 유출 사건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지난 5월 문상호 사령관(육사 50기)과 정보사 박 여단장(육사 47기) 사이에 고성이 오가다 결국 고소 고발전으로 확산되는 일이 있었다.
휴민트를 총괄하는 박 여단장이 정보사 예비역으로 구성된 민간단체에 영외 사무실을 빌려주는 문제로 갈등을 빚은 것.
정보사는 '순혈주의'가 강한 특성이 있는데 수색대대장과 보병연대장을 거친 문 사령관이 정보사의 수장이 되자 불만이 적지 않았다고 전해진다.
특히, 예하 여단장이 육사 3기수 선배인 상황에서 문 사령관이 자기 허락 없이 예비역에게 사무실을 주지 말라고 지시하며 결재판을 던지기까지 했으니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당시 박 여단장은 문 사령관에게 "비전문가가 지휘를 한다"며 반발했다고 전해진다.
박 여단장은 문 사령관을 폭행 혐의로 고소했고, 문 사령관은 박 여단장을 상관 모욕으로 고소했다.
그러던 중 지난 8월 공교롭게도 정보사 군무원이 신분을 숨긴 채 대북 정보 수집을 하는 정보사 '블랙요원'의 개인정보 등 수천 건의 정보를 중국 조선족에게 유출한 사실이 세상에 알려진다.
신원이 드러난 블랙요원들은 신분 안전 문제로 급히 귀국해야 했고, 당시 전문가들은 그동안 구축해 왔던 군사 정보망이 궤멸적 피해를 당했다고 한탄하기도 했다.
당시 신원식 국방부 장관은 8월 8일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국민께 송구하다. 전반적인 정보사 혁신 등 후속 조치를 강하게 할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이로인해 문 사령관은 책임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일각에서는 직무배제 이야기도 나왔던 상황이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이 8월 12일 김용현 당시 대통령경호처장을 국방부 장관 후보자에 지명하고 신 장관은 국가안보실장에 임명하면서 상황이 급변한다.
다음 날인 8월 13일 문 사령관에 대한 직무배제 조치가 보류된 것이다. 정보사를 해체 수준으로 재편하겠다는 계획도 흐지부지됐다.
또, 지난달 25일 후반기 장군 인사에서도 문 사령관은 교체되지 않고 유임된다.
이에 김 전 장관이 정보사를 계엄 실행 핵심 부대로 활용하기 위해 문 사령관을 자신의 편으로 만든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한편 경찰 특수단은 이미 구속된 문 사령관의 공범으로 정보사 소속 김봉규 대령, 정성욱 대령, 고동희 대령을 특정하고 사건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이첩했다.
Copyright ⓒ 폴리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