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그룹 오너일가 간 경영권 분쟁이 일단락될 것으로 보인다. 장남 임종윤 한미사이언스·한미약품 사내이사가 모녀 측 4자 연합에 지분을 매각하며 분쟁을 종식하기로 합의했다. 4자 연합이 의결권 기준으로 3분의 2 이상의 지분을 확보하면서 경영권 분쟁은 사실상 모녀 측의 승리로 마무리될 전망이다.
26일 한미사이언스는 임종윤 이사가 송영숙 회장, 임주현 부회장,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 킬링턴 유한회사로 구성된 4자 연합에 보유 지분 5%를 매도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매각 금액은 총 1265억원으로, 임 이사가 보유한 806만5822주(11.79%) 중 약 42.3%에 해당하는 지분이다.
4자 연합 측은 "이번 합의를 통해 그룹 경영의 안정화를 조속히 이루고, 오랜 기간 주주 가치를 억눌렀던 오버행(잠재적 주식 대량 매도) 이슈를 대부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대주주 간의 협력과 화합으로 경영권 분쟁이 종식되고 주주 가치 제고에도 기여할 것"이라며 "한미는 앞으로 글로벌 제약사로 도약하는 데 매진할 계획이며, 임종윤 주주 역시 4자 연합에 적극적으로 협력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합의에 따라 4자 연합과 임종윤 이사는 상호 제기한 민·형사 소송을 모두 취하하기로 했다. 이는 협력의 첫걸음이자, 분쟁의 완전한 종식을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한미사이언스 이사회의 구도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현재 이사회는 총 10명으로 구성돼 있으며, 4자 연합 측이 5명, 형제 측이 5명으로 팽팽하게 대립해 왔다. 그러나 임 이사가 4자 연합에 지분을 매각하면서 형제 연합은 사실상 와해됐다. 이에 따라 4자 연합이 이사회를 장악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4자 연합은 의결권 기준으로 3분의 2 이상의 지분을 확보했기 때문에 이사를 해임하거나 중요한 결정을 내릴 권한을 가지게 된다.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는 이날 임종윤 이사의 지분 매각과 관련해 "형님이 이 상태로 계속 다툼만 이어가서는 여러모로 좋지 않다는 판단 아래 결심한 것으로 보인다"며 "형님과 현재 논의 중"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이번 합의로 한미약품그룹의 1년간 이어진 경영권 분쟁은 사실상 종결됐지만, 앞으로의 과제도 만만치 않다. 4자 연합이 경영권을 완전히 장악한 만큼 그룹의 안정화와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한 구체적인 전략 마련이 중요해졌다.
Copyright ⓒ 르데스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