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가습기살균제’ SK케미칼·애경 유죄 판결 파기…일부 무죄

지난해 10월 26일 서울고등법원 앞에서 환경운동연합 등 56개 시민단체와 피해자들이 가습기살균제 가해기업으로 지목되는 SK·애경·이마트의 유죄 선고를 촉구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투데이신문 박효령 기자】 대법원이 가습기살균제를 유통·판매해 인명 피해를 입힌 혐의를 받고 있는 제조·판매사 전직 임직원들에 대해 무죄 취지로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대법원 1부는 26일 업무상 과실치사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SK케미칼 홍지호 전 대표와 애경산업 안용찬 전 대표 등의 상고심에서 금고 4년형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원심이 근거로 들고 있는 사정만으로 과실범의 공동정범이 성립되지 않는다는 게 재판부의 설명이다.

2019년 7월 홍 전 대표와 안 전 대표는 각 회사에서 클로로메틸아이소티아졸리논(CMIT)·메틸아이소티아졸리논(MIT) 등 독성 화학물질로 만들어진 가습기살균제를 제조·판매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들은 98명에게 폐 질환이나 천식을 일으키고 이 중 12명을 사망하게 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대법원의 이번 판결은 1·2심 판단이 엇갈린 형사책임을 다시 심리하도록 한 것이다. 앞서 1심은 “CMIT·MIT와 피해자들의 질환 사이 인과관계가 입증되지 않았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2심에서는 판단이 뒤집혀 피고인들의 업무상 과실과 피해 사이 인과성 등이 인정됐다. 당시 2심은 홍·안 전 대표에게 각각 금고 4년을 선고했다. 함께 기소된 임직원 11명도 금고 2년~3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이에 검찰은 항소심 법원이 일부 무죄로 판시한 부분에 대해 대법원 판단을 받아보기로 하고 상고했다.

한편 ‘가습기살균제 참사’는 2011년 4~5월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임산부들이 원인 미상의 폐질환으로 목숨을 잃으면서 수면 위로 떠올랐다. 환경부에 따르면 지난 18일 기준 가습기살균제 구제급여 지급 대상자는 총 5828명이다.

옥시 신현우 전 대표는 2018년 1월 같은 혐의로 징역 6년을 확정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