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메이커=손보승 기자]
대한민국 뒤흔든 10일 18시간 37분
비상계엄 사태는 열흘간 대한민국을 뒤흔들었다. 여의도로 모여든 시민의 저항 속 국회의 신속한 결의로 계엄은 6시간 만에 해제됐고, 윤석열 대통령이 내세운 반국가 세력과 종북 세력 척결 등의 명분은 위헌·위법한 계엄이란 여론의 우세 속에 강한 역풍에 직면했다. 윤 대통령은 이제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은 물론 ‘내란 우두머리’ 피의자로 수사를 받는 처지에 놓였다.
12월 3일, ‘서울의 밤’
시작점은 12월 3일 밤 10시 23분 긴급 담화를 통한 비상계엄 선포였다. 윤석열 대통령은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룸에서 긴급 대국민 특별담화를 열고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 세력들을 일거에 척결하고 자유 헌정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한다”고 밝혔다. 1979년 10·26 사태를 계기로 비상계엄이 선포된 후 45년 만에 비상계엄이 내려진 순간이었다. 계엄사령부는 포고령 1호를 발표하며 모든 정치활동을 금지하고 언론·출판을 통제했으며, 의료현장을 이탈한 의료인의 복귀를 명했다.
곧장 국회에 국회의원들이 모이기 시작했고, 2시간 30여 분 후인 4일 오전 1시 1분쯤 본회의에서 재석의원 190명의 전원 찬성으로 계엄 해제 요구안이 가결됐다. 이후 오전 4시 20분 윤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를 통해 비상계엄을 해제하겠다고 밝혔다.
아침이 밝자 ‘6시간 계엄’의 후폭풍이 몰아쳤다. 전국 주요 도시 광장에서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집회’가 이어졌고, 하루도 지나지 않아 국회에서는 야(野)6당이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공동 발의했다. 다만 친윤(친윤석열)계와 친한(친한동훈)계가 갈등을 빚던 여당은 탄핵안을 두고 한목소리를 내지 못했다. 친윤계를 중심으로 ‘탄핵은 안 된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지만, 친한계 일부에서는 탄핵에 찬성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윤 대통령은 1차 탄핵안 표결을 7시간 앞둔 7일 오전 10시 세 번째 담화를 내고 “임기 문제를 포함하여 앞으로의 정국 안정 방안은 우리 당에 일임하겠다”고 말했다.
여당은 윤 대통령이 계엄 사태에 대해 사과하고 2선으로 후퇴하겠다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탄핵안 표결에 불참했다. 불참 당론에 따르지 않고 표결에 참석한 여당 의원은 안철수·김예지·김상욱 3명뿐이었다. 결국 의결정족수인 200명이 채워지지 않으며 투표 불성립으로 탄핵안은 폐기됐다.
내란죄 수사와 탄핵 심판 받게 된 대통령
1차 탄핵안이 폐기되자 야당은 2차 탄핵안을 발의했고, 여당과 정부는 탄핵보다는 ‘질서 있는 퇴진’을 위한 로드맵을 구체화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한덕수 국무총리는 윤 대통령의 질서 있는 퇴진과 함께 당정이 공동으로 국정을 운영하는 구상을 담아 ‘공동담화문’을 발표했다.
하지만 야당은 탄핵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라며 거부했다. 이에 맞서 야당은 12월 9일 하루에만 6곳의 상임위원회를 소집, 윤 대통령과 비상계엄을 선포할 당시 국무회의에 참석했던 장관 등을 대상으로 집중적으로 추궁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법무부에 윤 대통령 출국금지를 신청했고 주무 부서인 법무부로부터 승인 조치했다는 회신을 받았다. 현직 대통령에 대한 출국금지는 사상 처음이다. 이어 11일 국회는 본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 위헌적 비상계엄 선포 내란행위 관련 긴급현안질문’을 진행했다. 이날 계엄에 가담한 주요 대상자들이 체포되거나 구속되는 일도 발생했다. 김용현 전 국방장관은 이날 구속됐고, 조지호 경찰청장과 김봉식 서울경찰청장은 이날 긴급 체포됐다.
윤 대통령은 3차 담화 이후 5일 만에 4차 담화를 발표하고 “저를 탄핵하든, 수사하든 저는 이에 당당히 맞설 것”이라고 했다. ‘자진 사퇴’ 의사가 없다는 뜻을 보인 것이다. 이는 탄핵 찬성 여론에 기름을 부었고, 한 대표는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에 찬성한다’며 입장을 선회했다. 한 대표는 대국민 담화 직후에는 1호 당원인 윤 대통령에 대한 제명과 출당 조치를 위해 당 윤리위원회 소집을 긴급 지시하기도 했다.
친한(친한동훈)계를 중심으로 여당 의원들 역시 속속 탄핵 찬성 입장을 밝혔고, 여권에서도 윤 대통령을 탄핵해야 한다는 입장이 분출되기 시작했다. 결국 14일 오후 두 번째 탄핵안은 찬성 204표로 재적의원 300명의 3분의 2를 넘겨 가결됐다. 국회에서 현직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가결돼 대통령의 직무가 정지된 것은 노무현(2004년), 박근혜(2016년) 전 대통령에 이어 세 번째다. 윤 대통령은 계엄선포 11일 만에 대통령으로서 권한이 정지되며 내란죄 수사와 헌재의 탄핵 심판을 동시에 받게 됐다.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게 된 한 총리는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된 직후 모든 부처와 공직자들을 대상으로 “국회에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의결됐지만 이로 인해 국민들께서 불안해하거나 사회질서가 어지럽혀지는 일이 없도록 정부가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Copyright ⓒ 이슈메이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