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일 대기자의 인사이트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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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NEWS 2024-12-26 06:55:59 신고

3줄요약

 

[CEONEWS=조성일 기자] 지진학에 보면, 큰 지진이 발생한 이후에 크고 작은 지진이 일어나는데, 이를 여진’(餘震, Aftershock)이라고 부른다. 큰 지진 때문에 움직였던 지구의 지각이 다시 재조정되는 과정이라고 한다. 큰 지진의 성격에 따라 수백에서 수천의 여진이 일어날 수 있고, 수개월 혹은 수년 후에도 일어날 수 있다고 한다. 그런데 문제는 단층 파열이 여러 차례 일어나면서 본진이 또 일어날 수도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우리는 큰 지진이 일어나면 그 이후를 대비하며 걱정해야 한다.

완벽한 문과남자인 내가 이과지식인 지진학에 관해 썰을 푼다는 건 아인슈타인 앞에서 상대성 이론에 관해 떠드는 거나 다를 바 없다. 그런데도 이런 무리수를 두는 건 지금 우리 사회’, 아니 나라가 직면한 탄핵정국을 가장 정확하게 설명하는 다른 비유를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날(1214) 난 아내와 함께 집에서 텔레비전으로 중계되는 국회의 탄핵 표결을 지켜보았다. 우원식 국회의장이 개표 결과를 적은 종이를 받아 들고 잠깐 뜸 들이다가 결과를 읽어나갔다. “찬성 ‘2’” 자만 듣고 나는 벌떡 소파에서 일어섰다. 아내는 투표 결과보다 내 환호에 더 놀랐다며 눙쳤지만, 얼굴에는 하는 안도감을 그리고 있었다.

그런데 나는 솔직히 ‘2’ 자만 듣고 환호하는 바람에 정확한 찬성표 숫자를 알지 못했다. 그래서 아내에게 물었다.

찬성 204, 반대 85, 기권 3, 무효 8’.

, 나는 이 숫자를 보고 솔직히 당황했다. 찬성표가 적어도 215표 정도는 될 걸로 예상했었는데, 그보다도 10표나 적었기 때문이다. 자칫 200표가 안 될 수도 있었겠다는 데에 생각에 미치자 머리카락이 쭈뼛 서고 등골이 오싹해졌던 거다.

그런데 이것도 나의 당황을 알리는 예비 지진에 불과했다. 나는 반대 ‘85’라는 숫자를 보고는 모골송연보다 더한 무서움을 느꼈다. 앞으로 이 ‘85’가 어떤 여진으로 작용할 것인가를 생각하니 숨이 턱 막혔다. 아니 또 다른 본진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진학에서 본진이 여러 차례 일어날 수도 있다고 하지 않은가. 아마도 탄핵안 가결보다 더 무서운 일을 할지도 모른다는 우려에서였다.

나는 나의 이런 우려가 하늘이 무너질 것 걱정하는 기우이길 바랐다. 나의 지나친 상상력이 빚은 심리적 우울감의 발로라고 여기고 싶었다.

그런데 이런 부정적인 생각은 내 의지와 관계없이 현실이 되는 경우가 많다. ‘85’라는 숫자도 예외는 아니었다. 내가 걱정하던 바 그대로 우리의 갈길 바쁜 발목을 잡고 있지 않은가.

물론 자기 정파의 입장이 있고, 또 개인적인 견해가 있다. 그런 점에서 반대는 정당화된다. 그 자체를 비판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문제는 정파와 개인적 입장이란 외피를 쓰고 던져지는 수많은 말들이 폭탄이 되어 우리 사회를 불안에 떨게 한다는 점이다.

헌법과 법률을 어긴 계엄에 입으로는 동의하는 척하면서도 행동은 따로이다. 이것도 귀엽게 넘어갈 수 있다. 그런데 사실을 교묘하게 왜곡하거나 비틀고, 심지어 거짓을 진짜인 양 언론에 대고 궤설을 떠들어대는 철면피를 보면 인간이 누구인지를 되묻게 된다.

지금 우리 사회는 여진 아니 또 다른 본진이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우려에서 떨고 있다. 일을 하려 해도 일이 손에 잡히지 않고 속보를 찾아 텔레비전 채널 사냥에 몰두하게 된다.

양심이나 정의라는 낱말을 들먹이기에는 너무 사치스럽다. 지금 우리 사회의 모습은 동물농장이나 다름없다. 이성으로 접근하기엔 원초적 본능이 너무 크게 작동하고 있다.

하루가 불안하다. 텔레비전 뉴스가 전하는 계엄과 내란의 디테일은 우리를 전율케 만든다, 도대체 어디까지 어떻게 하겠다는 건가 하는 의문 앞에서는 벌어진 입을 다물 수 없다.

이 불안을 끝내는 건 간단하다. 어렵지 않다. 이성과 상식을 회복하면 된다. 사건 자체의 성격과 얼개는 심플하다. 초등학생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이다. 그럼에도 정치권, 아니 85표는 풀기 어려운 실타래를 만들기 위해 꼬고 꼰다.

이런 실타래도 푸는 방법이 있다. 고르디우스 매듭처럼 하면 된다. 끄트머리를 잡아 한 가닥 한 가닥씩 풀기엔 시간도 힘도 없다. 어느 순간 결단해야 한다. 알렉산드로스 대왕처럼 단칼에 잘라버리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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