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국 격랑 속에 대외신인도가 급락하는 동시에 원·달러 환율 급등에 따른 자본유출이 커지고, 급기야 외환위기와 마주할 수 있다는 최악의 시나리오도 거론된다. 이미 국내외 주요 기관을 비롯해 정부도 내년 경제성장률을 1%대로 예측한 상황에서 국내 정치 리스크가 커질수록 경제가 받는 타격도 클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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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권한대행, 최 부총리까지 탄핵 예고…커지는 정치불안
25일 정치권과 관가 등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은 한덕수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소추안(직무유기·내란동조)을 오는 27일 국회 본회의에서 보고하겠다는 엄포를 놨다. 다만 한 대행이 ‘헌법재판관을 임명하지 않을 경우’라는 전제를 뒀다.
만약 한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안이 실제 가결되면 대통령 권한대행은 차순위 국무위원인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맡게 된다. 헌정사항 처음이다.
특히 야당은 정부가 일명 ‘쌍특검법’(내란일반특검·김건희특검법)을 거부하면 최 부총리마저도 탄핵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자칫 경제팀이 맡고있는 경제 컨트롤타워 역할이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최 부총리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긴급 현안질의에서 12·3 비상계엄 사태의 책임을 지고 사직하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현 경제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한 후 직을 내려놓겠다고 했다. 그는 “제 개인의 거취 표명이 외신에 보도되면 대외신인도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공직의 무게감도 저를 누르고 있다”고 했다.
경제팀이 흔들리면 외국인 투자자 등을 중심으로 불신이 커지고 외국인 투자 심리 위축과 자본 유출 우려가 현실화할 수 있다는 의미다.
◇“외국인 투자 심리 위축 등에 경제성장률 0%대 추락도 가능”
전문가들은 이 같은 정치적 불확실성에 내년도 경제 성장률이 곧장 0%대로 떨어질 가능성도 경고하고 있다. 한국은행은 최근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9%로 발표했는데 이는 탄핵정국이 시작되기 전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고율 관세를 예고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도 한 달이 채 남지 않았다.
보수적인 정부마저도 내년 성장률을 ‘심리적 성장 마지노선’인 2% 아래로 보고 있다. 앞서 최 부총리는 “최근 정치적인 상황 때문에 심리가 위축된 면이 있고 통상 측면의 불확실성도 하방 리스크가 있는 상황이어서 잠재 성장률보다는 소폭 밑돌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했다. 한국의 잠재 성장률이 2% 정도라는 점을 고려하면 1%대 후반의 성장률을 전망한 것이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내란-탄핵정국 전에도 이미 1.9%라는 전망이 나왔기 때문에 이번 정치적 불확실성을 반영하면 최소한 0.5%포인트는 더 떨어질 것으로 봐야 한다”며 “정치 사태가 더 악화한다면 트럼프 리스크에 따른 수출 둔화세까지 겹쳐 0.9%까지도 갈 수 있다. 수습 국면에서 (권한대행을) 탄핵한다고 하면 어느 투자자가 한국을 믿고 투자하겠느냐”고 했다.
1980년 이후 성장률이 2% 미만을 기록한 해는 2차 오일쇼크가 터진 1980년(-1.6%)과 외환 위기때 당시인 1998년(-5.1%), 글로벌 금융위기가 왔던 2009년(0.8%),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인 2020년(-0.7%)과 2023년(1.4%) 다섯 번뿐이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외국서 볼 때 한국경제의 신뢰도가 낮아지고 불안감이 높아 환율 급등과 자본 유출에 이은 외환위기까지 올 수 있다”며 “정치적 불안정성이 계속되면 내년 성장률은 1% 중반대나 그 이하까지 낮아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 역시 “이미 한국은 지난 6~7년간 장기 저성장이 이어졌고 정치불확실성으로 성장률은 1.6%까지 떨어질 수 있다”며 “내년 초 11조 6000억원 규모의 예산을 조기 집행한다고 하지만 상반기 반짝 효과가 있고 마는 ‘조삼모사식’ 대책일 뿐이다. 여·야·정이 경제분야만이라도 ‘협치’해 풀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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