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과천시 꿀벌마을. 크리스마스의 아침, 차가운 공기가 뺨을 스치며 겨울의 냉기를 전했지만, 연탄한장 봉사자들의 얼굴엔 따뜻한 미소가 가득했다. “집에 가만히 있는 것보다 이렇게 의미 있는 일을 하게 돼서 정말 보람 있어요. 여기서 연탄을 나르다 보면 크리스마스의 진짜 의미를 깨닫게 돼요. 나누는 기쁨이 이렇게 큰 줄 정말 몰랐습니다” 손에 두툼한 장갑을 끼고 연탄을 나르던 봉사단원 최종원(27) 씨가 말했다.
올해 처음으로 이곳을 찾은 그는 이른 아침부터 부지런히 움직이며 마을 곳곳에 온기를 나누고 있었다. ‘연탄한장 봉사단’은 크리스마스에도 어김없이 연탄에 마음의 온기를 가득 담아 실어 나르고 있었다.
좁은 골목길을 따라 들어가니 주민 김명자(85) 씨가 마당 앞에서 봉사자들을 맞이했다.
그녀는 무릎까지 올라오는 두툼한 털 부츠를 신고 있었지만, 차가운 바람에 발끝이 여전히 시려 보였다. “크리스마스에 이렇게 와줘서 정말 고마워요. 몇 천장이나 되는 연탄을 손으로 하나하나 나르느라 팔이 많이 아플텐데…” 그녀의 목소리엔 진심 어린 고마움이 묻어났다.
꿀벌마을은 비닐하우스로 이루어진 작은 마을이다. 도시의 온기와 거리가 먼 이곳의 주민들은 여전히 어려운 환경 속에서 살아가고 있었다. 난방비를 감당할 수 없어 연탄에 의지하는 집들이 대부분이다. 크리스마스가 찾아와도 이들에게는 잘 장식된 트리나 캐롤 대신, 연탄의 온기가 가장 소중한 선물이 된다.
봉사자들은 서로 손에서 손으로 연탄을 전달하며 좁은 골목을 분주히 오갔다. “처음에는 연탄이 꽤 무겁게 느껴졌는데요. 나를수록 이 무게가 나를 따뜻하게 만드는 기분이에요” 가수 김중연 팬클럽 회원 임현성(56) 씨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 추운 날씨에도 주민분들께 작은 도움이라도 드릴 수 있다니 정말 기쁩니다”
이날 봉사단이 나른 연탄은 약 2천장. 연탄이 차곡차곡 쌓인 집집마다 이웃들의 환한 얼굴이 이어졌다. 봉사자들은 연탄을 나르는 동안 주민들과 짧은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어르신, 이번엔 크리스마스 선물도 챙겨왔어요”
어느새 해가 중천에 올랐고, 봉사자들의 이마에는 땀이 맺혔다. 준비해온 간식을 나누며 서로를 응원했다. 봉사자들의 얼굴에 피곤 대신 미소가 피어났다.
연탄한장 봉사단의 단장 김석래 씨는 이날 봉사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봉사자들은 각자 1만 5천원씩 자비를 들여서 참여합니다. 어머니와 아들이 함께 오기도 하고, 오전에 연탄을 나르고 오후에는 데이트를 즐기는 커플 자원봉사자도 있습니다. 정말 대단한 분들이에요. 이분들이야말로 진짜 산타라고 생각합니다.” 봉사자들에 대한 존경과 감사를 담은 말이다.
해가 저물 무렵, 꿀벌마을 곳곳에서는 연탄불이 만들어낸 뽀얀 연기가 피어올랐다. 오늘은 크리스마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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