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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앞에서는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의 트랙터 시위를 비판하는 집회가 열렸다. 이곳에는 스마트폰과 보조배터리를 1m가량의 긴 카메라 거치대에 연결해 든 유튜버 15여 명도 있었다. 이들은 현장을 촬영하며 카메라에 대고 중얼중얼 중계했다. 때로는 차도로 나온 집회 인파를 제지하던 경찰에게 욕설을 퍼붓기도 했다.
이 같은 ‘중계 유튜버’들은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과 탄핵 시국으로 집회 현장이 많아지며 함께 늘어난 모양새다. 지난 17일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윤 대통령 탄핵 찬반 집회에서도 삼각대를 든 사람들을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었다. 유튜버들은 이곳에서도 마찬가지로 정치인들과 반대편 시위 참가자들을 향해 욕을 하고 고함을 지르는 모습을 생중계했다.
1만 명 대 구독자를 보유한 한 유튜버 A씨는 “방송을 끝내려 하다가도 (시위대가) 이동하면 또 찾아간다”며 “집회가 많으면 쉴 수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집회가 있을 땐 집회 현장으로 집회가 없을 땐 윤 대통령 응원·규탄 화환이 놓인 곳이나 의원 사무실로 가 방송을 켠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유튜버 60대 허모씨도 “지금이 대목이라 사흘에 한 번 하던 방송을 매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튜버들은 이러한 자극적인 방송으로 돈을 벌고 있었다. 이데일리가 만난 일부 유튜버는 “‘000(정치인 이름) 저격수’와 같은 별명이 붙거나 경찰한테 제지받는 게 더 좋다”고 말하기도 했다. 상황이 격렬하게 돌아가거나 화를 돋울수록 ‘슈퍼챗(superchat)’이라는 후원금을 보내는 시청자가 많아진다는 것이다. 광화문에서 애국 시민을 강조하던 유튜버 B씨는 “탄핵 사태 관련 키워드로 방송하니 시청자가 100배는 는 것 같다”며 “중계만 해도 후원금이 쌓인다”고 말했다. 이 채널의 실시간 방송은 1300여 명이 시청 중이었다.
시민들은 이들의 행동에 눈살을 찌푸렸다. 길거리를 지나가던 것뿐인데 촬영에 무방비하게 노출됐다는 것이다. 이유 없이 방송에서 욕을 들었다는 시민도 있었다. 서울 은평구에 사는 자영업자 강모(31)씨는 “대통령실 앞을 지나가다 화환을 보고 살짝 웃기만 했는데 하필 유튜버에게 걸려 욕을 들었다”며 “나중에 그 유튜브 방송을 찾아봤더니 시청자들한테도 인신공격을 당하고 있더라”고 털어놨다.
경찰도 유튜버들로 인해 몸살을 앓고 있다. 용산 대통령실 인근에서 근무했다는 한 경찰 관계자는 유튜버들이 집회 신고를 한 채로 방송하며 구호를 외치다 인근에서 반대편 집단이 기자회견을 하면 소리를 지르기도 한다고 말했다. 경찰 기동대원 정모(34)씨도 “항상 마스크와 모자로 얼굴을 가리고 있긴 하지만 조금이라도 행동을 제지하면 카메라를 코앞까지 들이대고 찍는다”며 “욕 듣는 건 일상이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정치 유튜버들의 방송 행태가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지만 이를 제재할 근거는 없다고 설명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극단적 유튜브 중계는 이제 부정적인 정치 현상으로 굳어졌다”면서 “알고리즘 때문에 시청자들은 보던 것만 보고 유튜버는 수익이 들어오니 끊을 수 없는 악순환이 됐다”고 평가했다. 곽준호 변호사(법무법인 청)도 “집회와 시위, 표현, 언론의 자유는 누구에게나 있기 때문에 만약 집회 신고를 했다면 제재할 수 없다”면서 “초상권 침해, 모욕 등 불법적인 행동은 수익 창출을 못 하게 하는 식으로 차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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