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리그 여자부 정관장은 고희진 감독(가운데) 체제에서 3시즌 동안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올 시즌에도 3위로 순항하고 있다. 사진제공|KOVO
V리그 여자부 정관장은 고희진 감독(44) 체제에서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2022~2023시즌 4위로 희망을 봤고, 지난 시즌에는 3위에 올라 7시즌만의 ‘봄배구’ 진출에 성공했다. 올 시즌에도 10승6패, 승점 29로 3위를 달리고 있다.
“우리는 우승에 도전하는 팀”이라는 고 감독의 호언장담처럼 정관장은 암흑기를 지나 황금기로 접어들고 있다. 최근에는 6연승을 거두며 흥국생명-현대건설의 양강 구도를 위협할 정도로 기세등등하다.
원동력은 단연 장신 아웃사이드 히터(레프트) 부키리치(198㎝·세르비아)와 표승주(182㎝)의 가세다. 미들블로커(센터) 정호영(190㎝)-박은진(187㎝)과 시너지를 내며 리그 최강의 블로킹 라인을 구축했다. 세트당 블로킹(2.453개·3위)에선 1위 흥국생명(2.565개)과 큰 차이가 없고, 측면과 중앙의 높이 밸런스는 오히려 더 낫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고 감독은 현재의 상황에 만족하지 않는다. 사소한 결정도 팀의 운명을 바꿀 수 있다는 생각에 늘 올바른 선택을 하려고 노력한다. 이 때문에 때로는 부담감이 적지 않다. 고 감독은 “감독은 결정을 내리고 책임을 지는 자리다. 그래서 선수, 코치 시절보다 훨씬 어렵다”고 털어놓았다.
올 시즌에는 유독 결단을 내려야 하는 순간이 많았다. 비시즌에 아웃사이드 히터 이소영(IBK기업은행)과 박혜민, 리베로 노란, 미들블로커 박은진이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었는데, 샐러리캡을 고려하면 이들을 모두 잡는 것은 불가능했다. 재계약이 결렬된 아웃사이드 히터 지아(미국)의 공백을 메우는 것도 과제였다.
고심 끝에 결정을 내렸다. 박혜민, 노란, 박은진을 잡으면서 급한 불을 껐다. 이소영의 대체자로는 FA 보상선수 표승주를 낙점했고, 지아의 공백은 지난 시즌 도로공사에서 뛰었던 아포짓 스파이커(라이트) 부키리치를 데려와 아웃사이드 히터로 전향시켜 메우기로 했다.
다행히 고 감독의 선택은 적중했다. 이소영이 고질적 어깨 부상에 시달리며 아직은 IBK기업은행에 큰 보탬이 되지 못하고 있는 반면 표승주는 주전 아웃사이드 히터로서 정관장의 상승세에 앞장서고 있다. 부키리치 역시 새로운 포지션에 순조롭게 적응하며 공헌도를 높이고 있다.
좋은 결정을 하려고 노력하면서 깨달음도 늘었다. 고 감독은 “결정을 내리는 과정에서 선수들과 소통이 중요하다. 선수들이 준비한 것을 잘 해낼 수 있도록 늘 도움을 주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권재민 기자 jmart22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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