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선물 주는 것이 인간들만의 특징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사실 많은 동물들도 짝이나 동료에게 선물을 준다.
크리스마스 아침, 선물로 양말을 받으며 실망감을 느낄 때가 있다면 적어도 당신이 암컷 전갈파리가 아니라는 점에 감사할 수 있을 것이다. 만약 암컷 전갈파리였다면, 크리스마스에 당신이 기대할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은 당신의 짝으로부터 받은 침방울 덩어리일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암컷 전갈파리는 이런 선물을 실망하기는커녕 맛있게 즐기며 수컷에게 짝짓기 기회를 보상으로 제공한다.
결혼 선물(수컷이 구애나 짝짓기 동안 암컷에게 영양가 있는 음식을 제공하는 것)은 달팽이와 지렁이, 오징어처럼 다양한 종에서 관찰됐다. 새들도 선물 주기를 즐기는데, 예를 들어 수컷 회색 때까치는 작은 동물을 가시나 나뭇가지에 꽂아 암컷을 끌어들이고 구애 중에 선물로 준다.
이러한 현상은 곤충과 거미류에서 가장 흔히 나타난다. 예를 들어, 여섯점박이나방의 수컷은 암컷에게 정자를 통해 시안화물을 전달한다. 반면, 보육거미는 잠재적인 짝에게 화학 물질로 매력적으로 만든 먹이를 실크로 싸서 제공한다. 암컷이 거절하면 수컷은 선물의 포장을 더 추가하여 다시 제시하기도 한다.
때로는 수컷이 암컷을 속이려고 낮은 품질의 먹이나 먹다 남은 조각을 선물로 포장하기도 한다. 암컷이 선물을 열어보는 동안 수컷은 빠르게 짝짓기를 하고 도망칠 수 있다. 연구에 따르면, 보육 거미 수컷이 주는 선물의 약 70%가 가짜라고 한다.
"수컷이 속임수를 쓰는 경우도 있어요. 말라버린 귀뚜라미 다리 같은 것을 포장해서 선물로 주기도 하죠"라고 캐나다 토론토 대학의 행동생태학자 대럴 그윈은 말한다.
다른 곤충들도 선물을 아끼려는 행동이 관찰됐다. "제 집 근처 강가에서는 봄마다 수컷 춤파리가 강에서 물 곤충을 잡아옵니다"라고 그윈은 설명했다.
"그들은 그 먹이를 암컷에게 가져가고 암컷은 알을 낳기 위해 영양분이 필요하기 때문에 먹이를 차지하려고 경쟁합니다. 어느 날 한 수컷이 버드나무 씨앗에서 나온 솜 덩어리를 선물로 제시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가치가 별로 없는 선물을 주는 것이 단기적으로는 수컷에게 유리할 수 있지만 암컷이 선물을 열어보고 속았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 수컷은 거부당한다. 이는 수컷이 암컷과 짝짓기를 짧은 시간만 할 수 있음을 의미하며, 암컷이 여러 수컷과 짝짓기하는 곤충의 경우 속이는 수컷의 정자가 암컷의 알을 수정할 가능성이 낮아져 장기적으로는 손해를 입게 된다.
일부 곤충은 암컷을 유혹하기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궁극적인 선물을 제공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수컷 사이지 브러쉬 귀뚜라미는 짝짓기 동안 암컷이 자신의 뒷날개를 갉아먹고 피와 유사한 체액인 혈림프를 빨도록 허용한다. 연구에 따르면, 이러한 "사랑의 물림"을 겪은 수컷은 다음 짝을 찾을 가능성이 크게 줄어준다. 이는 에너지를 소모하여 다른 짝을 구할 힘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수컷 붉은등거미는 짝짓기 중 암컷의 입으로 등을 굽혀 자신의 복부를 씹도록 유도하며 결국 잡아먹힌다.
"한편으로는 수컷이 생명을 잃으니 해를 입는 것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라고 그윈은 부연했다.
"하지만 다윈적 적응도(Darwinian fitness) 관점에서 볼 때, 붉은등거미 수컷이 암컷과 짝짓기를 할 기회를 찾는 것은 매우 드물고 운이 좋은 일입니다. 따라서 짝짓기 중 뒤로 점프하며 암컷에게 식사거리를 제공해 그녀의 주의를 돌리면 짝짓기 시간을 늘릴 수 있습니다. 그 결과 더 많은 정자를 전달할 수 있게 되며 이는 거의 확실히 더 많은 자손을 얻는 결과로 이어집니다."
지난 2022년 중국 장쑤성 농업과학원의 곤충학자 추페이 탕과 그녀의 동료들은 약 9900만 년 전의 호박에 보존된 곤충의 선물 주기 사례를 발견했다. 그 고대 호박 속에는 알라베시아 속에 속하는 수컷 파리가 다리 사이에 점액으로 만든 비어 있는 거품 풍선을 잡고 있는 모습이 보존되어 있었다.
이 모든 사례는 수컷이 암컷과 짝짓기를 하기 위해 선물하는 "결혼 선물"로, 이러한 선물은 대개 영양가 있는 가치를 지니며 암컷도 이로 인해 이익을 얻는다.
하지만 때로는 단순히 상대방을 기쁘게 하기 위해 선물을 주는 동물들도 있다. 예를 들어, 돌고래는 사람들에게 장어와 참치, 문어 등의 음식을 선물하는 것이 관찰된 적이 있다. 또한 까마귀가 과거 자신을 도와준 인간들에게 선물을 주는 사례도 보고됐다.
"저는 까마귀들로부터 호두와 올리브, 맥주병 병뚜껑, 와인 코르크 같은 선물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라고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교의 비교 인지학 교수인 니콜라 클레이튼은 말했다.
"다행히도 까마귀들이 저에게 동물의 사체를 가져다준 적은 없습니다. 저는 채식주의자라 그런 선물보다는 보석 한 조각이 훨씬 더 좋겠네요."
까마귀과에 속하는 유라시아어치도 단순히 선물을 주는 즐거움 때문에 짝에게 선물을 주는 것으로 보인다. 클레이튼과 그의 연구팀이 진행한 한 실험에서는 수컷 어치들이 자신의 짝이 나방이나 지렁이를 먹는 모습을 관찰했다. 이후 짝에게 맛있는 음식을 줄 기회가 주어지자, 수컷은 일관되게 짝이 이미 먹고 있던 것과 다른 종류의 음식을 선택해 선물했다. 다시 말해, 수컷은 암컷이 같은 음식을 반복해서 먹는 것보다 새로운 음식을 더 선호한다는 점을 이해하고 있었다.
"이건 마치 당신이 외식 중에 스파게티 볼로네제를 한 접시 맛있게 먹었을 때와 같아요"라고 클레이튼은 말했다.
"누군가가 '한 접시 더 먹을래요?'라고 묻는다면 아마도 '아니요, 괜찮습니다'라고 대답할 겁니다. 하지만 디저트라면 다르게 생각할 수도 있겠죠. 어치들은 자신의 짝이 원하는 것을 알고 자기 자신이 원하는 것과는 상관없이 적절한 선물을 줄 수 있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이타적인 선물 주기는 인간과 약 99%의 DNA를 공유하는 유인원인 보노보에서도 흔히 관찰된다. 지난 2013년의 한 연구에 따르면, 보노보는 인간처럼 때로는 명백한 자선 행위로 낯선 이들에게 선물을 주기도 한다. 연구에서 보노보들은 사과나 바나나 같은 음식을 자신들과 같은 그룹이 아닌 다른 보노보들과 나누었으며 심지어 낯선 이와 상호작용하기 위해 자신의 음식을 포기하기도 했다.
결국 이러한 질문이 생긴다. 동물들은 왜 서로에게 선물을 줄까? 이 행동이 다양한 종에서 여러 번 진화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는 수컷과 암컷 모두의 번식 적합도를 높이는 데 기여했을 가능성이 크다. 곤충과 거미류의 경우 이는 확실히 사실이다. 다만, 한쪽이 속이는 경우를 제외하고 말이다.
"수컷은 암컷에게 먹이를 제공하고 암컷은 수컷에게 자신의 생식 기관에 접근할 기회를 제공합니다"라고 그윈은 설명했다.
이것이 그다지 낭만적으로 들리지 않을 수도 있지만, 까마귀나 보노보 같은 동물들은 단순히 선물을 주는 행위 자체에서 즐거움을 느끼는 것으로 보인다.
"곤충 세계에서는 수컷이 암컷과 짝짓기를 하기 위해 선물을 주지만, 어치들은 평생 짝을 이루기 때문에 선물이 뇌물이 아니라 진정한 선물입니다"라고 클레이튼은 말했다.
"어치들은 매우 지능적이고 장수하는 동물입니다. 관계를 맺는 것도 중요하지만, 오랜 시간 동안 그 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훨씬 더 어렵습니다. 그래서 선물은 감사의 표시인 거예요."
따라서 유라시아 어치 같은 까마귀류에서 선물 주기의 기본적인 동기는 인간과 마찬가지로 가까운 이들과의 사회적 유대를 강화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크리스마스 시즌에 딱 맞게 따뜻하고 훈훈한 기분이 든다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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