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머니=강정욱 기자] 기초수급 가족이 크리스마스 이브인 24일 부산의 한 지구대를 찾아와 자신들보다 더 어려운 이웃들을 위한 현금과 점퍼 등을 익명으로 기부해 훈훈함을 전했다.
24일 오전 10시 10분쯤 부산 북구 덕천지구대 앞에는 택배 박스 하나가 놓여 있었다. 해당 박스엔 손편지와 패딩 점퍼 1벌, 김치, 1000원권 30장(3만원), 동전이 가득 든 저금통이 들어있었다.
장애아동을 포함한 세 아이 아빠이며 수급자라고 소개한 익명의 남성 A씨는 손 편지에 "막내 생일을 맞아 뜻깊은 하루를 선물해주기 위해서 기부하게 됐다"고 적었다.
그는 "폐지 팔아 돈을 마련하지만, 노력한 만큼 결실이 적게 나와 많이 못 했다"며 "추운 겨울 도움이 필요한 가정에 전달됐으면 한다"고 했다.
이어 "김장 김치 맛이 어떨지 모르겠지만 맛있게 먹었으면 한다"며 "패딩은 아이가 마음에 들지 모르겠지만 따뜻하게 입고 크리스마스 선물이 되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A씨가 두고 간 1000원권 지폐는 모두 깨끗한 새 지폐였다. 그는 "지폐가 꾸깃하고 더러워서 은행으로 가 깨끗한 지폐로 교환했다"며 "저금통은 삼남매가 용돈을 받아서 모은 것이다. 이쁜 삼남매의 저금통을 받아달라"고 밝혔다.
덕천지구대는 지구대 앞 폐쇄회로(CC)TV를 확인했다. 영상에는 편지 작성자의 아내로 추정되는 인물이 박스를 두고 도망치듯 지구대를 떠나는 모습이 담겨있었다. 덕천지구대 정학섭 경감은 어린이날 지구대에 박스를 두고 간 인물과 동일 인물임을 직감했다.
당시 박스에는 옷과 과자, 라면, 빛바랜 1000원짜리 지폐 30장과 '어려운 아이 가정에 전달되었으면 합니다'라는 내용의 편지가 함께 들어있었다. 이 가족은 지난해에는 '화재 진압 중에 다친 경찰관과 소방관을 돕고 싶다'며 폐지 판 돈을 기부하기도 했다.
정 경감은 "가족이 세 남매를 키우면서 폐지를 팔아 남몰래 선행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지구대 경찰들이 추운 겨울 따뜻하고 큰 감동을 선물 받아 기뻤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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