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결산] ‘불황형 흑자’ 카드업계, ‘트래블카드’ 선방·CEO 교체로 재정비

[2024 결산] ‘불황형 흑자’ 카드업계, ‘트래블카드’ 선방·CEO 교체로 재정비

직썰 2024-12-25 09:00:00 신고

신용카드 관련 이미지 [연합뉴스]
신용카드 관련 이미지 [연합뉴스]
올해 경기회복 기대감이 커지면서 경제·산업계에 훈풍이 예상됐으나, 소비심리 회복지연, 지정학적 리스크로 인한 불안이 가중되면서 기대만큼 성과를 내지 못했습니다. 여기에 정치 혼란까지 더해지며 경제·산업계의 투자 방향 또한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직썰> 은 올 한 해 경제·산업계에서 발생한 이슈와 현황을 분야별로 결산해 보고자 합니다. [편집자주]

[직썰 / 최소라 기자] 올 한해 어려운 업황 속에서 카드사들의 실적은 선방했지만 금융자산을 늘리거나 판관비 등 비용을 줄여 만들어낸 ‘불황형 흑자’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엔데믹 이후 해외여행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 속에서 ‘트래블카드’가 효자상품으로 떠올라 카드사들의 순위를 바꾸기도 했다. 올 연말 주요 카드사들은 CEO 교체로 대대적인 쇄신에 나섰다.

◇실적 선방…건전성 관리는 ‘숙제’

주요 카드사들의 올해 매출은 대체로 전년 대비 좋은 편이다. 올해 3분기 누적 국내 전업 카드사 8곳(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하나·BC·우리)의 단순 합산 당기순이익은 총 2조2511억원으로 1년 전보다 8%가량 증가했다.

동시에 카드론 증가로 인한 건전성 관리가 대두됐다. 카드론은 대출을 위한 별도의 심사를 요하지 않아 대표적인 불황형 대출로 손꼽히기 때문이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9개 카드사(롯데·BC·삼성·신한·우리·하나·현대·KB국민·NH농협카드)의 11월 말 카드론(은 2조5453억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동기(38조8791억원) 대비 3조6665억원 늘어난 규모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이 지난 17일 열린 카드사 CEO 간담회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병환 금융위원장이 지난 17일 열린 카드사 CEO 간담회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갑 닫은 소비자들...수수료 인하까지 이중고

지난 10월 한국은행이 38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인하하면서 카드사들은 자금조달에 숨통이 트일 것으로 전망했다. 예·적금 등 수신 기능이 없는 카드사는 여신전문금융채권(여전채) 발행이 주된 자금조달 창구인데, 여전채는 금리인상기엔 조달 비용이 뛰어 순익이 감소하지만, 금리인하기엔 순익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이에 카드사들은 2년 만에 6개월 무이자 할부를 재개하는 등 소비자 혜택을 확대했다.

그러나 ‘12.3계엄사태’ 이후 소비자들은 지갑을 닫았다. 연말 쇼핑 시즌에 대목을 기대했던 카드사들은 울상이다.

통계청이 공개하는 나우캐스트 지표에 따르면 이달 6일 기준 전국 신용카드 이용금액은 전주 대비 26.3% 감소하면서 추석 연휴 기간이었던 지난 9월 20일(-26.3%) 이후 11주 만에 가장 큰 감소율을 기록했다. 서울 지역 카드 이용금액은 29.3% 급감했다. 

설상가상으로 정부의 ‘카드수수료 인하’ 결정으로 업계의 시름은 더욱 깊어지게 됐다. 지난 17일 금융위원회는 카드 수수료 개편 방안을 발표했다. 2월 14일부터 연매출 30억원 이하 영세·중소가맹점 305만곳의 카드수수료율이 0.05∼0.1%포인트(p) 인하된다.

금융당국은 현재 3년마다 이뤄지는 적격비용 재산정주기를 원칙적으로 6년으로 조정하기로 했다. 카드 수수료율을 6년간 조정할 수 없다는 뜻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내년에도 카드 업황이 개선되긴 쉽지 않을 전망으로 연체율 관리 강화 및 선제적 리스크 관리를 통해 건전성 방어 역량을 확보해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최성종·이세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경기 둔화 우려 높아지면서 신용카드사 자산건전성 지표 저하에 대한 경계감 존재한다”면서도 “개별 카드사들의 리스크관리 역량, 200% 내외의 대손충당금 적립비율 등을 감안할 때 급격한 펀더멘털 저하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평가했다.

지난달 28일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 출발층 모습 [연합뉴스]
지난달 28일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 출발층 모습 [연합뉴스]

◇‘트래블 카드’ 경쟁 격화...카드사 순위도 바꿔

트래블카드가 해외여행 증가세 속에서 카드사의 인기 상품으로 떠오른 가운데 점유율 확보 경쟁이 치열한 한 해였다.

실제로 3분기 해외 카드 결제 금액 중 신용카드 결제액은 전 분기 대비 5.6% 늘어나는 데 그쳤지만, 트래블카드 등이 포함된 체크카드의 경우 21.4% 늘었다.

하나카드는 지난 2022년 7월 ‘트래블로그’를 출시해 금융지주 카드사 가장 먼저 트래블카드를 선보였다. 올해 2월 신한카드가 ‘쏠(SOL)트래블’을, 4·6월에는 KB국민·우리카드가 ‘트래블러스’ ‘위비트래블’을 각각 선보였다. 금융지주 카드사들이 모두 트래블 카드를 출시하면서 각축전이 벌어졌다.

트래블카드 인기는 카드사 순위 반전 이끌어 하나카드는 우리카드를 밀어내고 3위로 올라서 순위 변동을 주도했다. 이호성 하나카드 사장은 ‘트래블로그’ 서비스 론칭을 주도하고, 등 트래블 카드 시장을 선도한 성과로 하나은행장으로 발탁되기도 했다.

◇카드사 CEO 대거 물갈이...‘혁신’에 방점

올 하반기 주요 카드사 CEO의 임기 만료가 일제히 다가오면서 연임 여부가 관심을 끌었다.

업계는 ‘2+1’ 임기 관행과 호실적 등으로 연임을 예상했다. 그러나 결과는 대반전이었다. 7개 전업 카드사 중 4개사의 수장이 교체됐다. 지주계 카드사로 보면 5대 금융지주 계열 카드사 중 NH농협카드를 제외한 4개사의 CEO가 교체됐다.

이번 카드사 CEO 교체는 ‘혁신’과 ‘신성장동력’에 무게를 두고 있다. 내년에는 디지털·데이터 혁신 등 새로운 사업영역에서 미래 성장동력 발굴에 힘쓸 것으로 예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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