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황수민 기자] 경기 침체에 정치적 불안까지 더해지면서 소비 심리가 급속히 얼어붙고 있다. 이에 유통업계는 연말 분위기를 끌어올리기 위해 할인 행사와 크리스마스 장식 등 마케팅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기존 오프라인 유통업계에 이어 이커머스(전자상거래) 업체까지 가세해 연말 특수를 놓고 한판 승부를 벌이는 모습이다.
◇소비 심리 급랭···신용 카드 이용 금액↓
25일 통계청 속보성 데이터 나우캐스트 지표를 보면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6일까지 전국 신용카드 이용 금액은 직전 1주일 대비 26.3% 감소했다. 추석 연휴 기간이었던 지난 9월14∼20일(-26.3%) 이후 11주만에 가장 큰 감소율이다. 특히 광주 지역 이용 금액이 35.9% 급감했으며 서울 지역은 29.3% 줄어 지난해 7월1∼7일(-32.2%) 이후 1년 5개월 만에 최대 감소세를 보였다.
온라인 지출 결제 금액 역시 전국에서 17.5%, 서울에서만 21.4% 각각 감소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해제로 인한 소비 심리 냉각이 실제 소비 위축으로 이어지고 이런 현상이 속보성 지표에서 확인됐다는 분석이다. 통계청이 공개하는 나우캐스트 지표 중 신용카드 이용 금액은 국내 소비 동향을 파악할 수 있는 속보성 지표로서 신한카드 데이터를 기초로 한다.
한국은행도 비상계엄 사태 직후인 이달 4∼13일 신용카드 일평균 사용액이 2조5102억 원으로 한 달 전 같은 기간(2조5953억원)보다 3.3%가량 줄어든 것으로 집계했다. 한국신용데이터 조사도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이달 2~9일 전국 소상공인 외식업 사업장 신용카드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 줄었다.
연말 특수를 노리던 유통업계는 위축된 소비심리를 되살리기 위해 힘을 쏟고 있다. 백화점은 추워진 날씨 덕에 패션의류를 중심으로 매출이 늘어나면서 한시름 놨지만 크리스마스 연출을 선보이며 연말연시 선물과 모임 수요를 공략하고 있다. 대형마트와 이커머스는 '최저가', '초특가' 행사로 고객 모시기에 나섰다.
◇유통가, 연말 특수 노린 마케팅 총력전
추위가 시작되면서 백화점 매출은 이달 초반 패션 카테고리를 중심으로 매출 증가세를 보였다. 롯데백화점의 지난 1∼19일 패션 매출은 지난해 같은 요일(3∼21일) 보다 15% 늘었다.
패딩 상품이 중심인 아웃도어 매출은 25% 증가했고 코트 수요가 많은 여성·남성 컨템포러리 매출은 각각 20%, 30% 올랐다. 프리미엄 패딩 브랜드를 중심으로 럭셔리웨어 매출도 30% 증가세를 보였다.
신세계백화점에서도 이달 아웃도어 매출이 26.3% 증가했고 영패션, 남성패션, 아동 등 매출도 10% 이상씩 늘었다. 현대백화점에서 아웃도어 매출은 33%나 증가했다. 백화점들은 이같은 매출 상승세를 이어가기 위해 크리스마스 마케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몰에 조성된 초대형 크리스마스타운 방문객은 이달 1∼17일 300만명으로 집계됐다. 롯데백화점 잠실 크리스마스 상점에는 지난달 20일부터 이달 18일까지 30만명이 다녀갔다.
신세계백화점 역시 강남점 크리스마스 상점 매출이 목표 대비 130%를 넘었고 여의도 더현대서울 크리스마스 연출은 네이버 예약 동시접속자 수가 4만명이 넘을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이마트와 롯데마트는 이달 채소, 델리(즉석식품), 축산 등 주요 품목 매출에 큰 변화는 없었지만 크리스마스와 연말을 앞두고 먹거리와 완구 할인행사를 펼치며 연말 특수를 노린다.
연말은 유통업계가 특수를 기대하는 시기지만 12월에는 대대적 마케팅을 벌이지 않았다. 직전 달에 '블랙프라이데이'와 광군제, 코리아세일페스타 등 대규모 할인 행사가 몰려있어서다. 11번가는 올해 처음으로 12월 한 달 내내 할인하는 '연말 감사제'를 펼친다.
SSG닷컴(쓱닷컴)도 크리스마스 선물을 중심으로 운영하던 연말 행사를 다양한 카테고리를 아우르는 통합 행사로 확대해 진행하고 있다. 롯데온은 기존 3일(72시간) 동안 진행하던 '최강 라스트찬스' 행사를 올해는 6일 동안 한다.
업계 관계자는 "국가적으로 큰 사건이 있었지만 연말은 유통업계 큰 대목이라 놓칠 수 없는 시기"라며 "다양한 마케팅으로 소비자의 이목을 끌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날씨가 갑자기 추워진 만큼 온라인에서 편리하게 상품을 구매하려는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지만 다양한 볼거리와 놀거리를 갖춘 오프라인 역시 소비자를 끌어들이고 있어 승패는 어떤 품목을 얼마나 할인하느냐에 따라 달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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