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 기획에 관여한 혐의로 구속된 노상원(62·육사 41기·예비역 육군 소장) 전 국군 정보사령관이 계엄 준비 과정에서 전북 군산의 한 무속인을 30여 차례 찾아가 김용현(육사 38기) 전 국방부 장관을 포함한 군 관계자들의 사주와 점괘를 확인한 것으로 드러났다.
군산시 개정면에서 점집을 운영하는 이선진(38) 씨는 24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노 전 사령관은 2022년 2월부터 올해 1월 말까지 수십 차례 방문해 군인들의 사주를 물어봤다”며 “특히 김용현 전 장관의 운세를 가장 자주 물었고, 한 번에 A4 용지에 군인 10여 명의 사주를 적어와 점을 봐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이 씨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주로 군 관계자들의 운세를 점치며 이들이 자신과 끝까지 협력할 수 있을지, 배신 가능성이 있는지를 집중적으로 물었다.
이 씨는 “노 전 사령관은 김용현 전 장관에 대해 ‘이 사람이 잘 돼야 내가 복귀할 수 있다’고 말하며 운세를 확인했다”고 전했다.
그는 또 “노 전 사령관이 김 전 장관의 운세를 점친 이유가 2023년 가을쯤 김 전 장관이 국방장관이 될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었다”고 덧붙였다.
노 전 사령관은 방문 당시 계엄이라는 단어를 직접 언급하지 않았지만, "중요한 일"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는 점이 확인됐다.
이 씨는 “당시에는 어떤 일을 의미하는지 몰랐지만, 뉴스가 보도된 후 그가 언급한 일이 계엄과 관련된 것이었음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이 씨는 노 전 사령관이 윤석열 대통령과 관련해 “대통령의 생년월일이 공식적으로 알려진 것과 다르다”며 탄핵 가능성을 부정했다고 증언했다.
이 씨는 “내가 윤 대통령이 임기 1년을 남기고 탄핵당할 수 있다고 하자 노 전 사령관은 ‘그럴 일이 없다’고 반박하며 외부에 알려진 생년월일이 실제와 다르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노 전 사령관은 안산에 자신의 점집을 운영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군산의 점집을 정기적으로 방문했다. 이에 대해 이 씨는 “노 전 사령관도 사주를 잘 보지만, 나는 신내림을 받은 무속인으로 영적인 점괘를 보려고 찾아왔다”고 설명했다.
이 씨는 또 “그는 대통령이나 영부인이 나중에 찾아오는 것이냐고 묻기도 했지만, 윤 대통령 부부와 관련해 특별한 언급은 없었다”고 말했다.
노 전 사령관은 계엄 직전 롯데리아에서 부하들과 모의 회의를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버거 보살’이라는 별칭을 얻었다. 그는 계엄 준비를 위해 사주와 역술을 활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대중의 비판과 조롱을 동시에 받고 있다.
2018년 여군 성추행 사건으로 불명예 전역한 노 전 사령관은 이후 안산의 한 반지하 주택에서 점집을 운영하며 무속 활동에 종사해 왔다.
그의 점집은 '아기 보살'이라는 간판을 내걸었고, 현관문에는 ‘안산시 모범 무속인 보존위원’이라는 스티커가 부착되어 있었다.
노 전 사령관의 점집에는 사주팔자를 보거나 작명 서비스를 받았다는 후기들이 올라와 있었고, 신당 내부에서는 향 냄새와 함께 부정 푸는 의식에 쓰이는 물품들이 발견되었다.
노 전 사령관은 사주명리학과 관상학에 관심이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으며, 군 시절에도 부하들의 진급 여부를 관상을 보고 결정했다는 증언이 있었다. 그러나 그의 무속 활동이 군사 작전과 정치적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점에서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노 전 사령관은 계엄 준비 과정에서 “윤 대통령의 운이 트이는 시기를 놓치면 안 된다”고 주장하며 12월 3일을 계엄 선포일로 설정했다고 진술했다.
이에 따라 군 관계자와의 의사결정에 역술적 판단이 개입되었을 가능성이 제기되며, 이에 대한 수사가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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