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25일 예정된 공수처 소환 조사에 응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탄핵심판 절차가 우선이라는 이유에서다.
또,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은 이날 내란특검법을 공포하지 않고 여야의 합의가 필요한 사항이라며 거부권 행사를 시사했다.
이처럼 12·3 내란사태의 핵심인 윤 대통령에 대한 수사와 특검 출범이 지연되면서 내란 수사에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尹측 "탄핵심판이 우선.. 수사할 상황 아냐"
민주 "尹, 외환죄 정황까지 드러나.. 신속하게 체포해야"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 18일 출석하라는 공수처의 1차 출석 요구에 불응한 바 있다. 이에 공수처는 윤 대통령에게 성탄절인 25일 출석해 내란 우두머리(수괴) 및 직권남용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받으라는 내용의 2차 출석요구서를 보냈다.
하지만 윤 대통령 측은 이번 조사도 출석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윤 대통령의 변호인단·탄핵심판 대리인단 구성에 관여하고 있는 석동현 변호사는 24일 기자들과 만나 "내일 출석하기는 어렵지 않나 그렇게 보고 있다"고 밝혔다.
석 변호사는 "대통령은 이번 일은 국회가 탄핵소추를 한 만큼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절차가 우선이라고 생각한다"며 "탄핵심판 절차가 적어도 가닥이 잡히고, 어느 정도 탄핵소추 피청구인으로서 대통령의 기본적인 입장이 재판관들·국민들에게 설명이 되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 수사기관에서 대통령이 문답 방식으로 내란이냐 아니냐를 수사관에게 (설명)할 상황이 아니다"며 "헌재에서 공방 형태로 하는 게 당사자로서는 충분한 시간과 준비를 하고 말씀을 드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이 소환에 응하지 않음에 따라 향후 공수처가 체포영장을 청구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민주당은 '12·3 비상계엄' 사태를 사전 기획했다는 의혹을 받는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의 수첩에서 '북방한계선(NLL)에서 북의 공격을 유도'라는 메모로 외환죄 정황까지 드러난 만큼 윤 대통령을 신속하게 체포해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오동운 공수처장은 2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 회의에서 체포영장을 청구할 것인지에 대해 "그 부분에 대해서는 방침이 지금 결정된 것은 없는 상태"라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공수처 관계자에 따르면 윤 대통령이 25일 불출석할 경우 3차 출석요구서를 보낼지, 체포영장을 청구해 강제로 신병을 확보하는 방안을 추진할지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덕수 "특검법, 여야가 협의해야" 거부권 시사
내란죄를 수사할 상설특검과 일반특검도 아직까지 출범이 요원한 상황이다.
'위헌적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행위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수사요구안'으로 명명된 상설특검안은 지난 10일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됐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11일 이석범·최창석 변호사(더불어민주당 추천), 김형연 전 법제처장(조국혁신당 추천), 이나영 중앙대 교수(진보당 추천) 등 상설특검 후보추천위원회의 정당 추천위원 4명의 명단을 대통령실에 발송했다.
현행 법에는 대통령은 특검 추천을 받은 날부터 3일 이내에 추천된 후보자 중 1명을 특검으로 임명해야 한다. 하지만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은 벌써 열흘 가까이 임명하지 않고 있는 상태다.
내란 특검법도 지난 12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하지만 한덕수 권한대행은 내란 특검법에 대해 거부권 행사를 시사하고 있다.
한 권한대행은 24일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특검법 처리나 헌법재판소 재판관 임명처럼 법리 해석과 정치적 견해가 충돌하는 현안을 현명하게 처리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여야가 머리를 맞대야 한다"라며 "어떻게 하면 특검 추진과 임명이 헌법과 법률에 따라 한 치의 기울어짐 없이 이루어졌다고 국민 대다수가 납득하실지, 여야가 타협안을 토론하고 협상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수사를 하는 쪽과 받는 쪽이 모두 공평하다고 수긍할 수 있는 법의 틀을 만들어내기 위해 여야가 각고의 노력을 하지 않으면, 대한민국 내부에 지금보다 한층 심한 불신과 증오가 자라날 위험이 크다"고 말했다.
이처럼 한 권한대행이 내란 특검법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며 '여야가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말한 것은 사실상 거부권을 행사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우원식 "특검은 국민 요구.. 상설특검 후보자 추천 의뢰 의무 이행하라"
김동연 "즉각 내란 특검법 공포해야"
한 권한대행이 사실상 특검 출범을 가로 막자 우원식 국회의장과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특검 가동을 서둘러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24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특검은 국민의 요구"라며 "내란 특검법과 김건희 특검법 처리 문제를 여야가 타협·협상할 일로 규정하고 다시 논의 대상으로 삼자고 주장하는 것은 매우 잘못된 것"이라고 말했다.
우 의장은 "국정 중심은 국민이고 그 실현은 헌법과 법률을 따라야 한다는 대원칙이 흔들리고 있는데, 한 권한대행이 그 중심에 있다는 사실이 매우 유감스럽다"고 비판했다.
이어 "내란 특검법과 김 여사 특검법에 대해 여야 합의는 이뤄지지 않았지만, 국민적 동의가 충분했기 때문에 의장으로서 처리했다"며 "여야 합의가 안 된다고 아무것도 안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우 의장은 23일에도 별도의 입장문을 내고 "대통령 권한대행은 법을 지키라"며 "오늘(23일) 중으로 상설특검 후보자 추천 의뢰 의무를 이행하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우 의장은 "국회가 대통령실에 후보추천위원회 구성을 통지한 것이 지난 12월 10일, 국무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을 개시하고도 열흘째다.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권한대행)의 특검 후보자 추천의뢰는 현행 특검법에 규정된 법적 의무다. 국회가 특검 수사 필요성을 의결하고 후보추천위원회 구성을 통지하면, 대통령은 지체없이 후보추천을 의뢰해야 한다"며 "다른 선택지와 재량권이 없다. 법이 정한 대로 당연히 해야 하는 의무사항을 불이행하는 것은 그 자체로 위법일 뿐만 아니라 법적 안정성과 예측가능성을 심각하게 해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같은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내란은 끝나지 않았다. 한시가 급하다"며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는 즉각 내란 특검을 발효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 지사는 "드러나고 있는 쿠데타 음모는 끔찍할 지경이다"며 "체포조 투입, 선관위 직원 구금에 '의원을 끌어내라', '국회 운영비 끊어라'까지. 심지어 소요 유도에 전차부대 동원 의혹까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런데도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은 거짓말과 버티기, 시간 끌기로 일관하고 있다"며 "헌재 심판 서류 접수조차 거부하고, 수사에 응할 기미도 없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수사 당국은 내란 수괴 윤석열을 즉각 체포해야 한다. 내란 수괴가 있어야 할 곳은 '관저'가 아니라 '감옥'이다"며 "내란의 완전한 종식은 그때부터이다"라고 강조했다.
민주, 한덕수 탄핵안 발의.. 만장일치 당론 채택
민주당은 한 권한대행이 특검 가동을 의도적으로 지연시키고 있다고 보고, 한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 소추안을 발의하기로 했다.
윤종군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24일 의원총회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한 권한대행 탄핵소추안이 만장일치 당론으로 채택됐다"고 밝혔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이날 의원총회에서 "내란에 동조하는 세력들이 반대하니 헌법기관 구성을 미뤄서 헌정질서를 사실상 파괴하고 판단하지 못하게 하겠다는 뜻 아니겠나"라며 "이것은 결국 또 다른 헌정질서 문란, 국헌 문란 행위로 독립적 내란 행위라 생각된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한 권한대행 탄핵 사유로 윤석열 대통령 직무정지 전 채 상병·김건희 특검법 거부권 건의, 12·3 비상계엄 사태 당시 국무회의 소집 등 내란 동조,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와의 부적절한 권력 이양 논의 등을 들었다.
또, 상설특검 후보 추천 의뢰 미이행 등 내란 수사 방해, 헌법재판관 임명 거부 입장 표명 등 대통령 권한대행이 된 이후의 행보도 탄핵 사유로 제시됐다.
이에 따라 오는 26일 본회의에서 한 권한대행 탄핵소추안이 보고되고 표결은 이르면 27일 이뤄질 전망이다.
앞서 박찬대 원내대표는 의원총회 전 원내대책회의에서 "한 권한대행이 특검 추진과 임명을 두고 여야가 타협안을 토론하고 협상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말하는데 내란 수사가 어떻게 타협의 대상이 될 수 있냐"며 "시간을 지연해 내란을 지속하겠다는 것 외에 달리 해석할 길이 없다"고 주장했다.
의도적 수사 지연술.. 尹 내란 수사 차질 없나
법조계에서는 특검 가동이 지연되면 수사 효율성과 공소 유지 측면에서 일정 부분 차질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공수처는 대통령에 대한 기소권이 없기 때문에 결국 사건을 특검이나 검찰에 넘겨야 하는데 특검이 제때 출범하지 않는다면 검찰이 사건을 맡을 수밖에 없게 된다.
윤 대통령이 기소된 후 공소유지도 관건이다. 특검은 기소부터 공소유지까지 전 과정을 맡게 되지만 검찰이 기소 후 공소유지를 할 경우에는 경우에 따라 담당 검사가 교체될 수도 있다.
한편, 공수처와 검찰은 내란 피의자의 기소 전 구속 기간을 20일로 정하고 수사에 속도를 올리기로 했다.
형사소송법에서 사법경찰관은 최장 10일, 검사는 최장 20일까지 법원의 허가를 받아 피의자를 구속할 수 있다.
이에 따라 경찰 단계에서 구속된 피의자는 검찰이 기소할 때까지 최장 30일, 검찰 단계에서 구속된 피의자는 최장 20일간 구속이 가능하다.
하지만 공수처법엔 공수처 검사가 피의자를 구속할 수 있는 최장 기간이 별도로 규정돼있지 않았는데 두 기관이 20일까지 구속하는 것으로 정리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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