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권신영 기자】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비판하는 문구의 현수막을 허가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나흘 전 게첩을 불허한 기존의 결정을 번복한 것으로, 현수막 문구를 단순한 정치 구호로 볼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24일 선관위에 따르면 전날 노태악 위원장 주재로 전체 위원회의를 연 뒤 선관위는 “‘이재명은 안됩니다’ 문구가 포함된 현수막을 게시할 수 없다고 구두로 답변했으나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탄핵심판 결과에 따른 궐위선거를 전제한 것이라는 비판이 있어 선관위 전체 위원회의에서 이 사안을 신중히 검토했다”고 했다.
이어 “그 결과 사회변화와 국민의 눈높이를 고려해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폭넓게 보장하는 방향으로 운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앞서 선관위는 부산 수영구(국민의힘 정연욱 의원의 지역구)에 조국혁신당이 게첩한 “내란수괴 윤석열 탄핵 불참, 정연욱도 내란 공범이다”란 문구의 현수막은 허용한 반면, 정 의원이 이에 반박해 이 대표를 비판하는 문구의 현수막을 맞게시하려 하자 불허해 논란을 샀다.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안 의결로 조기 대선 가능성이 커진 현 시점에 “이재명은 안됩니다”라는 문구가 특정 후보에 대한 낙선 목적의 사전선거운동에 해당할 수 있다는 것이 선관위의 설명이었다.
여권은 이 같은 선관위의 결정에 이중잣대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국민의힘 권성동 대표 권한대행은 지난 22일 선관위의 공정성을 언급하며 “선관위가 이 대표를 위해 사전 선거운동을 하는 것이 아닌가 판단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김상훈 정책위의장도 전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선관위가 무슨 자격과 권한으로 대통령 탄핵 인용을 기정사실로 하면서 조기 대선을 운운하는지 되묻고 싶다”고 말했다.
이에 선관위 노태악 위원장은 전날 오후 5시 30분부터 전체회의를 열고 현수막 논란을 긴급 안건으로 올려 논의했다. 회의 직후 선관위는 현재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결정이 아직 진행 중인 상황에서 ‘이재명은 안 된다’는 부분이 단순한 정치구호로 볼 여지가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해 ‘공직선거법’ 제254조의 사전선거운동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해 결정을 번복했다.
단 ‘공직선거법’ 제90조는 입후보예정자의 성명이나 기호 등이 포함되는 현수막에 대해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로 간주하고 있다. 선거일 전 120일부터 법상 해당하는 현수막을 게시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민주당 이건태 대변인은 선관위의 번복에 서면브리핑을 통해 “국민의힘의 압박에 굴복한 것이냐. 이런 오락가락 행태는 선관위의 중립성과 공정성을 해칠 뿐”이라며 “선관위는 담당 직원이 적법하게 내린 결론을 번복해 공직선거법을 위반하는 우를 범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고 규탄했다.
선관위 관계자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이번 결정은 특정 당에 대한 어떤 입장을 표한 것이 아니”라며 “그저 정치적 의사 표현의 자유를 보다 더 보장하는 부분으로 운용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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