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여사의 ‘보살’로 지목된 노상원(62·육사 41기·예비역 육군 소장) 전 국군 정보사령관이 정보사 내 수사2단 단장·부단장 임명을 ‘무당’과 상의했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24일 연합뉴스 등에 따르면, 노 전 정보사령관은 2022년 2월부터 올해 1월까지 2년간 전북 군산에서 점집을 운영하고 있는 여성 무속인 A씨를 20여 차례가 넘게 찾아갔다.
보도에서 군산시 개정면에서 점집을 운영하는 A씨는 “노 전 정보사령관이 2022년 2월부터 올해 초까지 셀 수 없을 만큼 자주 방문해 군인들의 사주를 물어봤다”고 밝혔다.
‘수사2단’은 계엄사령부 합동수사본부 내 편재에도 없는 조직이다. 노 전 정보사령관이 계엄 작전을 수행하기 위해 임의로 획책한 사조직이자 별동대다. 수사2단은 총 60명 규모로 설계됐다. 그는 구삼회 제2기갑여단장(준장)과 방정환 국방부 정책기획차장(준장)을 단장과 부단장으로 앉혔다.
12·3 비상계엄을 기획·설계하며 길일(吉日)을 점치던 노 전 정보사령관이 셀 수 없을 만큼 자주 군산 무당을 찾아 군인들의 사주를 물어본 이유가 짐작되는 대목이다.
구삼회 수사2단 단장과 방정환 부단장 임명을 군산 무당과 상의한 심증은 그의 과거 사례에서도 찾을 수 있다. 노 전 정보사령관이 부하들의 진급 여부를 관상을 참고해 결정했기 때문이다.
정보사 출신 한 군 관계자는 “(노 전 정보사령관이) 영관급 시절에도 휴가를 내서 계룡산에 가서 무당을 만나 기도를 드렸다”며 “정보사령관 시절에는 부하 직원들 승진시킬 때 관상을 보고 승진여부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그는 12·3 비상계엄 기획에 관여한 혐의 경찰 조사를 받으면서도 ‘관상’ 타령을 했다. 경찰 수사관들에게 ‘관상이 좋다’, ‘당신 이름이 뭐냐’고 물으며 이들의 관상·사주를 파악하려했다는 것이다.
노 전 정보사령관이 ‘무당’을 수십 차례 만나며 12·3 비상계엄을 이끌 별동대를 획책했다는 사실에, 그간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제기한 황당무계한 의견도 음모론으로만 치부할 수 없게 됐다.
실제로 노 전 정보사령관이 “계엄을 하려면 꼭 이날이어야 한다”고 12월 3일이라는 날짜를 콕 집어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에게 조언했다는 증언이 나오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정확한 날짜와 시간은 ‘12월 3일 밤 10시 30분’이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무속적 관점에서, 비상계엄 날짜와 시간을 아라비아 숫자를 한자로 적은 뒤 합해 보면 ‘12(十二)월(王), 3(三)일10시(十)시(王), 30(三十)분(王)’은 왕(王)이 세 번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 대선 당시 국민의힘 경선 TV토론에 왼손 손바닥에 ‘王’을 적고 나와 논란을 일으켰다. 당시 정치권을 중심으로 역술인이나 무당이 부적을 써준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윤석열 측은 ‘주민 분이 토론 잘 하라며 격려차 적어준 것으로 지우려 했지만 지워지지 않았다’는 취지로 해명했다.
“노상원 씨도 사주를 아주 잘 보는데 내가 신내림을 받은 무당이라 자주 찾아왔다.”
점집을 운영하며 김건희 여사 역술인 노릇을 한 노 전 정보사령관이 수십 차례 찾은 본인을 찾아온 이유에 대해 군산 무당은 이렇게 답했다. 학문(명리학) 보다 신(주술)을 더 믿었다는 얘기다.
노 전 정보사령관은 7사단에서 대대장과 연대장을 거친 뒤, 육군참모총장 수석전속부관, 대통령경호실 군사관리관, 777사령관, 정보사령관 등 핵심 보직을 거쳤다. 하지만 2018년 육군 정보학교장을 마지막으로 불명예 전역했다. 그해 국군의날에 여군 교육생을 강제추행해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 받아 군복을 벗었다. 이듬해 노 전 정보사령관은 지리산으로 들어갔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한 국회의원은 “(노 전 정보사령관이) 지리산에서 2년 동안 거주하며 뱀닭(죽은 뱀에서 나온 구더기를 먹인 닭)을 팔았다”며 불명예 전역을 한 뒤 연금 등이 끊겨 생계를 위한 선택이었다고 설명했다.
뱀닭 백숙은 150~200만원 정도로 비싸다. 한의학에서 뱀닭은 폐암 효능, 몸이 차가운 사람들이 체온 올리는데 효과적이라고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 무속인은 “(노 전 사령관이) 뱀닭을 키워 스스로 본인 신세를 망쳤다”며 “뱀닭을 키우는 것은 무속적 관점에서 자신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에게도 해가 간다”고 말했다. 무속인 말대로라면, 김건희 여사의 보살로 전국 곳곳의 무당과 계엄을 획책했던 노 전 정보사령관이 정작 자신의 앞날은 몰랐던 셈이다.
이날, 경찰 국가수사본부 특별수사단은 노 전 정보사령관을 내란실행, 직권남용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구속 송치했다.
Copyright ⓒ 아주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