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고영미 기자]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24일 ‘쌍특검법’(내란 특검법, 김건희 특검법)에 대해 “여야가 타협안을 토론하고 협상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자 더불어민주당이 한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소추에 즉각 나서기로 했다.
민주당이 이와 함께 한 권한대행을 포함한 총 6명 이상의 국무위원을 동시에 탄핵 소추할 수 있다며 압박에 나서자 국민의힘은 민주당을 ‘조폭’에 비유하며 강하게 반발했다.
박찬대 “총리 탄핵, 재적의원 과반수 찬성으로 가능”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내란 대행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에 대한 탄핵절차를 바로 개시하겠다”고 24일 말했다.
박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오늘이 바로 한덕수 총리에게 준 마지막 시한”이라며 “내란수괴 윤석열의 꼭두각시라는 치욕스러운 이름으로 역사에 남느냐, 아니면 주권자 국민의 명령을 충실하게 수행한 공직자로 남느냐는 전적으로 한덕수 총리의 결단에 달려있다고 분명히 경고했다”고 했다.
이어 “그러나 한덕수 총리는 오늘 국무회의에서 특검법을 공포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며 한 총리에 대한 탄핵 절차 개시를 선언했다.
민주당은 총리 탄핵 표결에 대한 의원 정족수를 국회의원의 과반인 ‘151명’으로 봐야 하는지 ‘200명’으로 봐야 하는지 논란에 대해서는 ‘과반’이라고 못 박았다. 헌법 62조 2항은 대통령을 제외한 국무위원 등의 탄핵소추 의결 정족수를 재적 의원 과반(151명), 대통령의 경우 재적 의원 3분의 2(200명) 이상 찬성으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박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이) 한덕수 총리 탄핵을 위해 (의결정족수가) 3분의 2 이상이 되어야 한다는 말은 틀렸다”며 “국무총리에 대한 탄핵은 일반 의결 정족수, 즉 재적의원 과반수 찬성으로 가능하다는 점을 다시 한번 분명히 한다”고 강조했다.
한 총리가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로 인해 대통령 권한대행의 직위에 있지만, 대통령은 아니라는 뜻이다.
박 원내대표는 “비록 직무가 정지되었지만, 윤석열의 현재 직무는 대통령”이라며 “두 명의 대통령이 동시에 존재할 수 없고, 한덕수 국무총리는 국민이 선출하지도 않았다”고 설명했다.
한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소추안의 구체적인 발의 시기는 이날 오후 비상 의원총회 직전 당 지도부 회의를 통해 결정될 전망이다. 이날 곧바로 탄핵안이 발의되면 26일 예정된 본회의를 거쳐 27일 표결될 가능성도 있다. 민주당은 운영위에서 단독 의결을 통해 27일 본회의 일정도 추가해뒀기 때문이다.
권성동 “겁박정치 극에 달해”
권성동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한 권한대행 탄핵안을 추진하는 데 대해 "시도 때도 없이 협박하는 민주당의 겁박 정치가 극에 달했다"며 "마치 이틀 안에 돈 입금하지 않으면 보복하겠다고 협박하는 조폭과 다름없는 행태"라고 비판했다.
권 대행은 2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 모두발언에서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가 이틀 전 한 대행이 오늘까지 쌍특검법(내란특검법·김건희여사특검법)을 공포하지 않으면 책임을 묻겠다고 겁박했는데, 드디어 오늘은 아침 회의에서 탄핵안을 발의하겠다고 공언했다"라고 밝혔다.
이어 "야당은 한 대행을 대통령 권한대행이 아닌 국무총리로서 탄핵하겠다고 한다"면서 "탄핵하는 이유는 대통령 권한대행으로서 직무수행인데 탄핵 공식 사유는 국무총리로서의 직무수행이다. 이런 말장난이 세상에 어딨나"라고 지적했다.
권 대행은 그러면서 "민주당은 입만 열면 내란 공범을 주장하는데, 민주당이 말하는 내란 극복은 헌정 질서를 파괴하겠다는 독재정치 슬로건"이라면서 "민주당이 이토록 한덕수 대행을 압박하는 것은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본격화되기 이전에 조기 대선을 실시하겠다는 목적"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한 대행의 탄핵 이후 국가적 후폭풍을 직시해야 한다"면서 "경거망동하지 말 것을 강력히 경고한다"고 강조했다.
한덕수 “특검, 여야부터 머리 맞대야”
앞서 한 권한대행은 24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열고 "정치권의 협력과 국민의 이해 없이 정부 홀로 할 수 있는 일에는 뚜렷한 한계가 있다"며 "정치의 본령은 이견을 조정해 국민을 통합하는 데 있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이날까지 두 특검법을 공포하지 않으면 한 대행까지 탄핵하겠다고 압박해왔지만, 정부는 국무회의에 법안을 아예 상정하지 않았다.
한 권한대행은 "특검법 처리나 헌법재판소 재판관 임명처럼 법리 해석과 정치적 견해가 충돌하는 현안을 현명하게 처리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여야가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어떻게 하면 특검 추진과 임명이 헌법과 법률에 따라 한 치 기울어짐 없이 이뤄졌다고 국민 대다수가 납득할지, 여야가 타협안을 토론하고 협상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한 권한대행이 국회의 본질까지 거론한 건 여야가 그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 것으로 풀이된다. 내란 특검법과 김건희 여사 특검법에 대한 재의요구 시한은 내년 1월1일로, 정례 국무회의 일정을 고려하면 사실상 오는 31일까지 결론 내야 한다.
한편 국무총리실은 지난 23일 국무위원 가운데 5명이 추가로 국회 탄핵소추안 의결로 직무 정지를 당할 경우 국무회의 안건 의결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총리실 고위관계자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현재 국무위원 구성을 보면 탄핵 소추로 직무가 정지된 장관을 포함해 16명이 현원"이라며 "만약 여기에서 5명을 더 탄핵하면 11명이 되지만, 탄핵 소추된 박성재 법무부 장관은 직무가 정지돼 국무회의에 참여하지 못하기 때문에 10명만 남는다"고 설명했다.
대통령·국무총리 및 19개 부 장관(국무위원) 등 21명이 구성 정원인 국무회의는 11명 이상이 출석해야 개의할 수 있으며, 11명 미만이 출석하면 개의 자체가 불가능하다. 또한 국무회의 가결 최소 요건은 11명 출석과 8명이 찬성이다.
이 관계자는 국무회의 의결이 불가능하게 되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법안이 자동으로 발효되느냐는 질문에 "정부가 공포를 못 하는 상황"이라며 "그렇게 되면 국회의장이 공포할 수 있는 것으로 안다"고 답변했다.
그러면서도 "현재 의원 숫자가 제일 많은 책임 있는 야당으로 그런 상태까지를 염두에 두고 진지하게 말한 것이라고 생각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고 강조했다.
앞서 이날 노종면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유튜브 채널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 출연해 국무위원 5명을 추가로 탄핵하면 국무회의가 안건을 의결하지 못하며, 지금 올라간 법안들은 자동 발효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재 국무회의 구성원 중 다수가 이탈한 상태다. 윤석열 대통령의 국무회의 참석이 불가해진 상태서 박성재 법무부 장관도 탄핵소추안 가결로 직무가 정지됐으며, 국방부·행정안전부·여성가족부 장관직은 공석이다. 현재 남은 국무회의 구성원은 한 권한대행과 15명의 국무위원 등 16명에 불과하다.
민주당은 현재 한 권한대행과 15명의 국무위원 중 5명을 추가로 탄핵 소추해 국무회의 개의 정족수를 충족할 수 없도록 할 수도 있다는 주장이다.
노 원내대변인은 이와 관련해 "(국무위원 5명 탄핵소추 고민은) 극단적인 것이 아니라 절실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진행자가 한 권한대행이 민주당이 요구한 3가지 가운데 일부만 수용하게 될 경우에도 탄핵 절차를 밟게 되느냐고 묻자 노 대변인은 "지금으로선 말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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