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의 공천 개입 의혹 등을 수사 중인 검찰이 명태균 씨의 이른바 '황금폰'에서 윤 대통령과 김 여사가 명씨와 통화한 녹음 파일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녹음 파일에는 윤 대통령이 2022년 재·보궐선거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이었던 윤상현 의원에게 김영선 전 의원의 공천을 직접 부탁하겠다는 취지의 내용이 담겼으며, 김 여사도 명씨에게 잘될거라고 말한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져 파장이 예상된다.
공천개입 정황이 담긴 통화 녹음 파일이 발견된 만큼 검찰 수사는 더 빨라질 전망이다.
尹 "윤상현한테 한번 더 얘기할게. 공관위원장이니까"
김건희 "권성동, 윤한홍이 반대하죠.. 걱정 마세요"
창원지검 전담수사팀(팀장 이지형 차장검사)은 명 씨가 제출한 '황금폰'을 포함한 휴대전화 3대와 USB 1개에서 윤 대통령 부부와 명 씨가 2022년 5월9일 나눈 통화녹취 파일 2건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통화 녹음은 앞서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10월 31일 공개한 윤 대통령과 명씨의 2022년 5월 9일 통화 이후 내용으로 보인다.
당시 민주당이 공개한 녹음 파일에서 윤 대통령은 명씨에게 "내가 김영선이 경선 때부터 열심히 뛰었으니까 김영선이를 좀 해줘라 그랬는데, 말이 많네 당에서"라고 말한다.
즉, 윤 대통령이 당시 당선인 신분에서 명씨의 요청에 따라 김영선 전 의원을 2022년 6·1 재보궐 선거에서 공천을 주려고 했으나 당내 반발이 있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검찰이 이번에 확보한 녹음 파일에는 윤 대통령이 당시 공관위원장이었던 윤상현 의원을 직접 언급하는 내용이 담겼다.
명 씨가 경남에 여성 국회의원이 없었다며 김 전 의원의 공천을 거듭 요청하자 윤 대통령은 "알았어요. 윤상현이한테 한 번 더 얘기할게. 공관위원장이니까"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는 윤 대통령의 해명과 상반된다. 지난 11월 7일 대국민 담화 및 기자회견에서 윤 대통령은 "누구를 공천 줘라, 이런 얘기를 해본 적 없다"며 "그 당시에 공관위원장이 정진석 비서실장인 줄 알고 있었다"고 해명한 바 있다.
검찰은 같은날 김건희 여사와 명씨가 나눈 통화녹음도 확보했다.
윤 대통령과 명씨의 통화가 끝난 후 약 40분 뒤 김 여사는 명씨에게 전화를 걸어 "당선인이 지금 전화했다. 걱정하지 마시라 잘될 거다"고 말했다는 것.
또, 김 여사는 당시 국민의힘 공관위 분위기도 파악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발언도 했다고 한다.
통화 녹음에는 김 여사가 "권성동, 윤한홍이 반대하는 거죠"라며 "걱정하지 마세요. 잘될 거예요"라고 말했다고 전해진다.
뿐만 아니라 명씨가 실질적 운영자로 알려진 미래한국연구소에서 만든 비공표 여론조사 보고서 파일을 윤 대통령 부부에게 최소 4차례 카카오톡과 텔레그램으로 전달한 것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윤 대통령 부부와 명씨 간 대화 내용 등을 토대로 공천 개입 의혹 등 수사를 이어갈 계획이다.
이에 대해 윤상현 의원은 윤 대통령에게 공천자 명단을 보고한 적이 없으며 원칙에 따라 공천했다는 입장이다.
윤 의원은 24일 의원총회 도중 기자들과 만나 "우리는 항상 9명의 공관위원들이 절차에 의해서 공천했다"며 "윤석열 대통령이 '김영선 공천해 줘라' 저한테 말한 적 없다"고 말했다.
이어 "저는 과거에 박근혜 전 대통령 시절에도 공관위원장이었지만 원칙과 기준에 의해서 (공천)하지, 대통령 할아버지가 전화해도 안 된다고 말씀드렸다"면서 "저는 9명의 공관위원 중 n분의 1, 9분의 1이었고 정당한 절차에 의해서 공천을 결정했다고 말씀드린다"고 덧붙였다.
반면 민주당은 윤 대통령 부부의 공천 개입 증거가 나왔다며 공세를 펼쳤다.
조승래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24일 브리핑에서 "명태균 씨의 '황금폰'에서 '윤상현에게 김영선 공천을 얘기했다'는 윤석열의 육성이 나왔다고 한다. 김건희가 명태균에게 '안심하라'고 말하는 통화도 나왔다"며 "윤상현이 공관위원장인지도 몰랐다던 윤석열의 변명은 새빨간 거짓말이었다. 전화를 받은 적이 없다고 잡아뗐던 윤상현 의원도 뻔뻔하게 국민을 속인 것입니다. 윤상현 의원이 그토록 기를 쓰고 내란 일당을 감싸려 했던 이유가 이것이었나"라고 비판했다.
민주 "윤상현, 명태균에 외교부 장관 청탁".. 명태균 녹취 공개
윤상현 "낭설.. 입각 부정적으로 생각"
이런 가운데 윤상현 의원이 명씨에게 외교부 장관을 청탁한 정황이 담긴 녹음 파일도 24일 공개됐다.
민주당은 이날 공보국을 통해 녹음파일을 배포하면서 "2022년 3월 중순 명씨와 김영선 전 의원 사이의 통화가 녹음된 것으로, 파일에는 명씨 음성만 담겨있다"고 설명했다.
해당 녹음에는 명씨가 김 전 의원에게 "윤상현과 아까 통화했는데 내가 '형님, 원내대표 나가라'고 했더니, 자기가 외교통상부에서 어떻고, 13년 됐고 막 떠들더라"라고 말한다.
명씨는 "그러더니 나보고 '형수한테 얘기 좀 잘해달라' 하더라. 안그래도 (형수를) 만나러 간다고 했더니 '너만 믿는다'고 하더라"라고 말했다.
이어 "(윤 의원이) 급하다 급해. 나한테 외교통상부 이력을 얘기하는데 나한테 얘기해서 뭐 하나. 외교통상부 장관은 원희룡도 하고 싶어 죽으려 한다"고 덧붙였다.
명씨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당시 명씨는 윤 의원에게 원내대표 선거에 나가라고 권했으나 윤 의원은 외교부 장관을 원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해당 통화가 이뤄진 후 당시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조기 사퇴를 공식화하면서 4월 8일에 원내대표 선거가 치러졌는데, 윤 의원의 출마 가능성이 거론됐지만 막판에 불출마를 했고 권성동 의원이 원내대표로 선출됐다.
이에 대해 윤상현 의원은 이날 기자들을 만나 "저는 외교부 장관을 원한 적이 한 번도 없다"며 "여러 가지로 입각, 이런 것에 대해서 개인적으로 부정적이었다. 외교부 장관을 원했다는 것은 낭설"이라고 해당 의혹을 강하게 부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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