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경제TV 황재희 기자] 삼성전자 DS(디바이스솔루션)부문이 생산량 조절과 선단 공정 전환을 빠르게 추진하는 한편, 고부가제품인 HBM(고대역폭메모리) 판매 확대에 나서는 등 체질 개선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범용D램의 가격 하락으로 4분기부터 실적 부진이 점쳐지고 있는 까닭이다. 문제는 삼성전자가 아직까지 5세대 제품(HBM3E)의 기술경쟁력을 입증하지 못한 데다 중국 메모리 업체의 거센 추격으로 2025년의 경우 불확실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국내 주요 증권사는 최근 삼성전자 DS부문의 4분기 영업이익을 하향조정 했다. 당초 4조6000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둘 것으로 추정했으나 최근 3조6000억원으로 조정한 것. 컨센서스가 부합하면 3조8600억원을 기록한 직전분기보다 6.7% 감소한다.
증권가에서 삼성전자 DS부문의 영업이익을 조정한 이유는 범용D램의 판매가격 하락과 무관치 않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중국업체들이 장악한 PC용 범용 제품(DDR4 8GB 1Gx8)은 평균 거래 가격은 지난달 1.35달러를 기록해 올 7월(2.1달러)보다 35.7% 하락했다. 메모리카드와 USB용 낸드플래시 범용 제품(128Gb 16Gx8 MLC)도 같은 기간 4.9달러에 2.16달러로 56% 급락했다.
범용D램의 판매가격 하락은 경기침체로 IT제품 수요가 부진한 가운데 중국 업체들이 가격을 무기로 대량 공급에 나선 영향이 컸다. 중국 최대 D램 기업인 창신메모리(CXMT)만 해도 2022년에는 시장점유율이 4%에 불과했지만, 올해는 저가 물량 공세 등에 힘입어 12%까지 확대했다. 국내 증권사 입장에선 삼성전자 DS부문이 범용D램에서 전체 영업이익의 66%를 올리는 상황과 중국발 타격을 고려해 수익 지표를 조정한 셈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삼성전자 DS부문 역시 외형보다는 내실에 초점을 맞춘 경영전략을 짜고 있다. 구체적으로 D램과 낸드플래시 생산량을 탄력적으로 줄이는 동시에 선단 공정 가속화와 재고 건전화 작업을 추진 중이다. 아울러 범용D램보다 3~5배 이상 판매가격이 높은 HBM 생산능력(CAPA) 확대에 집중하고 있다.
다만 올 4분기뿐만 아니라 내년 역시 삼성전자 DS부문의 경영환경이 녹록지 않을 것이란 게 시장의 전망이다. 수익 제고를 위해선 HBM 판매를 늘려야 하는데 5세대인 HBM3E는 아직까지 엔비디아의 퀄 테스트(품질검증절차)를 통과 못했고, 설령 올 연말 혹은 내년 초 통과해도 SK하이닉스와 미국 마이크론이 시장을 선점한 상태라 삼성전자 DS부문의 몫이 한정적일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아울러 삼성전자 DS부문이 내년 출시를 목표로 공 들이고 있는 6세대 제품(HBM4)의 경우 어떠한 개발 변수가 생길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 마냥 희망적으로 볼 수 없다는 점도 시장에서 이러한 전망을 내놓고 있는 이유다.
이런 가운데 중국 업체가 범용D램에 이어 HBM등 첨단 제품에서도 추격 속도를 높이고 있는 부분도 삼성전자가 체질 개선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배경이다. 창신메모리만 하더라도 올해 HBM 제조장비를 대거 구매해 허페이에 생산라인을 구축하고 2026년을 목표로 양산을 준비 중이다. 아직은 제품의 사양이 낮고, 반도체 집적도나 수율 면에서도 기술 격차가 크다. 하지만 32G 용량의 DDR5를 최근 출시하는 등 기술 개발 속도를 높이고 있어 향후 삼성전자의 새로운 경쟁자가 될 것이란 전망도 심심치않게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해 하현수 한국기업평가 연구원도 "중국 메모리업체의 공급량 확대로 인해 범용 메모리 수급 개선이 지연되며 범용 및 고부가 메모리 제품 간의 수급 디커플링(탈동조화)이 가속화될 것으로 본다"면서 "내년 메모리 업계의 추가적인 수익성 개선 여력은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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