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수단 정부가 기근이 국가 전역으로 확산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줄 예정인 보고서 발표를 앞두고 전 세계 기아모니터링 시스템에서 탈퇴하겠다고 밝혔다. 인도주의 비정부단체(NGO)들은 수단 기아 위기 해결을 위한 노력이 약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23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수단은 농업부 장관 명의로 통합식량안보단계분류(IPO·Integrated Food Security Phase Classification) 시스템에서 대한 참여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IPC와 기아검토위원회(기아 판단을 심사하고 검증하는 조직), 외교관을 대상으로 보내진 이 서한에서 수단 정부는 “IPC가 수단의 주권과 존엄성을 훼손하는 신뢰할 수 없는 보고서를 발행했다”고 비판했다.
로이터가 입수한 브리핑 보고서에 따르면, IPC는 수단 내 5개 지역으로 기근이 확산하고 내년 5월까지 10개 지역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보고서를 발표할 예정이었다. 보고서는 “치명적인 분쟁과 열악한 인도주의적 접근으로 식량 및 영양 위기가 전례 없이 심화되고 확대됐다”고 명시했다.
수단 정부는 IPC의 보고서가 최근 영양실조 데이터와 최근 여름 우기 동안의 작물 생산성 평가를 포함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번 농산물 재배가 성공적이었다고 밝혔다. 또한 정부와 적대관계에 있는 신속지원군(RSF)이 통제하는 지역에서의 IPC 데이터 수집 능력에 대해 의문을 표했다.
IPC는 서구 국가들로부터 자금을 지원받고 19개 대규모 인도주의 단체와 정부기관의 감독을 받는 독립기관이다. IPC는 세계적으로 기아를 모니터링해 식량 위기 단계를 ‘정상-경고-위기-비상-재앙·기근’ 등 5개로 분류해 발령하는데 세 가지 조건에 해당해야만 최악의 단계인 기근을 선포하고 있다.
IPC가 정상적으로 활동하기 위해서는 해당 국가의 협조가 불가피하다. 그러나 수단은 2023년 4월 내전이 발발한 이후 IPC는 조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수단 정부는 올해 초 IPC의 활동을 방해해 일부 주민들이 생존을 위해 나뭇잎을 먹어야 할 정도인 난민캠프 잠잠(Zamzam)에 대한 기아 판단을 수개월 동안 지연시켰다.
잠잠 캠프는 최소 50만명이 거주하는 수단 최대의 난민 캠프이나 내전이 격화되면서 식량과 의약품 등을 전달하는 경로가 막힌 상태이다. 현지에서 활동 중인 한 NGO 관계자는 “IPC 시스템 탈퇴는 국제사회가 수단의 기아 위기를 헤쳐나가기 위한 나침반을 빼앗기는 격”이라며 “독립적 분석 없이는 식량 불안정이라는 폭풍 속을 눈 가리고 진입하게 된다”고 말했다.
수단 외에도 미얀마와 예맨 당국 역시 IPC에 대해서 압력을 가하고 있다. 미얀마에서는 IPC가 연구원들의 안전을 우려해 해당 지역의 기아 평가를 웹사이트에서 삭제했다. 로이터는 최근 미얀마의 군사정권이 원조 단체들에게 수백만명 주민들이 심각한 기아를 겪고 있다는 데이터를 공개하지 말라고 경고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Copyright ⓒ 이데일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