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은행장 인사를 보면 시중 은행들이 향후 비은행 부문 강화 쪽으로 경영 전략을 잡은 경향성이 뚜렷히 나타났다. 기존 은행 내부 출신이 아닌, 카드‧보험‧캐피탈 등 계열사 출신을 신임 은행장으로 발탁함으로써 이종 업무간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24일 은행업계에 따르면, 차기 은행장 후보로 NH농협은행은 강태영 농협캐피탈 부사장을, KB국민은행은 이환주 KB라이프생명 대표를, 하나은행은 이호성 하나카드 사장을 낙점했다.
이들은 계열사에서 낸 확실한 성과를 바탕으로 지주 내 주력 계열사인 은행의 수장 자리로 발탁됐다. KB국민은행장 후보인 이환주 내정자는 KB생명과 푸르덴셜생명 통합작업을 맡아 성공적인 합병을 이뤄냈다. 그는 취임 첫 해에 전년 동기 대비 90% 이상 급증한 2562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뒀다.
이호성 내정자는 '트래블로그 카드'라는 혁신적인 상품을 내놓으며 실적 성과를 보였다. 트래블로그 흥행에 힘입어 하나카드의 올해 3분기 누적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44.8% 증가한 1884억원을 기록했다.
이들 계열사 출신을 차기 은행장으로 낙점한 배경에는 '비은행 포트폴리오'에 중점을 둬야하는 업황 환경이 꼽혔다. 내년부터 금리 인하 효과가 나타나면 은행의 수익 하락이 불가피하므로, 결국 비은행 부문과의 시너지가 어느 때보다 실적에 중요하게 작용하리란 분석이다.
은행 내부 출신이 행장 후보가 된 우리은행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정진완 내정자는 중소기업그룹을 이끌고 있는데, 이 부문도 은행 내 비주류 부문으로 꼽힌다. 그만큼 주력 은행 업무가 아닌, 그간 비주력 분야로 간주되던 영역이나 비은행 부문에서 수익 개선을 이끌어내야 하는 경영 환경이 된 것이다.
유일하게 연임에 성공한 정상혁 신한은행장은 '기관솔루션그룹', '플랫폼영업부' 등 조직개편을 통해 영업력 강화를 꾀한다.
은행업계 관계자는 "최근 금융지주사들이 비은행 강화를 꾀하면서 차기 은행장 인사에서 비은행 부문의 경험과 성과 여부가 중요하게 작용했다"며 "계열사간 시너지를 내면서 지주 중심의 체계가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현정 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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