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비상계엄령 선포 사태로 붕괴된 소비심리가 1년 만에 최처지 기록을 갱신하며 숫자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이 24일 발표한 '2024년 12월 소비자동향조사'에 따르면 소비자심리지수(CCSI)가 88.4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달보다 12.3포인트(p) 하락한 수치로, 2003년 이후 장기평균치인 100을 크게 밑돌며 소비자들의 경제 전망이 비관적임을 나타냈다.
소비자심리지수는 소비자들이 경제 상황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지를 종합적으로 보여주는 지표다. 100을 기준으로 이를 초과하면 장기평균보다 낙관적임을, 미달하면 비관적임을 의미한다.
세부적으로 보면, 소비자들의 가계 재정상황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두드러졌다. 현재 생활형편에 대한 지수는 87로 전월보다 4p 떨어졌고, 생활형편 전망 지수는 8p 하락한 86으로 나타났다.
가계수입 전망(94)과 소비지출 전망(102) 지수도 각각 6p와 7p 하락했다. 특히 소비 지출 전망은 소비 위축이 현실화될 가능성을 시사한다.
경제 상황에 대한 인식은 더욱 비관적이었다. 현재 경기 판단 지수는 52로 전월보다 18p 급락했으며, 향후 경기 전망 지수 역시 18p 떨어진 56으로 나타났다. 취업 기회 전망 지수도 14p 하락하며 65를 기록했다. 이는 고용 시장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편, 금리 수준 전망 지수는 98로 전월 대비 5p 상승했다. 이는 소비자들이 금리 인상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음을 반영한다.
물가에 대한 우려도 증가했다. 물가 수준 전망 지수는 150으로 3p 상승했으며, 향후 1년 기대 인플레이션율은 2.9%로 전월보다 0.1%p 올랐다. 소비자들은 공공요금(49.7%), 농축수산물(45.3%), 석유류 제품(38.1%)을 물가 상승의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이번 조사 결과는 국내 경제의 불확실성이 심화되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소비자들의 경제 심리는 전반적으로 악화되고 있으며, 이는 가계소비 감소로 이어져 경기 부진이 장기화될 가능성을 시사한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이번 지수 하락은 경기 둔화 우려와 대내외 경제 여건의 불확실성 증대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이번 조사는 전국 도시 2500 가구를 대상으로 지난 10일부터 17일까지 진행됐으며, 응답률은 90.8%를 기록했다. 조사 결과는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ECOS)을 통해 자세히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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