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올림픽 이후 6년째 결론 못 내…한시적 운영 6개월 연장
윤 대통령 '존치' 뜻 밝혔지만…탄핵 정국에 또다시 안갯속
(정선=연합뉴스) 박영서 기자 = 2018 평창동계올림픽 유산인 강원 정선군 가리왕산 케이블카의 존치 여부가 사실상 올해 안에 결론을 내지 못한 채 해를 넘기게 됐다.
'존치냐, 철거냐'를 두고 논의 중인 산림청과 환경단체, 정선군은 우선 이달 말로 끝나는 케이블카의 한시적 운영 기간을 6개월 더 연장하고 지속해서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올림픽 후 전면 복원 약속을 근거로 철거를 주장하는 환경단체와 관광자원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강원도와 정선군 간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월 민생토론회에서 사실상 존치에 무게를 둔 의견을 내놓은 바 있어 최종 결정권자인 산림청이 쉽게 결정을 내리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 환경단체 "전면 복원 전제로 알파인경기장 조성"…약속 이행 촉구
2018 평창올림픽 알파인스키 활강·슈퍼대회전 경기가 열린 가리왕산 알파인센터는 폐막 후 복원을 전제로 조성됐다.
하지만 대회가 끝난 뒤 케이블카를 존치해야 한다는 강원도와 정선군 지역사회의 요구로 2021년 4월 '2024년 말까지 한시적 운영'이라는 타협점을 찾으며 케이블카의 수명을 연장한 상태다.
환경단체는 '가리왕산 복원' 약속이 지켜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가리왕산은 노랑무늬붓꽃, 도깨비부채 등 희귀식물의 자생지로서 생태적 가치를 유지하기 위해 2008년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으로 지정된 곳이다.
그러나 평창올림픽 알파인경기장 건설에 따라 '올림픽 종료 후 복원'을 전제로 보호구역 일부(78.3㏊)가 해제됐다.
환경단체는 2012년 정부가 가리왕산을 알파인경기장으로 지정할 때도, 2013년 산림청에서 유전자원 보호구역을 해제할 때도, 2014년 환경영향평가를 진행할 때도 '올림픽이 끝나면 원상 복원한다'는 단서가 달렸던 점을 근거로 복원을 주장한다.
환경 파괴 논란 속에도 가리왕산에 경기장을 만들 수 있던 건은 전면 복원을 약속했기 때문이므로, 케이블카의 사용 기간이 연장됐다고 하더라도 복원의 필수조건인 케이블카 철거는 반드시 집행돼야 한다고 촉구한다.
게다가 6년째 방치된 슬로프에서 매년 토사와 흙과 돌이 쓸려 내려가는 등 산사태 위험까지 크다고 우려한다.
녹색연합 등에 따르면 올림픽이 끝난 뒤 6년간 3차례 슬로프에서 산사태가 발생했다. 경사로 곳곳에서 산사태를 막기 위한 임시 조치 흔적도 관찰돼 산사태 취약지역에 다중이용시설을 운영하면 안전 문제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높인다.
◇ 정선 주민들 "케이블카 경제효과 커"…철거 시 지역소멸 가속화 우려
반면 정선 지역사회에서는 엄연한 올림픽 문화유산이므로 존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케이블카가 차지한 면적을 제외한 곳에서 이미 복원 계획을 추진 중이며, 도보나 차량으로 이동할 때보다 자연 훼손이 적으므로 오히려 자연 보전의 기능이 더 크다고 주장한다.
무엇보다 케이블카 존치 주장은 지역소멸 위기에 직면한 폐광지역인 정선군의 지역 활성화와 연결된다.
지난해 1월 케이블카 개장 이후 최근까지 누적 탑승객은 34만명을 넘어섰다.
이는 정선군 인구의 10배에 달하는 숫자다.
탑승객 숫자가 보여주듯 빼어난 자연경관을 자랑하며 단숨에 핵심 관광자원으로 자리 잡았다.
강원연구원의 가리왕산 케이블카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생산 파급효과 753억원·취업 파급효과 882명으로, 주민들은 곤돌라 존치가 지역경제 회생의 초석이 될 것으로 믿고 있다.
주민들은 지역소멸 위기 속에서 자연과 사람이 공존하는 지속 가능한 발전 모델, 숲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기존 시설을 활용한 생태복원을 추진하는 게 합리적이라는 시각을 갖고 있다.
바로 이 지점에서 정선군이 추진하는 것이 바로 '가리왕산 올림픽 국가정원' 조성이다.
전남 순천만 국가정원, 울산 태화강 국가정원에 이어 중부권 최초의 산림형 국가정원을 조성함으로써 생태복원과 지역 활성화의 절충점을 제시하고 있다.
◇ '존치냐, 철거냐' 결론 도출 아직…한시적 운영 기간 연장
산림청은 가리왕산 케이블카 존치 여부 결정을 위해 환경단체, 정선 주민, 각계 전문가 등으로 꾸린 '가리왕산 곤돌라 평가 및 합리적 보전·활용 추진 협의체'를 운영 중이다.
지난달부터 최근까지 8차례에 걸쳐 회의했으나 아직 결정을 내리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산림청이 최근 케이블카의 한시적 운영 기간을 내년 6월까지 연장하면서 오는 27일 나올 예정이었던 산림청의 가리왕산 곤돌라 유지 여부 평가 용역 결과와 이를 근거로 한 존치 여부 결정 역시 덩달아 미뤄지는 모양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월 민생토론회에서 올림픽 유산을 활용해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고, 가리왕산에 산림형 정원 조성을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한때 존치 가능성에 무게가 실렸으나 탄핵 정국으로 접어들면서 가리왕산 케이블카의 운명은 또다시 안갯속으로 빠져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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