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송중기가 영화 ‘보고타: 마지막 기회의 땅’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송중기는 23일 오전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영화 ‘보고타: 마지막 기회의 땅’ 인터뷰에서 영화가 무산되지 않고 개봉하는 것에 깊은 감사를 표했다.
그는 “오랜만에 극장에서 개봉하는 작품이라 엄청 떨린다. 앞서 ‘화란’은 저예산 영화여서 비교할 수 없기도 하고. 무척 떨리기도 하지만 기대되는 것도 있다. 개봉 날짜상 올해 마지막 영화가 되어서 약간 이상한 책임감도 생긴다”며 “한국 영화가 요즘 많이 어렵다고 하니까 책임감도 생기는 것 같다. 당연히 내 영화니까 많은 분에게 예쁨 받고 싶은 욕심이 있다”고 고백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작품을 비롯해 24일 극장 개봉하는 ‘하얼빈’과 26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되는 ‘오징어 게임’까지 모두 잘 됐으면 좋겠다고 털어놨다. “다같이 잘 먹고 잘살았으면 좋겠다”고 농담 섞인 진담을 전하기도 했다.
‘보고타: 마지막 기회의 땅’은 IMF 직후, 새로운 희망을 품고 지구 반대편 콜롬비아 보고타로 향한 국희(송중기)가 보고타 한인 사회의 실세 수영(이희준), 박병장(권해효)과 얽히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콜롬비아의 수도 보고타를 메인 로케이션으로 설정하고 카리브해의 휴양도시 카르타헤나, 지중해의 섬나라 사이프러스 등 이국적인 풍광을 담아내 기대를 모은다.
‘보고타: 마지막 기회의 땅’은 무려 4년 전 크랭크인했으나 코로나19 여파로 이제야 빛을 보게 됐다. 지난 2020년 1월 현지에서 촬영을 시작했다가 상황이 악화되자 중단, 이듬해 어렵사리 촬영을 재개해 크랭크업했다.
송중기는 “현지에서 코로나19 때문에 불안한 건 하나도 없었다. 다만 촬영을 이미 시작한 작품인데 사라질까봐 걱정됐다. 우리뿐 아니라 다른 작품들도 ‘올스톱’ 됐고 타국에서 아예 작업을 못하는 국가도 있었다. 우리도 다시 콜롬비아로 가야 하는데 못 가는 상황이었다”며 “한국에 돌아온 후 드라마 ‘빈센조’를 찍었고 차기작으로 ‘재벌집 막내아들’을 결정한 상황에서도 내가 ‘보고타: 마지막 기회의 땅’을 먼저 찍어야 한다고 고집 부렸다. 결과가 어떻든 주인공으로 잘 이끌어 가야 한다는 책임감이 있었다. 영화가 엎어질 까봐 그런 무서움이 있었다. 작품을 지켜야 한다는 두려움과 책임감이 있었는데 이렇게 개봉할 수 있게 돼 감사하다. 그래서 더 홍보를 잘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고 애정을 드러냈다.
송중기는 주연으로서의 책임감을 털어놓으며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 그는 “부담감은 주연을 맡았을 때 가지고 가는 단어”라며 “주연으로서의 부담감은 무조건 나를 둘러싸고 있다. 부담감을 가지지 않는다면 주연 배우를 해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캐릭터에 대한 부담감은 없었다고. 다만 10~20대를 표현하는 것에 있어서 민망함은 있었다며 웃으며 말했다. 송중기는 “국희가 콜롬비아에 처음 도착했을 때 나이가 19살이고 적응한 후에는 20대 초반 시절이다. 촬영에 들어갈 때 실제 내 나이가 35살이었다. 민망했다. 내가 하는 게 맞나 싶어서 제작사 대표님께도 ‘나는 아닌 것 같다’고 말씀드리기도 했다. 하지만 (작품을 하겠다고) 마음을 바꾼 건 민망함을 채워줄만한 지점들이 많았다. 스스로 ‘중기야. 나이 들기 전에 하자. 더 나이 들면 하고 싶어도 못 해. 시켜주지도 않아’라며 설득했다. 콜롬비아 현지 크루들과 함께하는 경험을 해보고 싶었다”고 밝혔다.
새로운 환경, 새로운 문화권에 대한 호기심이 많다고. 하지만 송중기는 단순히 ‘해외 로케이션’에 한정되는 것으로 비칠까 염려를 표했다. 그는 “이렇게 프로덕션 전체를 올로케이션으로 한 건 처음이었다. 겁도 나긴 했지만 매력적으로 다가왔다”면서도 “해외라는 게 중요한 건 아니었다. 더 정확하게 적절한 단어를 찾는다면, 해보지 않은 장르나 작업해보지 않은 사람들과 새로운 것을 하는 게 좋았다. 해외 작품이라 좋다는 뜻은 아니다. 내가 경험하지 않았던 문화권에서 다른 문화권에 있는 크루들과 같이 배우면서 개인적으로 배우는 게 많았다. 다른 지점을 찾기 쉬워서 해외 작품을 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고여 있는 것을 싫어하는 성격이다. 그래서 함께했던 감독님들과 두 번 이상 한 작품도 그렇게 많지 않다. 데뷔 전부터 그랬다. 새로운 분들과 하는 것을 선호하는 기질이 있는 것 같다”면서 “대본 자체가 별로였다면 ‘보고타: 마지막 기회의 땅’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 국희가 변해가는 환경 안에서 ‘나라도 그렇겠다’는 공감의 지점이 있어서 선택했다. 올로케이션도 매력으로 다가온 것이지 그게 이유가 되면 주객이 전도되기 때문에 위험하다”고 덧붙었다. 더불어 “주인공이 아니어도 분명히 해야할 명분이 있고 깊이감이 있다면 어떤 작품이든 할 수 있다. 그래서 ‘화란’을 했던 것이기도 하고. 그 작품 역시 공감이 안 되면 못 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완성된 ‘보고타: 마지막 기회의 땅’의 만족도는 80점. 송중기는 89점을 주고 싶었지만 건방져 보일까봐 9점을 깎았다고 농담하면서 “대본으로 볼 때보다 훨씬 뜨겁게 나와서 만족스럽다. 관객들의 시선과 해석은 다 다르니까 어떻게 봐주셨으면 좋겠다는 마음은 전혀 없다. 다 받아들이는 편이다. 좋은 반응이든 그렇지 않은 반응이든 많이 봐주셨으면 좋겠는 마음”이라고 전했다.
송중기는 앞으로도 고여 있지 않고 끊임없이 도전하고 싶다고 의지를 불태웠다. 그는 “해외 작품 오디션도 계속 보고 있다. 성사될 뻔했다가 안 되어서 보여 지지 않았을 뿐, 물밑에서는 계속 발을 젓고 있다. 아내가 배우 생활은 은퇴했지만 인맥이 많아서 그런 부분에서 조언과 도움을 많이 준다. 앞으로도 ‘현재진행형’이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보고타: 마지막 기회의 땅’은 올해의 마지막 날 12월 31일 극장 개봉해 관객들을 만난다.
정희연 동아닷컴 기자 shine2562@donga.com
사진제공|하이지음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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