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은 한국 군인권의 분기점으로 일컬어지는 '윤 일병 사건'이 발생한지 10년 되는 해이기도 하다. 2부로 구성한 다큐는 출연자 개개인의 사연을 소개하기보다는 군 사망사고 유족들의 연대 과정과 그들이 우리 사회에 남겨 온 성과와 고민을 정리하는 데 주력했다.
故 윤승주 일병 유가족을 시작으로 故 노우빈 훈련병, 故 홍정기 일병, 故 이예람 중사, 故 황인하 하사, 故 김상현 이병 유가족 등 군에서 자녀를 떠나보낸 다수의 유가족이 지난 1년 동안 '엄마의 말뚝' 제작에 함께했다.
1부에서는 선임병들의 지속적인 폭행 끝에 사망한 故 윤승주 일병의 사인을 질식사로 둔갑시키는 데 급급했던 군의 민낯을 고발하는 한편, 윤 일병의 어머니 안미자(69) 씨가 세상으로 나와 다른 유가족들과 연대하기까지의 과정을 감동적으로 그려냈다.
2부는 '채 상병 사건' 진상규명 활동과 항명 혐의로 군사재판을 받고 있는 박정훈 해병대 전 수사단장 연대 활동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10년이 지났지만 무엇이 바뀌었냐'는 유족들의 물음은 최근 들어 부쩍 잦아진 군대 내 사고들과 맞닿아 있는 지점이 있다.
한편 좌절감이나 비애를 느끼는 것에 그치지 않고, 희망을 꿋꿋이 품으며 군대 관련 법·제도 개선활동에 정진하는 유족들의 모습은 그 자체로 다큐의 하이라이트가 된다. 군인권보호관 제도, 군사법원 폐지 · 축소, 군 의료체계 개편 등 오랜 세월 유족들이 이뤄낸 성과들은 장병들이 조금이나마 안전하고 편안한 환경에서 복무할 수 있는 밑바탕이 됐다. 그 과정에는 유족들의 든든한 방패막이 역할을 해온 군 인권 활동가들의 활약도 있었다.
대학생 시절부터 유가족들과 관계를 이어왔다는 조현우 PD는 "다큐에 출연한 유족뿐 아니라 무수히 많은 유족들이 군을 상대로 소리 높여 왔다"며, "그 노력들이 연결돼 한국 군대가 변할 수 있었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된다"고 당부했다.
소설가 故 박완서 선생의 단편에서 제목을 가져왔다는 다큐멘터리 '엄마의 말뚝'은 MBC경남 유튜브 채널 '엠키타카'를 통해 27일(금) 밤 9시 전편 공개된다. 경상남도 지역에서는 MBC경남 TV로 26일(목), 27일(금) 저녁 6시 5분에 다큐를 먼저 만날 수 있다.
iMBC연예 김경희 | 사진출처 MBC경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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