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자화자찬’ 이기흥 체육회장 3선 도전 공식화…체육계 “尹 정권의 최대 수혜자” 반발

[이슈] ‘자화자찬’ 이기흥 체육회장 3선 도전 공식화…체육계 “尹 정권의 최대 수혜자” 반발

폴리뉴스 2024-12-23 18:47:45 신고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이 23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파크텔에서 열린 대한체육회장 선거 출마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4.12.23 [사진=연합뉴스]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이 23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파크텔에서 열린 대한체육회장 선거 출마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4.12.23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고영미 기자]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이 ‘3선 도전’을 공식 선언했다. 이 회장은 자신을 옥죄는 수사·감사 기관의 조사에 대해서는 무관함을 강조했으나 체육계 관계자들은 “이 회장은 윤석열 정권의 피해자가 아니라 최대 수혜자”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특히 체육계 관계자들은 “이 회장은 윤석열 정부에서 무소불위 권력을 누렸으며 윤 대통령의 이른바 ‘손바닥 王(왕)’ 논란에도 이 회장이 관여되어 있다”라고 주장했다. 

이 회장이 선거 출마를 공식화 한 가운데 ‘반 이기흥’ 연대에 나선 체육회장 후보들이 단일화 논의를 위한 2차 회동을 가졌다. 

이기흥 “정부 고위 관료가 불출마 종용” 주장 

이 회장은 23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파크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내년 1월 14일 예정된 제42대 회장 선거에 출마하겠다고 밝혔다. 2016년 통합 체육회 선거를 통해 수장에 오른 뒤 올해 두 번째 임기 종료를 앞둔 이 회장은 3선을 노린다.

그는 체육회를 '사유화'한다는 비판 속에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와 체육 정책을 놓고 갈등을 빚어온 이 회장은 그간 3선 도전 전망이 이어지는 가운데 공식적으로는 입장을 내놓지 않았었다. 

이 회장은 이 자리에서 “사실 재임으로만 끝내려고 했다. 하지만 대한민국 체육이 대내외적으로 많은 위기를 겪고 있다. 이를 도외시하고 출마하지 않는다는 것은 무책임한 일이라 생각한다”며 체육회장 선거 출마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이 회장은 정작 기자회견에서는 향후 비전보다는 현재 진행 중인 사정기관의 각종 수사, 조사에 대한 자신의 억울함을 해명하고, 8년간 이룬 성과에 대한 자화자찬에 시간을 쏟았다. 

최근 이 회장은 체육회의 관리·감독 기구인 문화체육관광부와 대립하고 있고, 각종 비리 혐의로 경찰, 검찰, 감사원의 조사를 받고 있다. 

특히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공직복무점검단은 지난달 업무방해와 금품 수수, 횡령, 배임 등 혐의로 이 회장을 비롯해 8명을 수사 의뢰했고, 문체부는 이 회장의 직무를 정지시켰다. 검찰과 경찰 등이 대한체육회와 진천 선수촌을 압수수색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이 회장은 자신을 둘러싼 의혹에 대해 모두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는 “대한민국 모든 권력기관이 체육회 조사에 나서고 있는 상황에서 정리를 반드시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나를 ‘악마화’하고 있는데 결국 내가 물러서면 무책임하게 모든 것을 인정하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이어 “난 선출직으로 장관이 임명한 자리가 아니기 때문에 직무 정지를 시키려면 대의원 총회를 거쳐야 한다. 문체부의 직무 정지는 잘못된 것”이라며 “무죄 추정의 원칙은 지켜져야 한다. 수사 기관의 조사가 아직 끝나지 않았으니 더 지켜보자”고 덧붙였다.

이 회장은 최근 한 미디어와 인터뷰에서 “정부 고위 관계자로부터 ‘정부가 내정한 차기 체육회장 후보가 따로 있다’라는 말을 들었다”라는 발언을 했다고 전해진다. 이 부분에 대해 이 회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정부 고위 관계자가 자신에게 회장 선거 불출마를 종용하고 다른 고위직을 제안했다고 재차 주장했다.

그는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 사람은 아니고, 우리나라 최고 기관 고위직 관료라고 보면 된다”며 “올림픽이 끝나고 그 분이 차기 체육회장으로 한 재벌 오너가 어떻겠느냐고 해서 나는 체육회장이 생활 체육 등 챙길 게 많아 회장직에 전념해야 하는데 기업인은 어려울 것 같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했다.

이 회장은 이어 “나는 역으로 그 고위 관료에게 강창희 전 국회의장 등을 차기 체육회장으로 추천했으나 받아들여지진 않았다”며 “11월엔 나를 향해 ‘웬만하면 손 털고 (체육회에서) 나오라’는 얘기하는 걸 여러 루트로 전해 들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 회장은 ‘대한민국 체육의 변화, 체육인과 완성하겠습니다’를 슬로건으로 내걸고, ▲Independence(독립) ▲Optimization(최적화) ▲Collaboration(협력) 등 세 가지 축으로 체육회 변화를 이끌겠다는 공약을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지속 가능한 재정 확보 방안 마련, 투명한 예산 집행과 관리, 정부 및 외부 간섭으로부터의 자율성 강화 ▲학교체육 정상화로 시작해 생활체육과 전문체육까지 균형있게 발전시키고 완성형 체육 시스템 구축 ▲체육인, 정부, 국민이 투명한 커버넌스를 통해 함께 협력한다는 내용을 포함했다. 

이 회장은 “재정자립과 자율성 확보, 균형 잡힌 체육시스템 구축, 독립적이며 신뢰받는 거버넌스를 구축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의 이 같은 압박에도 불구하고 현재로선 이 회장의 3연임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예상된다. 체육회 대의원과 회원 종목단체, 17개 시도 체육회, 228개 시군구 체육회 임원 등으로 구성된 선거인단 구조 속에 재임 기간 표밭을 다져온 이 회장이 절대적으로 유리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체육계 “이기흥의 거짓 선동에 현혹되지 말아야” 

진천선수촌 [사진=연합뉴스]
진천선수촌 [사진=연합뉴스]

이 회장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체육계의 반응은 싸늘하다. 체육계 관계자는 “이기흥은 윤석열 정권의 피해자가 아니라 최대 수혜자”라며 반박했다.

이 관계자는 “정권 내내 분에 넘치는 특권과 특혜를 누리다가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 사태로 궁지에 몰리자 정치적 압박과 핍박의 희생자 코스프레를 하며 양심을 저버린  비굴한 행동을 보이고 있다”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이 회장의 이러한 행동은 8년 동안 가장 가까이서 지켜본 대한체육회 내부 구성원들이 가장 잘 알고 있다”라며 “대한체육회 직원들이 이 회장을 비판하는 지점이 진실 규명의 결정적 단서”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대한체육회 직원들은 자칫 이기흥의 거짓 선동에 국민들이 현혹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라며 이 회장이 윤석열 정부에서 누린 특혜와 특권에 대해 소상히 전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이 회장은 자신의 조카인 이강래 씨를 대통령실 체육 및 종교 담당 행정관으로 채용한 뒤 전횡을 일삼았는데 이 행정관은 이 회장에게 유리한 정보는 상층부에게 전달하고 불리한 정보는 차단하는 역할을 담당했다고 전해진다. 

또한 이 회장은 대통령선거 직후 윤 대통령과 절친한 친구 사이인 신용락 변호사를 미래기획위원장으로 임명하며 대외적 과시와 권력 유지의 방호벽을 세웠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와 함께 문체부를 이른바 ‘패싱’하는 무소불위 권력도 도마 위에 올랐다. 이 회장은 국가스포츠정책위원회 불참, 화합이 아닌 문체부 성토장으로 활용한 2024 체육인대회에 이어 충청유니버시아드 조직위 사무총장 갈등, IOC 로잔 사무국 설치를 둘러싼 갈등, 파리올림픽 선수단 해단식 문제 등 문체부와 지속적으로 마찰을 빚어왔다.

이 회장은 전직 대한체육회 사무총장 3명을 윤석열 정부 요직에 등용시키는데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지난 2018년 10월 23일 국정감사에 출석해 증인선서를 하고 있는 이기흥 회장의 손바닥에 王(왕)자가 적혀 있다. 
지난 2018년 10월 23일 국정감사에 출석해 증인선서를 하고 있는 이기흥 회장의 손바닥에 王(왕)자가 적혀 있다. 

체육계 일각에서는 윤 대통령이 국민의힘 대선후보였던 지난 2021년 10월 TV 토론회 도중 손바닥 한가운데에 '왕(王)' 자가 그려진 장면이 포착된 논란도 이 회장이 관여되어 있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 이기흥' 체육회장 후보들 2차 회동…"25일까지 단일화 최선"

17일 오후 서울 마포구 호텔나루서울에서 강신욱 단국대 명예교수(왼쪽부터), 유승민 전 대한탁구협회장, 박창범 전 대한우슈협회장, 안상수 전 인천시장이 대한체육회장 후보 단일화를 위한 긴급 회동을 하기에 앞서 발언하고 있다. 2024.12.17 [사진=연합뉴스]
17일 오후 서울 마포구 호텔나루서울에서 강신욱 단국대 명예교수(왼쪽부터), 유승민 전 대한탁구협회장, 박창범 전 대한우슈협회장, 안상수 전 인천시장이 대한체육회장 후보 단일화를 위한 긴급 회동을 하기에 앞서 발언하고 있다. 2024.12.17 [사진=연합뉴스]

이 회장이 출마선언을 공식화 했지만 ‘반 이기흥’ 연대를 위해 일부 후보들이 단일화는 쉽사리 결론이 나오지 않고 있다. 

지난 22일 오후 서울 마포구 호텔나루 서울에서 체육회장 후보인 박창범 전 대한우슈협회장과 강신욱 단국대 명예교수, 안상수 전 인천시장 3명과 강태선 서울체육회장 측의 김성범 전 서울시체육회 부회장 등 4명이 비공개로 만났다.

이번 회동은 지난 17일 첫 만남에 이어 닷새 만에 이뤄진 두 번째 회동이다. 이날 회동에는 1차 만남 때 참석했던 유승민 전 대한탁구협회장이 불참했지만, 강태선 후보 측 인사가 추가로 참석했다.

박창범 후보는 “오늘 만남은 1차 회동 때 약속에 따른 것이며, 후보 단일화의 대승적 합의를 끌어내지 못하더라도 ‘소단위 단일화’라도 추진할 계획”이라면서 “(후보 등록 마지막 날인) 25일 오후 6시까지 국민적 열망인 후보 단일화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17일 만났던 4명의 후보는 이기흥 3연임 저지를 위한 단일화라는 큰 틀에 합의하고 후보 등록 하루 전인 오는 23일까지 견해차를 해소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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