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로 가는 화물파업 ‘업무개시명령’…노조 “기본권 침해하는 위헌적 법률”

헌재로 가는 화물파업 ‘업무개시명령’…노조 “기본권 침해하는 위헌적 법률”

투데이신문 2024-12-23 17:25:49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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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2월 19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가 서초구 서울행정법원 앞에서 ‘화물노동자 업무개시명령 위헌법률심판제청 신청 기자회견’을 열고 업무개시명령을 규탄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신문 박효령 기자】 법원이 2022년 화물파업 당시 윤석열 정부가 화물 노동자들에게 발동한 업무개시명령이 헌법을 침해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헌법재판소에 위헌 여부를 묻기로 했다.

23일 노동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는 지난 20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조 화물연대본부(이하 화물연대) 업무개시명령 조항인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이하 화물자동차법) 14조 1항과 4항’에 관해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결정했다.

위헌법률심판 제청은 법원이 재판 중인 사건에 적용되는 법률 조항이 헌법에 어긋날 수 있다고 여겨지면 헌법재판소에 위헌 여부를 판단해 줄 것을 직접 요청하는 제도다. 위헌법률심판 제청 결정이 내려질 경우, 헌법재판소의 최종 결정이 나올 때까지 재판이 중단되며 해당 법률은 효력을 상실하고 소송 당사자는 적용받지 않게 된다. 

헌법재판소 판단을 받게 된 화물자동차법 14조 1항과 4항은 ‘업무개시명령’의 근거조항이다.

1항에는 운송사업자나 운수종사자가 정당한 사유 없이 집단으로 화물운송을 거부해 국가경제에 매우 심각한 위기를 초래하거나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면 ‘업무개시’를 명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4항은 정부가 내린 명령을 거부할 수 없다는 내용이다. 이를 위반할 시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형을 받을 수 있다.

재판부는 화물자동차법 해당 조항들이 헌법상 명확성 원칙에 어긋난다고 봤다. ‘정당한 사유’, ‘커다란 지장’, ‘국가경제’, ‘매우 심각한 위기’, ‘상당한 이유’ 등 다수의 불확정 개념을 사용하고 있어 업무개시명령 대상이 되는 집단운송 거부와 그렇지 않은 거부의 경계를 예측하기 어렵다는 게 재판부의 입장이다.

이와 함께 헌법에서 보장하는 강제노동 금지 원칙 등에 따른 기본권 침해 요소가 있으며 업무개시명령이 정부가 가입한 강제노동 금지 및 결사의 자유 관련 핵심협약(29호, 87호)에 어긋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화물연대는 판결 당일 성명을 내고 “업무개시명령은 태생부터 오로지 화물노동자의 파업권을 제한하고 탄압하기 위해 도입된 것”이라며 “윤석열 대통령과 당시 관료들은 위헌, 위법 논란에도 업무개시명령을 내리며 화물연대를 폭력적으로 탄압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화물연대는 지속적으로 업무개시명령은 노동권과 평등권을 포함한 여덟 가지 국민의 권리와 두 가지 헌법원칙을 침해하며 대통령이 지목하고 정부가 결정하면 화물노동자가 하루아침에 범죄자가 되는 악법이자 위헌이라고 비판해 왔다”며 “담당 재판부가 이러한 화물연대의 주장을 받아들여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재판 신청을 제기하고 업무개시명령이 정당하다는 내란세력의 주장에 따라 판단하지 않은 점은 상식적이고 당연한 결과”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23일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헌법재판소 전경. [사진제공=뉴시스]
23일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헌법재판소 전경. [사진제공=뉴시스]

앞서 2022년 6월 화물연대는 생존권 보장과 안전운임일몰제 폐지 등을 요구하며 무기한 총파업을 벌였다. 당시 안전운임제 적용 품목 논의를 조건으로 파업은 8일 만에 마무리됐지만 6개월 뒤 화물연대는 “정부가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며 다시 총파업에 들어갔다.

화물연대 파업에 국토교통부는 화물자동차법 14조에 따라 사상 첫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했다. 해당 법을 근거로 업무개시명령이 발동된 것은 도입 18년 만에 처음이다. 

이에 화물연대 부산지역본부 조합원인 A씨는 2022년 12월 이를 취소해 달라는 소송과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했다. A씨는 해당 조항이 지나치게 추상적이며 직업의 자유를 침해하는 등 위헌성이 있다고 꼬집었다. 

정부의 강경 대응에 화물연대는 조합원 투표를 거쳐 파업을 종료했지만 업무개시명령에 대해서는 강하게 규탄했다. 더불어 국제노동기구(ILO)와 국가인권위원회 개입을 요청하기도 했다.

국제노동기구(ILO)는 화물연대의 요청을 받아들여 한국 정부에 개인 운송업자에게도 결사의 자유를 보장할 것을 권고했다.

ILO는 지난 3월 13일(현지시간) 제350차 이사회를 열고 화물연대 등이 제기한 제3439호 진정 사건에 대한 ILO 결사의자유위원회(이하 결사위)의 권고안을 채택하며 사실상 노동계의 손을 들어줬다.

권고안에서 결사위는 “자영업 근로자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가 그들의 이익을 증진 및 방어하기 위한 목적으로 결사의 자유 및 단체 교섭의 원칙을 충분히 누릴 수 있도록 보장하고 이와 관련해 취해진 조치에 대한 정보를 제공할 것”이라고 했다.

이와 함께 집단운송거부 참가자들에 대해 단지 업무개시명령을 이행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형사처벌하지 말 것, 개별 조합원의 행동에 기인한 화물연대에 대해 어떠한 제재도 결사의 자유와 불합치하지 않도록 보장할 것 등의 권고를 전달했다.

이에 대해 당시 고용노동부는 “이번 결사위 권고에서는 우리나라의 ILO 협약 위반을 언급한 내용은 없다. 아울러 결사위 권고는 법적 구속력이 없어 직접적인 제재도 없다”고 대응한 바 있다.

화물연대 강동헌 노안법규국장은 본보와의 통화에서 “판결 당일 재판부가 업무개시명령의 위헌성을 일부 인정한 것에 모두들 안도했다”며 “앞으로 헌법재판소가 면밀하게 해당 사안을 들여다 봐줄 것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헌법재판소로 막 넘어간 시점이다 보니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없지만 일정이 나오는 대로 목소리를 낼 것”이라며 “업무개시명령에 대해 헌법이 보장한 화물노동자의 노동기본권과 국민으로서의 기본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위헌적 법률이라는 우리의 주장은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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