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소방본부의 지하 주차장 화재 진압 장비 확충 규모가 당초 목표 대비 한참 부족한 수준에 그친 것으로 확인됐다.
인천 지역이 대규모 지하 주차장 화재를 겪었던 만큼 신속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23일 소방본부에 따르면 내년 구입이 예정된 화재 진압 장비는 저상 소방차 4대와 궤도형 배연 로봇 1대다.
저상 소방차는 높이가 2.1m 정도로, 2.7m 정도인 종전 소방차보다 낮아 지하 주차장 출입이 가능하다. 또 배연 로봇은 연기를 빼내거나 소화수를 뿌려 소방관이 불이 난 곳에 진입하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소방본부는 지난 8월 저상 소방차 11대 구입 예산 22억원, 배연 로봇 2대 구입비 24억원 등 46억원의 예산을 인천시에 요청했다. 하지만 시는 이를 8억원, 12억원으로 조정했고 인천시의회는 최근 이 같은 내용의 예산안을 의결했다.
장비 확충 규모가 애초 계획의 절반 수준에 그친 것이다.
이에 따라 소방본부는 인천 지역 11개 소방서별로 배치하려던 저상 소방차를 4개 권역별로 나눠 1대씩 배치하기로 계획을 바꿨다. 또 권역별 1대씩 배치하려던 배연 로봇은 서부·미추홀소방서에만 두기로 했다.
때문에 소방본부 내부에서는 지난 8월 8시간20분 동안 불을 끄지 못해 대규모 재산 피해를 낸 ‘청라 전기차 화재’처럼 지하 주차장 화재 대응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앞서 소방본부는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가 커진 것에 대해 일반 소방차로는 지하 주차장에 진입하지 못했던 점 등을 꼽았다. 반면 배연 로봇은 청라 아파트 화재 당시 현장에서 소방대원들이 지하 주차장 내부로 진입해 불을 끌 수 있도록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이와 관련,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저상 소방차와 배연 로봇은 지하 주차장에서 난 불을 끄는 데 꼭 필요한 장비”라며 “이 장비들을 화재 현장에 빨리 투입해야 제 효과를 낼 수 있는데, 현재로선 일부 소방서에만 배치할 수 있어 매우 아쉽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장비를 충분히 늘리는 한편, 단기적으론 부족한 장비 사용을 효율화할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소방본부 관계자는 “내년 예산 확보가 어려워 계획보다 장비 확충 규모를 줄였다”며 “다만, 효과적으로 장비를 활용할 방법을 고민하겠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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