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에 소비침체까지 걱정”…크리스마스 앞둔 명동 가보니

“계엄에 소비침체까지 걱정”…크리스마스 앞둔 명동 가보니

이데일리 2024-12-23 16:48:46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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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형환 기자] “계엄 때문에 관광객이 조금 줄었는데 내년에는 확 줄어들까 걱정이에요.”

서울 중구 명동에서 한식당을 운영 중인 강모(48)씨는 크리스마스 장식이 붙은 창문을 닦으며 이같이 말했다. 대목인 연말, 외국인 관광객이 걱정만큼 많이 줄지는 않았지만 예년만 못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지금 오는 관광객들은 계엄 전에 예약한 관광객들”이라며 “내년 상반기에 나라가 계속 혼란스러우면 한국에 안 오지 않을까”라고 반문했다.
크리스마스 이브를 하루 앞둔 23일 오후 시민들과 외국인 관광객들이 서울 중구 명동 거리를 지나가고 있다. (사진=김형환 기자)


크리스마스 이브를 하루 앞둔 23일 서울 관광의 1번지라고 불리는 명동 거리에는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가득했지만 명동 상인들 얼굴에는 반가움보단 긴장감이 가득했다. 외국인 관광객들이 명동 곳곳을 채우고 있었지만 ‘비상계엄으로 인해 혼란스러운 시국에 매출이 예년만 못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었다. 외국인 관광객에게 유명한 한 한식당은 점심시간임에도 빈자리가 보이기도 했고 조급한 상인들은 문 앞에서 손님들을 간절하게 기다리기도 했다.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들은 비상계엄 소식을 접하고 실제로 걱정스러웠다고 말했다. 일부는 3일 비상계엄 사태가 발생하기 전에 한국으로 오는 비행편, 숙소 등을 미리 예약해 한국 여행을 취소할 수 없었다고도 했다. 미국 국적의 마이클씨는 “가족끼리 오는 여행이라 안전이 제일 걱정됐다. 이미 (여행) 상품들을 결제해서 (취소 시) 수수료가 상당했고 언론을 통해 살펴보니 생각보다 안전한 것 같아서 한국에 오게 됐다”며 “와보니 혼란스럽지도 않고 한국인들도 친절해 만족한다”고 말했다. 베트남 국적의 A씨는 “가족들이 만류했었는데 미리 예약한 김에 한국을 찾았다”며 “저번주에 왔는데 주말에 큰 시위가 있었던 것 말고는 특이사항은 없다”고 전했다.

상인들은 예년과 비교해보면 외국인 관광객이 확실히 줄었지만 아직은 버틸 수 있는 수준이라고 하면서도 걱정을 감추지 못했다. 일부 상인들은 외국인 관광객이 사실상 없었던 코로나 팬데믹 시절에 비교하기도 했다. 기념품을 판매하고 있는 박모(48)씨는 “주변 상인들이랑 이야기해봤을 때 다들 걱정을 많이 했는데 걱정보다는 낫다고는 한다”며 “매출을 살펴보면 코로나 전보다는 낮지만 코로나보다 타격이 큰 수준은 아니다”고 말하기도 했다.

숙박업 경우엔 타격이 가시화됐다. 레지던스를 운영 중인 B씨는 “비상계엄 이후에 예약 취소 문의가 많았고 실제로 취소하는 경우도 10건 중 2건은 된 것 같다”며 “임대료도 비싼 명동에서 대목 시즌에 아직도 빈 방이 있다는 것은 우리 입장에서는 속이 타는 것”이라고 울상을 지었다.

명동 상인들은 내년 상반기에도 불안한 시국이 이어지면 외국인 관광객 수가 급감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최근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들은 비상계엄 이전 이미 예약을 완료한 관광객이기 때문에 울며 겨자먹기로 한국을 찾은 것이지만 한국을 찾을 예정이던 관광객들은 향후 예약을 취소하거나 중국·일본 등 다른 국가로 눈을 돌릴 수 있다는 걱정이다.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는 이같은 상인들의 우려를 반영, 지원 대책을 조만간 발표할 계획이다. 김정훈 문체부 관광정책국장은 최근 브리핑을 통해 “12월초 방한 관광객이 2019년 동기 대비 2~3% 줄었다. 여행 문의는 늘고 신규 예약이 많이 줄고 있는 게 지난 2주”라며 “문제는 내년 1분기이기 때문에 안심관광 캠페인 등 여러 지원 대책을 다음 주 발표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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