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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원식 국회의장과 여야 원내대표는 23일 국회의장실에서 회동을 갖고 오는 26일 여야정협의체 첫 회의를 개최하기로 합의했다. 이날 회동에 배석했던 박형수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첫 회의 때는 양당 당대표가 참여하고 그 다음부터는 원내대표가 실질적으로 진행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첫 번째 회의에는 민주당에서 이재명 대표가, 국민의힘에서는 권성동 국민의힘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가 참석한다. 이후 회의부터는 각당 원내대표가 참석해 실질적인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국민의힘이 24일 의원총회에서 비상대책위원장 후보를 결정하더라도 전국위원회 의결을 거쳐야 하는 점을 고려하면 첫 회의에 비대위원장이 참석할 가능성은 낮다.
당초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제안한 여야정협의체 참여를 거부해왔다. 집권여당 존재감을 내세우는 동시에 국정 주도권을 민주당에 넘겨주지 않겠다는 판단도 깔렸다. 실제 지난 20일 권 권한대행은 여야정협의체 참여 결정을 발표하면서 “(협의체 참여는) 민주당이 아닌 우원식 국회의장이 제안한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협의체에서 다룰 의제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큰 틀에서는 경제와 외교·안보, 민생 등 현안 대응이 시급한 분야를 중심으로 논의가 오갈 것으로 예상된다.
경제에서는 환율 불안 해소가 시급하다. 23일 기준 원·달러 환율은 1달러당 1452원 수준을 기록했다. 계엄선포 직전인 지난 2일 환율은 약 1406원이었다. 그러나 이후 줄곧 치솟았고 지난 18일에는 심리적 방어선인 1450원을 돌파했다. 일각에서는 달러당 1500원을 돌파할 것이란 전망마저 나오는 상황이다.
외교와 안보 공백 역시 협의체의 당면과제다. 당장 내달 미국에서는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자국 우선주의 기조 속에서 우리나라 핵심 산업인 반도체, 자동차 등을 비롯한 국내 산업계의 우려가 크다. 트럼프 당선인은 1기 집권 시절인 지난 2018년 삼성전자와 LG전자 등의 세탁기 제품에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를 발동해 고율 관세를 부과한 바 있다. 안보 분야에선 국방부 장관이 공백으로 남아있는 등 불확실성이 있다.
민생 분야에서는 산업지원법이 논의 테이블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특별법과 국가기간 전력망 확충 특별법(전력망법) 등이 대표적 사례다. 반도체특별법은 반도체산업에 정부가 보조금을 지급하는 근거조항을 담고 있고 전력망법은 전력망 인프라 절차를 간소화하는 게 골자다. 두 법안 모두 반도체와 인공지능(AI) 등 국가 경제를 책임질 핵심산업군과 연관돼 있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협의체에 함께 한다고 해서 협치가 바로 되는 건 아니고 안에서 힘겨루기 있을 것”이라면서도 “경제 안정화 방안과 외교 대응책 등 중요과제를 논의하며 여야가 힘을 합쳐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여야는 오는 26일과 31일 본회의 개최에도 합의했다. 다만 구체적인 의사 일정과 안건을 놓고 이견이 있어 양측의 신경전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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