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희준 기자= 동갑내기 손흥민과 모하메드 살라의 엇갈린 희비는 에이스에 대한 두 팀의 다른 접근법에서 시작됐다.
23일(한국시간) 영국 런던의 토트넘홋스퍼 스타디움에서 2024-2025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17라운드를 치른 토트넘홋스퍼가 리버풀에 3-6으로 대패했다. 토트넘은 리그 11위(승점 23)로 추락한 반면 리버풀은 1위(승점 39)를 굳건히 했다.
토트넘과 리버풀 모두 가용한 최상의 선수들로 경기에 임했다. 그래서 토트넘이 불리한 측면은 있었다. 크리스티안 로메로, 미키 판더펜, 굴리엘모 비카리오, 로드리고 벤탕쿠르 등 굵직한 선수들이 모두 빠진 토트넘에 비해 리버풀은 센터백 이브라히마 코나테의 이탈을 제외하면 모두 정상 컨디션이었다.
그럼에도 전술적 격차로 패배했다는 인상을 지우기 힘들다. 리버풀은 아르네 슬롯 감독 부임 이후 더욱 끈끈한 조직력을 발휘하는 팀이다. 수비에서 실수가 몇 차례 나왔지만 공격적으로는 정확한 침투 및 패스 타이밍으로 토트넘 수비를 궤멸시켰다. 토트넘도 세부 전술로 공격을 풀어나갔는데 리버풀과 완성도 면에서 차이가 있었다. 주전들이 빠졌다는 걸 감안해도 앤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에게 변명의 여지가 없는 정도였다.
두 팀은 에이스 운용에서도 차이를 보였다. 토트넘 에이스 손흥민은 주로 측면에 머물렀다. 리버풀 입장에서는 손흥민을 측면에 고립시키기만 하면 토트넘 공격 활로를 효과적으로 제어할 수 있었다. 실제로 손흥민에게 적절한 동료의 지원이 오지 않으면서 손흥민은 무의미한 플레이를 반복할 수밖에 없었다.
반면 살라는 마냥 측면에 있기보다 오른쪽 하프스페이스와 중앙 지역도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동료들과 호흡했다. 공격진뿐 아니라 미드필더들도 적극적인 침투와 움직임을 통해 살라에게 득점 혹은 도움을 기록할 기회를 만들어줬다. 그 결과 살라는 이 경기에서만 2골 2도움을 기록했고, 리그 15골 11도움으로 크리스마스 전에 리그에서 10골 10도움을 달성한 PL 최초의 선수가 됐다.
이렇게 엇갈린 에이스들의 운명을 현지 매체도 짚어냈다. 런던 지역지 ‘풋볼 런던’은 손흥민에게 평점 5점을 주며 “열심히 뛰었지만 중요한 순간에는 크게 기여하지 못했다. 몇 주 전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손흥민을 살라와 비교했는데, 오늘 경기에서는 그 차이가 극명하게 보였다”라고 평가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이달 초 풀럼전을 앞두고 손흥민의 부진에 대해 “1년 전 쯤 살라도 그랬다”라고 답한 걸 이번 경기와 연관지었다.
아무리 에이스라도 전술적 보조를 받지 않으면 고립되기 십상이고, 이를 방지하기 위해 치밀하게 전술을 짜는 게 감독의 역할이다. 포스테코글루 감독과 슬롯 감독이 에이스를 팀 전술에 맞추고자 한 점은 같았지만 그 세밀함에서 차이를 보이며 손흥민은 슬픔을, 살라는 기쁨을 맛보는 극명한 대비를 낳았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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