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이성노 기자] 올해 은행권은 말 그대로 다사다난(多事多難)했다. 대출 급증세가 이어지면서 역대급 실적을 이어가고 있지만, 취약 차주를 중심으로 연체율이 증가하며 건전성 관리가 시급하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가 하면,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 손실 사태를 비롯해 배임·횡령·사기 등 각종 금융사건·사고가 끊이질 않았다. 이와 함께 전(全) 산업군의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고 빅테크·핀테크의 금융업 진출로 금융과 비금융의 경계가 모호해진 빅블러(Big Blur) 시대가 도래하면서 슈퍼앱 경쟁도 한층 치열해지고 있다. <한스경제> 는 은행권의 2024년을 짚어봤다. <편집자주>편집자주> 한스경제>
올해 은행권은 횡령·배임 등의 금융사고가 이어지며 내부통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3분기 누적 기준으로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금융사고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두 배 이상 늘었다. 이에 신한은행을 제외한 4개 은행은 모두 수장을 교체하고 대대적인 조직개편을 단행하며 인적 쇄신에 나섰다.
◆ 주요 5개 은행 금융사고, 지난해보다 2배 이상 증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을 비롯한 5개 주요은행의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3분기 누적 기준, 금융사고는 모두 53건이다. 지난해 동기 25건과 비교해 28건 증가한 수치다. 특히 100억원 이상 규모의 금융사고는 지난해 3분기까지는 전무했으나, 올해는 8건이나 발생했다.
매년 금융당국을 중심으로 한 내부통제 강화가 말 그대로 공염불에 그치는 모양새다.
은행별로 살펴보면 KB국민은행이 모두 19건으로 가장 많은 금융사고가 발생했다. 1분기 5건, 2분기 6건 그리고 3분기 8건 등으로 매분기 금융사건 사고가 끊이질 않았다. 100억원 이상 규모의 금융사고도 3건이나 발생했다. 가장 최근인 지난 10일에는 41억원 규모의 배임 사고도 공시됐다.
이어서 NH농협은행이 16건으로 뒤를 이었다. 1분기에는 1건에 그쳤으나 2분기 9건, 3분기에는 6건의 금융사고가 터졌다. 100억원 이상 금융사고도 3건이나 됐다.
문금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NH농협은행이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8월 말까지 확인된 금융사고만 9건으로 사고 금액은 433억6041만원에 달한다. 여기에 9월, 10월 추가로 발생한 금융사고까지 더하면 사고 금액은 약 81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나은행의 3분기 누적 금융사고는 모두 8건으로 집계됐다. 1분기는 전무했고, 2분기와 3분기에 각각 7건, 1건이 발생했다. 100억원 이상 규모의 사고는 없었다.
우리은행의 금융사고는 모두 6건으로 2분기 2건, 3분기에 4건이 확인됐다. 100억원 이상 규모의 금융사고도 2건이나 발생했다.
특히 우리은행에서는 손태승 전 우리금융그룹 회장의 친인척이 부당 대출을 받은 사실이 발각됐다. 총 616억원 규모의 대출이 실행됐으며 이 가운데 350억원은 통상의 기준·절차를 따지지 않은 부적정 대출로, 269억원에 대해 부실이 발생했거나 연체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마지막으로 신한은행의 3분기 누적 금융사고 건수는 4건으로 주요 은행권에서 가장 작은 수치를 기록했다. 100억원 이상 규모의 사고도 없었다.
◆ 은행장 교체 '초강수'…인적쇄신 단행
부당대출, 배임, 횡령 등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은행권은 우리은행을 시작으로 인적쇄신을 시작했다.
조병규 우리은행장은 조직 쇄신을 위해 연임을 포기했고, 우리금융그룹 자회사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는 최근 불거진 내부통제 이슈 등을 감안해 ‘조직 쇄신’과 ‘세대 교체’에 주안점을 두고 차기 우리은행장 후보로 정진완 현 중소기업그룹 부행장을 추천했다.
정진완 은행장 후보는 “최근 일련의 금융사고로 실추된 은행 신뢰회복을 위해 내부통제 전면적 혁신과 기업문화의 재정비에 우선적 목표를 두겠다”고 밝혔다.
이어서 우리은행은 부행장급 임원 5명을 줄이고, 기존 부행장 중 절반에 달하는 11명을 교체하는 대대적인 인적 쇄신을 단행했다. 또 본부조직도 기존 20개 그룹에서 17개 그룹으로 축소했다.
우리은행은 금융사고 예방과 리스크관리 제고를 위해 내부통제 조직도 한층 고도화했다. 자금세탁방지센터와 여신감리부를 본부급으로 격상해 감독·감시 기능을 강화하고, 준법감시실에 ‘책무지원팀’을 신설해 책무구조도 이행 등 책무관리 업무의 충실도를 높이기로 했다.
이에 더해 △준법감시 △금융소비자보호 △정보보호 △자금세탁방지 등 조직 간 사각지대 없는 내부통제 구현을 위해 담당 임원들로 구성된 협의체도 신설한다.
KB금융지주는 이환주 KB라이프생명보험 대표이사를 새로운 KB국민은행장으로 낙점했다.
KB금융지주 계열사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는 이 대표를 "근본적인 내부통제 혁신 및 기업문화 쇄신, 명확한 의사소통 프로세스 정립 등 조직의 안정과 변화를 동시에 이끌 수 있는 강력한 리더십의 소유자이다"고 평가했다.
올해 내내 금융사고로 골머리를 앓았던 NH농협은행도 새로운 은행장을 맞이한다. 농협금융 임원후보추천위원회는 강태영 NH농협캐피탈 부사장을 새로운 NH농협은행장으로 추천했다.
농협금융 임추위는 "최근 빈번히 발생하는 금융사고 예방을 위해서 금융권이 내부통제와 인적쇄신에 힘쓰고 있는 상황에서, 인사 경험과 변혁적 리더십을 갖춘 강 내정자는 내부통제를 더욱 강화하고 적재적소 인사 구현을 통해 NH농협은행을 한 단계 더 도약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하나은행도 새로운 수장을 맞이했다. 임기 만기를 앞두고 있는 이승열 하나은행장이 그룹의 안정적인 경영관리와 기업가치 제고에 전념하기 위해 은행장 후보를 고사한 가운데 하나금융 그룹임원후보추천위원회는 이호성 하나카드 사장을 차기 하나은행장으로 추천했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최근 몇년동안 은행권에서는 내부통제가 최대 화두였다"면서 "올해 말 주요은행장의 임기가 만료되며서 세대교체는 불가피한 상황이었으며, 은행별도 내부통제를 중심으로 대대적인 조직개편이 이뤄졌거나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박충현 금감융감독원 은행담당 부원장보는 '은행권 내부통제 워크숍'을 통해 "은행업무의 디지털화 등에 맞춰 내부통제 시스템을 고도화하고, 담당 인력의 전문성 제고, 준법의식과 책임 중심의 조직문화 정착 등을 추진해야 한다"며, "감독당국과 은행권이 중대 금융사고 예방을 위해 마련했던 내부통제 개선대책이 안착돼 내년이 은행권 신뢰회복의 원년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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