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테리어, 리모델링으로 망한 모텔을 월 4천 매출로
이승환: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정우석: 숙박시설 전문 시공사 스페이스플래닝 대표 정우석입니다. 특히 모텔 시장에서 차별화된 공간과 콘텐츠로 경쟁력을 높이고 있습니다.
이승환: 사업은 잘되나요?
정우석: 2023년도 매출은 261억 원, 영업이익은 19억 4천만 원이었습니다. 그 전년도 매출이 120억 원이었으니 100% 이상 성장했죠. 올해 매출은 400억 이상 예상합니다.
이승환: 인테리어하면 모텔들 매출 많이 오르나요?
정우석: 물론입니다. 음식점은 맛만 좋으면 노포도 줄을 서지만, 모텔은 다릅니다. 제가 처음 시공한 곳이 ‘천안 더휴식 소륜호텔’인데요. 여기는 그냥 망한 곳이었어요. 월 매출이 200만 원에 불과했는데, 제가 공사 마치고 지금까지 매달 매출 4천 이상 찍고 있습니다.
이승환: 으잉? 뭐가 그렇게 드라마틱하게 바뀌죠?
정우석: 모텔 소유주 평균 연령이 60~70대라서 모텔과 운영 모두 노후화된 곳이 많아요. 어르신들은 보수적이니 하던 대로 하죠. 하지만 요즘 애들은 야놀자, 여기어때에서 방 컨디션을 확인하잖아요. 컨디션이 안 좋은 방 사진이 있으면 아예 안 팔립니다. 반면 리모델링해서 예쁜 방 사진이 있으면 엄청 잘 팔리고요. 매출이 극과 극인 거죠.
이승환: 그래도 갑자기 4천 뛰는 건 좀 충격인데요.
정우석: 모텔은 월세보다 ‘일세’ 개념으로 생각하면 편해요. 객실이 30개고 하루에 방 하나당 5만 원을 판다고 하면, 방 하나에 월 150만 원, 한 달에 4,500만 원 정도 버는 거죠. 근데 지금은 월 1천만 원 벌기 힘든 곳도 수두룩합니다. 팔리는 모텔만 팔리는 겁니다.
단순히 예뻐지는 인테리어가 아닌 매출을 책임지는 리모델링
이승환: 그만큼 모텔 입장에서는 한번 인테리어가 엄청 중요하겠군요.
정우석: 네. 그만큼 모텔 리모델링이 만만하지 않은 게, 방 30개만 해도 리모델링 비용이 10억에 육박해요. 그래서 어디에 맡겨야 할지 굉장히 불안해하시죠. 모텔 인테리어 잘하는 회사가 어딨지? 찾으면 저희밖에 없는 거죠.
이승환: 왜 님들만 있는 거죠?
정우석: 그게 정말 저희밖에 없어서(…) 저희 말고 모텔 전문 시공사라 할 곳이 없어요. 제가 예전에 야놀자 다닐 때 시공 부서에 있었는데, 야놀자가 테크에 힘을 쓰며 모텔 시공 사업을 접었어요. 저희 스페이스플래닝 외에는 다 고만고만합니다.
이승환: 왜 그럴까요? 건당 10억이면 되게 좋은 시장 같은데.
정우석: 시공, 인테리어만 할 줄 안다고 되는 게 아니거든요. 숙박업 이해도, 모텔 시장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잖아요. 제가 야놀자 시공 세일즈 팀장 출신이고, 인천 모텔 거의 전체를 관리했고요. 지금도 인천 모텔 사장님 중 제 얼굴 알고 연락 주시는 분들 많습니다. 여기에 스페이스플래닝은 모회사 ‘더휴식’이 직접 운영하는 숙박업소를 만들며 경험을 쌓고, 이를 통해 이미 모텔 120여 개의 모텔을 만들었고요. 다른 회사와는 경험치의 차이가 크죠.
이승환: 그러면 스페이스플래닝 시공의 특징이 있다면?
정우석: 저희의 가장 큰 차이는 ‘상권 분석’부터 시작한다는 겁니다. 이 상권에 포함된 전체 모텔들의 매출이 얼마나 되는지, 주로 어떤 고객이 이용하는지, 인근 경쟁 모텔이 어떤지, 이런 걸 면밀히 분석해요. 여기에 더해 ‘컨셉’을 잡고 고객들이 좋아할 ‘콘텐츠’를 넣죠. 보통 모텔 시공은 ‘디자인을 책임져 주는 일’이라면, 저희는 ‘매출을 책임져 주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이승환: 상권 분석은 어떻게 이루어지나요?
정우석: 카드사 데이터를 통해 상권 내 소매점과 음식점 매출 데이터를 파악하고, 숙박 플랫폼을 통해 예약 동향도 살펴봅니다. 온라인 리뷰와 SNS 분석을 통해 고객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와 불만 사항도 철저히 분석합니다. 저희는 경쟁 모텔을 그대로 모방하기보다는 고객이 기존 모텔에서 느끼는 결핍을 채울 새로운 공간을 창출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돈 되는 모텔, 상권에 맞는 브랜드와 콘텐츠에서 나온다
이승환: 그렇게 분석하면서 나온 ‘돈 잘 되는 모텔’의 인사이트를 좀 말씀해 주신다면…
정우석: 수요와 공급의 균형을 잘 맞추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히 상권이 죽었거나 인구가 줄어드는 지역에서는 기존 객실을 통합해 새롭고 압도적인 콘텐츠를 제공하는 방식이 효과적입니다. 또한 스파나 수공간을 강조한 공간 경험이 인기인데, 고객은 단순 숙박을 넘어 물과 관련된 비일상적 경험에 높은 가치를 두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객실을 통합해 수공간을 조성하거나, 객실 내 욕실을 료칸 스타일로 기획하는 방식으로 성공적인 사례를 만들고 있습니다.
이승환: 예시를 좀 들여주실 수 있을까요?
정우석: 천안의 한 프로젝트에서는 34객실을 25객실로 줄이고 일본 료칸 콘셉트를 도입하여 새로운 고객층을 확보했습니다. 파주 아늑료칸은 기존 객실을 유지하면서 수공간을 강화하여 월 9,000만 원의 매출을 기록 중입니다.
이승환: 리모델링을 넘어 거의 리브랜딩 급이네요.
정우석: 맞습니다. 스페이스플래닝은 사업 초기부터 브랜딩 팀을 구축했어요. 그래서 MZ세대 주 이용객이 선호할 만한 공간을 만들죠. 40대 이상이 가던 모텔은 별 특징 없고 조용히 들어갔다 나오는 곳이었다면, 저희는 공간 사진을 찍고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듭니다.
이승환: 그러면 시공을 넘어 브랜딩, 컨설팅 같은데 비용도 훨씬 높게 받아야 되지 않나요?
정우석: 일반 시공업체보다는 좀 더 받겠지만, 합리적 수준의 단가입니다. 저희는 원체 불필요한 수장 공사, 인테리어 전반에 대한 거부감이 커요. 매출에 도움이 되지 않는 삐까뻔쩍한 인테리어를 자제합니다. 그리고 모텔 인테리어 비용은 보통 10억입니다. 건물 전체를 다루는 대형 프로젝트이므로, 건물 구조와 설비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가 필요합니다. 당장 돈 아끼기보다 나중에 문제 터지지 않는 업체를 택하는 게 훨씬 합리적이죠.
이승환: 인테리어가 워낙에 분쟁이 많은 걸로 아는데, 이 문제는 어떻게 해결하고 계신가요?
정우석: 저희라고 문제가 아예 없지는 않겠지만, 타 시공업체보다는 훨씬 전문성이 있다고 자부합니다. 인테리어 시장에서 많이 충돌하는 건, 결국 설비예요. 뭔가 더하고 덜하고 그때마다 설비 비용이 왔다갔다하는 거거든요. 저희는 그 부분에서 오해가 생기지 않도록 공정 하나하나를 매우 꼼꼼하게 ‘프로세스’화 하고 있습니다. 또한 대형 건설사 출신 전문가와 숙박업소 리모델링을 200회 이상 경험한 현장 소장들이 함께하고 있고요.
모텔을 넘어 호텔, 하이엔드로 더욱 발전할 것
이승환: 뭔가 엄청난 일을 하고있는 듯한데, 어쩌다 이런 일을 하시게 된 거예요?
정우석: 대기업도 합격했는데 야놀자에 갔어요. 어플도 없고 홈페이지만 있는, 직원 30명 정도의 회사였을 때죠. 어릴 때부터 반쯤 음지에 있는 모텔 비즈니스에 관심이 많았어요. 입사하고 처음에 외국인 청소 노동자랑 일주일 동안 숙식하면서 모텔 청소부터 시작했습니다. 거기서 시공 세일즈 팀장까지 맡았고 퇴사했지요.
이승환: 퇴사 후에는 뭘 하셨나요?
정우석: 에어비앤비를 직접 해봤어요. 오래된 가정집을 리모델링해서 다양한 콘텐츠와 컨셉을 넣었죠. 그중 잘된 곳이 ‘킹스맨’ 하우스고 나중에는 20개 정도 에어비앤비를 운영했습니다. 그런데 에어비앤비로는 규모가 안 나와서, 지인들에게 넘긴 후 이지스자산운용에서 공간 콘텐츠팀에 들어가게 됐습니다. 이지스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큰 부동산 자산운용사인 만큼, 공간에 관한 최고 전문가들을 만나며 정말 많이 배울 수 있었습니다.
이승환: 그러다 스페이스플래닝으로 이어졌군요.
정우석: 네. 러닝스푼즈에서 에어비앤비 강연도 했는데요. 더휴식의 신현욱, 김준하, 두 대표님께서 모텔 사업 제안을 주셨고 함께 하게 된 거죠. 여기에 제 친한 친구였던 야놀자 이재경 이사님이 합류하며 더휴식과 스페이스플래닝이 시작된 거죠.
이승환: 스페이스플래닝은 모텔만 리모델링하는 건가요?
정우석: 아닙니다. 이태원에 ITW라는 호텔을 저희가 ‘누베르’로 리모델링했어요. 200~300객실이 있는 특급 호텔과 견주어도 풀리지 않는 그런 사이즈로 만들면, 일반적인 모텔보다 훨씬 높은 객단가에 성공할 수 있지 않을까? 결과적으로 69 객실로 시작하자마자 월 3억 정도 매출이 나고 있습니다.
이승환: 앞으로는 어떻게 해나갈 계획인가요?
정우석: 2024년 6월부로 기존의 실내건축면허 외에 종합건설면허도 취득하여, 현재 리조트와 신축 호텔 프로젝트 4건을 진행 중입니다. 해운대에 3개 모텔을 통합해서 한 개의 단지로 만드는 프로젝트나, 문경에서는 하이엔드 온천을 갖춘 프로젝트를 수행 중입니다. 이처럼 숙박 산업 전반에서 경계를 넘나드는 실력을 갖추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으며, 다양한 숙박 유형에 걸맞는 공간과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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