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이승환의 데뷔 35주년 기념 콘서트가 경북 구미에서 예정대로 진행되지 못하게 됐다. 구미시는 시민 안전을 이유로 공연 대관을 취소했으며, 이로 인해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23일 김장호 구미시장은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오는 25일 구미시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이승환의 콘서트 '헤븐(HEAVEN)'을 취소한다고 밝혔다.
김 시장은 “보수 우익 단체의 반대와 집회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관객과 시위대 간 물리적 충돌 가능성이 있어 시민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했다”며 취소 배경을 설명했다.
또한, “시민의 안전과 생명을 보호해야 하는 시장으로서 불가피하게 취소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고 강조했다.
이번 공연은 이승환의 데뷔 35년 만에 구미에서 처음으로 열리는 콘서트로, 티켓이 사실상 매진된 상황이었다.
구미 지역 보수 단체 13개는 이승환의 공연 취소를 강하게 요구하며 시청 앞에서 집회를 이어왔다.
이들은 성명을 통해 “대통령 탄핵과 같은 중대한 시국에 탄핵 찬성 무대에 올라 정치적 발언으로 국민 분열에 앞장선 이승환의 공연은 취소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단체는 구미시청 입구에 “이승환의 탄핵 축하 공연을 즉각 취소하라”는 현수막을 내걸며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이승환은 지난 13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탄핵 찬성 촛불 집회에서 무보수 공연을 펼쳤다.
당시 그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의결에 대해 “탄핵이 되니 좋다”며 “더 편안한 세상이 오길 바란다”는 발언을 했다.
이승환은 보수 단체의 반발 속에서도 매진된 티켓에 감사를 전하며 공연 준비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그는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공연 당일 관객 안전을 위해 최선의 대책을 강구할 것”이라며 “내 인생 최고의 공연으로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또한, 그는 관객들에게 “근처에서 열릴 집회와 시위에 일체 대응하지 말아 달라”며 안전을 당부하기도 했다.
그러나 구미시가 대관 취소를 결정하면서 공연은 결국 무산됐다.
이번 콘서트 취소는 단순한 공연 취소를 넘어 표현의 자유와 예술과 정치의 경계에 대한 논란으로 확산되고 있다.
구미시는 “시민 안전”을 내세우며 취소를 결정했지만, 일부에서는 이승환의 정치적 입장 표현을 이유로 공연이 무산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이승환이 앞서 탄핵 촛불 집회에서 공연한 사실이 보수 단체의 반발을 샀다는 점에서 공연 취소가 정치적 외압이라는 해석도 있다.
이승환은 공연 취소 소식이 전해진 뒤 특별한 추가 입장을 밝히지 않았지만, SNS를 통해 “감사합니다, 보수 우익단체 여러분”이라는 반어적인 표현을 남겼다.
이승환의 팬들은 공연 취소에 대해 큰 아쉬움을 나타냈다.
일부 팬들은 “정치적 논란 속에서도 음악은 순수해야 한다”며 공연 취소 결정에 유감을 표명했다.
이번 사건은 정치적 발언과 공연의 연계성, 표현의 자유와 공공의 안전이라는 가치가 충돌한 사례로 남을 전망이다.
이승환은 데뷔 35년 동안 음악계에서 꾸준히 활동하며 예술성과 대중성을 모두 인정받아왔다.
그러나 이번 구미 콘서트 취소는 그가 정치적 목소리를 냈던 과거 활동과 연결되며 음악 외적인 이슈로 비화됐다.
한편, 개최 이틀 전에 구미시청의 결정으로 취소된 데 대해서 시민들의 항의가 빗발치고 있다.
23일 오전, 구미시 온라인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는 '이승환 콘서트의 일방적인 취소를 반대한다'는 글 수십 건이 올라오고 있다.
최*현이라는 누리꾼은 '시대를 역행하는 구미시'라는 제목의 글에서 "구미시가 극우단체의 악성 민원에 휘둘려서 예술을 탄압했다."며 "문화 예술마저 자유롭게 누리지 못하는 도시에 살고 싶어 하는 시민은 없다."고 비판했다.
송*지이라는 누리꾼은 "한 달 전부터, 준비 한 크리스마스 일정"이라면서 "티켓값 취소 수수료뿐만 아니라 숙박, 기차 예매 취소 수수료와 25일 구미 가려고 비워 둔 저의 일정에 대한 책임져라."며 보상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승환은 공연 당일 보수 우익단체 회원들이 항의 움직임을 할 것을 우려, 소셜 미디어를 통해 관객들에게 이들과의 마찰을 최대한 피하고 혹시 벌어질 불상사에 대해서는 법무법인을 통해 책임을 지겠다는 계획을 전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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