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2팀] 박정원 기자 =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가 최근 불거진 ‘현수막 이중잣대’ 논란으로 스스로 공정성에 대한 의구심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가뜩이나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2일 대국민 담화를 통해 비상계엄을 선포한 배경으로 선관위의 ‘부정선거’ 의혹을 언급한 가운데, 해당 주장에 힘을 실어주는 꼴 아니냐는 비판이 정치권 안팎서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논란은 조국혁신당이 국민의힘 정연욱 의원의 지역구인 부산 수영구에 “내란수괴 윤석열 탄핵 불참 정연욱도 내란 공범이다”라는 문구의 현수막을 게시하면서 시작됐다. 선관위는 해당 현수막을 허용했지만, 정 의원이 이에 맞서 “그래도 이재명은 안 됩니다”라는 내용의 현수막을 게시하려 했을 때는 이를 불허했다.
선관위는 공직선거법 제254조를 근거로 ‘특정 후보의 당선 혹은 낙선을 목적으로 하는 사전 선거운동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를 두고 국민의힘은 선관위가 민주당에 유리한 결정을 하고 있다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권성동 국민의힘 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지난 22일 국회 기자간담회서 “아직 탄핵 심판이 제대로 진행도 안 됐는데 선관위가 무슨 권한으로 조기 대선이 벌어질 것을 전제로 그런 결정을 했느냐”고 따져 물었다.
그러면서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사법 리스크로 유죄판결이 확정돼 불출마하는 것은 상정하지 않는지 이해할 수 없는 결정”이라며 “선관위가 이 대표를 위해 선거운동하는 것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도 같은 날 페이스북을 통해 “가장 중립적이어야 할 선관위가 탄핵 인용이라는 결과뿐 아니라 민주당 후보는 이재명이라고 기정사실화하는 가장 편파적 예단을 하고 있다”며 “이러니까 선관위가 부정선거 의심을 받는다”고 작심 비판했다.
반면, 민주당은 국민의힘의 비판을 ‘음모론’으로 규정하며 맞섰다.
김성회 민주당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허무맹랑한 부정선거 음모론을 놓을 수 없는 것이냐”며 “외부망과 단절돼있는 선관위 내부망에 대한 서버 해킹과 국민의힘도 선정에 참여한 투표 참관인 약 27만명, 개표 참관인 약 1만7000명이 지켜보고 있는 선거·개표 과정의 조작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부정선거 음모론을 퍼뜨리며 일부 극우 세력을 결집하려는 속내”라며 “내란 공범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를 국민의힘이 스스로 보여주고 있다”고 일갈했다.
사실 선관위의 공정성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21년 재보궐선거 당시에는 ‘내로남불’ ‘위선’ 등의 문구를 담은 현수막이 민주당을 연상시킨다는 이유로 금지된 바 있다. 그러나 2022년 대선에서는 민주당이 제작한 ‘술과 주술에 빠진 대통령’이라는 문구가 국민의힘 대선후보던 윤 대통령을 겨냥한다는 지적이 있었지만 허용됐다.
이처럼 일관되지 않은 잣대가 반복되면서 선관위는 지속적으로 공정성 논란에 휩싸여 왔다. 특히 이번 현수막 논란은 선관위가 오히려 부정선거 의혹을 증폭시키는 결과를 낳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선관위가 중립적이지 못한 결정을 내릴 때마다 부정선거 논란은 더욱 불거질 수밖에 없다”며 “이대로라면 선관위가 스스로 신뢰를 무너뜨리
는 꼴”이 라고 지적했다.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 12일 대국민 담화서 “중앙선관위 전산·보안 시스템에 심각한 문제점이 드러났지만, 그동안 선관위의 비협조로 진상규명에 한계가 있었다”며 선관위의 부정선거 가능성을 국가 위기 상황으로 규정하며 비상계엄 선포의 배경 중 하나로 제시했다.
이 가운데 선관위는 최근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는 행위를 처벌하겠다는 내용의 선거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나섰다. 이에 일각에서는 ‘법 개정을 통해 오히려 의혹을 덮으려는 시도로 비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 선 거 관리의 신뢰를 잃은 선관위는 처절한 반성이 먼저” 라 며 “선 관위가 부정선거를 주장하는 이들을 강하게 처벌할 수 있게 법 개정을 준비하겠다고 한다. 법 개정을 주장하기 전에 선거 관리의 신뢰를 잃은 것에 대한 자성이 먼저”라고 꼬집었다.그러면서 “선관위
는 남을 탓하기 전에 나부터 먼저 돌아보는 초상지풍(바람이 불면 풀은 반드시 쓰러진다는 뜻)의 자세를 먼저 보여줘야 한다”며 ”아니면 ‘방귀 뀐 놈이 성낸다’는 비판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강조했다.한편, 선관위는 오늘 오후 위원회 전체회의를 열고 이번 현수막 논란에 대해 재논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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