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컬처 노규민 기자] '하얼빈' 리뷰: 이글은 영화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국권을 회복하기 위해 처절한 여정을 펼친 안중근과 독립군들의 이야기인데, 그러면 안 되는데 '졸음'이 쏟아진다."
1908년 함경북도 신아산. 안중근이 이끄는 독립군들은 일본군과 치열한 전투 끝에 승리를 거둔다. 다만 우리 독립군들의 희생도 적지 않았다.
육군소좌 모리 다쓰오 등 일본군들을 전쟁 포로로 붙잡았다. 독립군들은 그들을 제거하길 바랐다. 그러나 안중근은 '선의'를 베푼다. 만국공법에 따라 전쟁포로를 풀어준다. 이후 이는 비극으로 이어진다. 이로 인해 독립군 사이에서는 안중근에 대한 의심과 함께 균열이 일게 된다.
1년 후, 안중근을 필두로 우덕순, 김상현, 공부인, 최재형, 이창섭 등이 '늙은 늑대' 이토 히로부미를 처단하기 위해 하얼빈으로 향한다. 그러나 이들의 작전이 밀정에 의해 새어 나가면서, 일본군들의 추격이 시작되고 만다.
'하얼빈'은 1909년, 하나의 목적을 위해 하얼빈으로 향하는 이들과 이를 쫓는 자들 사이의 숨 막히는 추적과 의심을 그린 작품이다. 2015년 대한민국 정계, 검찰, 언론의 어두운 현실을 드러냈던 '내부자들', 1979년 대통령 암살사건을 다룬 '남산의 부장들'을 연출한 우민호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우 감독은 그 어느 때보다 위태로웠던 1909년의 분위기를 담아내기 위해 전력을 다했다. 6개월에 걸쳐 몽골, 라트비아, 한국, 3개국 로케이션을 펼쳤으며, '기생충' '설국열차' 홍경표 촬영감독과 손을 잡고 촬영의 깊이감을 더했다.
여기에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듄' '퓨리오사: 매드맥스 사가' 등을 담았던 영화 전용 카메라 ARRI ALEXA 65를 메인으로 사용했고, '007 노 타임 투 다이' '미션 임파서블: 데드 레코닝' 등 여러 작품에 참여한 드론 팀 XM2가 합류했다. 이로써 안중근과 독립군들의 파란만장한 여정이 더욱 실감나고 웅장하게 담겼다. 특히 우 감독은 음악, 미술 등에 심혈을 기울여 시종 어둡고 차갑고 쓸쓸한 분위기를 극대화 시켰다.
현빈은 절제된 감정으로 안중근을 그려냈다. 잘 몰랐던 안중근의 인간적인 면모를 자연스럽게 드러냈다. 박정민, 조우진, 전여빈, 유재명, 이동욱 등 연기파 배우들은 존재 자체로 극에 무게감을 실었다.
우리는 학창시절부터 위인 안중근과 독립군들의 '희생'을 배웠다. 수많은 매체를 통해 히스토리를 접했다. 당시 그들을 떠올리면 가슴이 뜨거워졌다. 애국심이 끓어 올랐다. 위인전을 읽고, 교과서를 열어 보고, TV, 영화, 뮤지컬을 보면서 그 감정은 수도 없이 경험했다.
'하얼빈'은 초반, 의미심장한 대사로 관객 마음을 흔든다. 우 감독은 마치 작두를 탄 듯 현 시국을 관통하는 대사와 장면으로 몰입도를 높인다. 그러나 거기까지다.
런닝타임 114분이 길게 느껴진다. 영화라기 보다 마치 뛰어난 영상미를 겸비한 다큐멘터리로 여겨진다.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긴장감과 시선을 뗄 수 없는 몰입감 등 '영화적 재미'가 부족하다.
24일 개봉.
뉴스컬처 노규민 presskm@knewscor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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