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해상운임 고운임 기조 지속...“지정학적 불확실성 여전”

내년 해상운임 고운임 기조 지속...“지정학적 불확실성 여전”

한스경제 2024-12-23 11:00: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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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항 신항 전경 / 부산항만공사(BPA) 제공
부산항 신항 전경 / 부산항만공사(BPA) 제공

[한스경제=김우정 기자] 내년에도 높은 선박 공급량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지속적인 지정학적 혼란과 관세인상 등 요인으로 해상운임이 현재의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다. 그러나 수에즈운하가 재개통될 경우 해운시장의 수급이 약화되면서 해상운임이 하락할 가능성도 있다는 예측이 나왔다.

한국무역협회(KITA)가 23일 발표한 ‘2025년 글로벌 해상운임 전망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화주‧선사‧포워더로 구성된 413명의 응답자 중 74.4%가 내년도 해상운임이 상승(39.8%)하거나 현 수준을 유지(34.6%)할 것으로 예상했다. 운임이 하락할 것으로 전망한 응답은 23.6%에 불과했다.

[표] 주체별 해상운임 전망 / 한국무역협회 ' ‘2025년 글로벌 해상운임 전망 설문조사’  내 발췌
[표] 주체별 해상운임 전망 / 한국무역협회 ' ‘2025년 글로벌 해상운임 전망 설문조사’  내 발췌

응답 주체별로 보면 화주는 상승, 포워더는 현상유지, 선사는 하락을 전망하는 등 입장별 차이가 존재했다. 화주는 지정학적 리스크 장기화, 글로벌 선사의 공급량 조절, 글로벌 경기 회복에 따른 물동량 증가 등에 따라 61.2%가 운임 상승을 우려한 반면, 포워더의 42.5%는 대규모 신조 선박 투입에 따른 공급 과잉이 상승 요인을 상쇄함에 따라 보합세를 예상했다. 선사는 대규모 신조 선박에 따른 공급 과잉, 중국발 물동량 감소, 지정학적 리스크 연내 해소 등을 원인으로 운임 하락(39.5%)을 전망했다.

[표] 2025년 노선별 운임전망(‘24년 11월 대비) / 한국무역협회 ' ‘2025년 글로벌 해상운임 전망 설문조사’  내 발췌
[표] 2025년 노선별 운임전망(‘24년 11월 대비) / 한국무역협회 ' ‘2025년 글로벌 해상운임 전망 설문조사’  내 발췌

노선별 해상운임 전망에서 수출기업와 선사‧포워더가 차이를 보였다. 유럽 노선은 양측 모두 희망봉 우회 장기화와 유럽의 탄소배출 규제 강화에 따른 해상운송 원가 상승으로 1-10%의 운임 상승을 예측했다. 동남아 노선에서는 타 노선에 대체 투입됐던 기존 선박이 복귀하면서 현재 수준의 운임이 유지될 것으로 보았다.

그러나 미주 노선은 미국 동부 항만파업과 보호무역주의 정책 등 지정학적 불확실성으로 수출기업은 1~10%의 운임 상승을 우려한 데 반해, 선사와 포워더는 선복 공급 증가로 1~10%의 운임 하락을 예측했다.

무협은 “내년 전체 노선에서 수출기업의 40%는 운임이 상승할 것이라 전망한 반면, 선사‧포워더는 현재 운임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23%로 가장 높았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운임 상승을 전망하는 주요 요인으로 ▲중동사태 장기화(21.9%) ▲글로벌 선사의 선복 공급조절(21.8%) ▲중국발 밀어내기 물량 증가(14.2%)를 꼽았다. 실제로 지난해 11월 홍해사태 이후 글로벌 선사들이 수에즈운하 대신 희망봉을 우회하면서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가 지난해 11월 993p에서 올해 7월 3733p의 연고점을 기록한 후 현재 2364p로 고운임 기조를 어이가고 있다.

또한 선사들이 수익 극대화를 추구하며 임시결항과 선박수리 등을 통해 공급을 제한할 가능성도 제시했다. 코로나19 당시 이뤄진 대규모 신조 발주로 내년에도 210만TEU의 신규 선복이 시장에 투입될 전망이다.

보고서는 “신규 선복 증가에 따라 2025년 총선복량은 전년 대비 6% 증가할 전망이나 희망봉 우회로 인한 실질 선복 감소율(4~5%)과 글로벌 컨테이너 물동량 증가율(3.3%)을 고려할 때 실질적 선복 증가 효과는 크지 않아 고운임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미국이 대중국 관세인상 조치를 취할 경우 중국의 밀어내기 물량이 급증하면서 단기간 내 해상운임이 큰 폭으로 상승할 가능성도 큰 것으로 분석했다. 지난 5월 바이든 행정부가 중국산 전략 품목에 대한 관세인상을 발표한 이후 SCFI는 지난 5월10일 2306p에서 7월5일 3733p로 2개월 만에 약 62% 급등한 바 있다. 이외에도 ▲글로벌 교역량 증가(13.2%) ▲미국 동부 항만파업 가능성(10.8%) ▲탄소배출 규제 강화(9.4%) 등이 내년 운임 상승의 추가 요인으로 지목됐다.

이에 무역협회는 해상운임 상승으로 인한 국내 수출기업의 물류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중소기업 해상운송 지원사업’을 확대하고, 물류 바우처 지원 한도를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글로벌 선사의 인위적 공급조절에 대한 규제 추진과 함께 부산신항 수출 컨테이너 터미널의 반입 제한 조치를 해제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이인호 무역협회 부회장은 “해상운임의 불확실성이 큰 만큼 민‧관이 협력해 안정적인 수출길 확보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며 “무역협회는 운임과 물동량 변화를 면밀히 관찰하며 정부와 협력해 대응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발틱해국제해운협회(BIMCO)는 내년 수에즈운하가 재개통될 것을 가정하며, 시장 내 수급 균형이 약화될 것이라 전망했다. 이에 따라 컨테이너 운임은 2025년 현재 수준에서 소폭 하락하고 2026년에는 더 큰 폭으로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BIMCO는 “평소 수에즈운하를 통과하던 선박의 90%가 희망봉으로 경유하면서 선박 수요가 증가했다. 그러나 선박이 정상 항로로 복귀한다면 선단 확장에 대한 우려는 여전히 남아있다”며 “전세계 선단은 2026년까지 2019년 대비 46% 증가할 것으로 보이는 반면, 화물량 증가는 22%에 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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