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나승우 기자) 손흥민과 모하메드 살라의 실력 차이가 극명하게 드러난 경기였다. 토트넘 홋스퍼가 홈에서 리버풀에게 치욕적인 대패를 당했다.
토트넘은 23일(한국시간) 영국 런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4-2025시즌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17라운드 리버풀과의 홈 경기에서 전반에만 3골을 내주는 치욕의 졸전 끝에 3-6으로 크게 졌다.
손흥민과 토트넘 역사에 남을 패배였다. 리버풀이 이번 시즌 프리미어리그와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에서 모두 선두를 달리고 있다고 하더라도 토트넘이 너무 맥없이 무너졌다.
손흥민은 뚜렷한 활약 없이 후반 막판 교체아웃됐다. 강팀과의 경기에서 주춤하는 모습이 최근 계속 나오고 있다.
이날 왼쪽 날개로 나선 손흥민은 지난 시즌 리버풀과의 2경기에서 모두 골 맛을 봤던 감각을 살릴 것으로 기대를 모았으나 별다른 활약 없이 후반 37분 티모 베르너와 교체아웃됐다.
반대로 손흥민과 1992년생 동갑내기 라이벌인 살라는 2골 2도움으로 펄펄 날았다. 왜 자신이 리버풀 수준의 빅클럽에서 계속 뛰어야 하는지를 스스로 증명해냈다.
토트넘에게도 치욕적이었다. 토트넘은 이번 시즌 39골을 퍼부으면서 팀 득점 1위를 달리고 있으나 실점도 25개나 허용하면서 중하위권 팀들과 큰 차이 없는 수비 구멍을 드러내고 있다. 또 지난해 여름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부임한 뒤 한 경기 최다 실점을 기록했다. 부실한 수비력이 10위권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라는 주된 평가다.
프리미어리그 최근 7경기에서 2승 1무 4패를 부진에 빠지게 된 토트넘은 승점 23(7승2무8패)을 유지, 11위에 머물렀다. 풀럼, 브라이턴(이상 승점 25)에도 뒤지게 됐다. 반면, 리버풀은 2위 첼시(승점 35)보다 한 경기 덜 치르고도 4점 앞선 단독 선두(12승3무1패·승점 39)를 질주했다.
토트넘은 4-2-3-1 포메이션을 꺼내들었다. 프레이저 포스터가 골문을 지켰고, 페드로 포로, 라두 드라구신, 아치 그레이, 제드 스펜스가 수비를 구성했다. 파페 사르, 이브 비수마가 허리를 받쳤고, 데얀 쿨루세브스키, 제임스 매디슨, 손흥민이 2선에서 호흡을 맞췄다. 최전방 스트라이커는 도미니크 솔란케였다.
원정팀 리버풀도 같은 포메이션으로 맞섰다. 알리송이 골키퍼 장갑을 꼈고, 앤디 로버트슨, 버질 판데이크, 조 고메스, 트렌트 알렉산더아놀드가 백4를 이뤘다. 알렉시스 맥알리스터, 라이언 흐라벤베르흐가 중원을 지켰고, 코디 학포, 도미니크 소보슬러이, 모하메드 살라가 2선에 위치했다. 루이스 디아스가 최전방 원톱으로 나섰다.
리버풀이 초반부터 거세게 토트넘을 몰아붙였다. 전반 3분 토트넘 골키퍼 포스터의 패스가 살라에게 끊겼고, 살라가 박스 안 왼발 슈팅을 때려봤으나 옆그물로 향하면서 토트넘은 가슴을 쓸어내렸다.
리버풀은 1분 만에 다시 득점 기회를 잡았으나 디아스가 오른발로 때린 슈팅은 골대를 살짝 벗어났다. 전반 10분에는 알렉산더아놀드가 올린 크로스를 살라가 지체없이 슈팅으로 연결했다. 포스터가 막아낸 공을 소보슬러이가 재차 때려봤으나 토트넘 수비가 몸으로 막아냈다.
전반 15분 리버풀이 날카로운 역습을 전개했다. 디아스가 포로를 제치고 학포에게 내줬다. 하지만 학포의 슈팅은 높게 떴다. 토트넘도 반격에 나섰다. 1분 뒤 쿨루세브스키의 패스를 받은 사르가 박스 밖에서 왼발 중거리 슛을 시도했다. 그러나 유효슈팅이 되지 않았다.
리버풀의 공세가 이어졌다. 전반 17분 살라의 박스 안 슈팅이 스펜스에게 막혔다. 다시 살라가 공을 잡아 슈팅을 시도했으나 스펜스가 막아냈다. 전반 18분 살라의 오른발 슈팅은 골대를 강타했다.
토트넘은 전반 20분 후방 긴 패스를 손흥민이 왼쪽 측면에서 받아 단독 찬스를 만들고자 했으나 수비 가담한 소보슬러이의 고의성 태클을 심판이 불지 않으면서 땅을 쳤다.
그리고 3분 뒤에 선제골을 내줬다. 전반 22분 알렉산더아놀드가 오른쪽 측면에서 올려준 크로스를 디아스가 머리로 마무리해 1-0을 만들었다. 토트넘은 주전 센터백인 크리스티안 로메로와 미키 판 더 펜은 물론 베테랑 백업 수비수인 벤 데이비스까지 부상으로 잃어 18세 미드필더 그레이를 22세 드라구신과 함께 주전 센터백으로 세우고 있는데 이날도 전반 중반을 넘어가기 전에 선제골을 내주면서 불안한 출발을 드러냈다.
리버풀은 선제골 13분 뒤인 전반 36분 추가골을 터트리면서 2-0을 만들었다. 판 데이크가 페널티지역 왼쪽 외곽 약간 먼 곳에서 올린 왼발 크로스를 그레이가 머리로 온 힘을 다해 걷어냈으나 공격 가담한 맥앨리스터 앞에 떨어졌다. 맥앨리스터가 재차 헤더슛으로 연결해 득점했다.
토트넘도 만회골을 넣으며 추격의 불씨를 살렸다.
직전 프리미어리그 경기인 사우샘프턴전에서 멀티골을 넣으며 7득점을 기록, 토트넘 선수들 중 이번 시즌 프리미어리그 골이 가장 많은 매디슨이 또 해냈다. 미드필드 혼전 중 아크 정면으로 흘러들어간 골을 매디슨이 오른발 중거리슛으로 연결해 1-2로 쫓아가는 득점에 성공했다.
하지만 토트넘은 추가시간에 돌입하자마자 실점하면서 전반전을 1-3으로 마쳤다. 프리미어리그 현역 최다골 주인공인 살라가 역습 때 소보슬러이와 2대1 패스를 주고받으며 어시스트를 뿌렸다. 소보슬러이가 페널티지역 오른쪽에서 오른발 슛을 차 넣어 3-1을 만들고 전반 종료 휘슬이 울렸다. 살라는 이날 어시스트로 프리미어리그 시즌 10골 10도움을 일찌감치 달성하는 괴력을 발휘했다.
후반에도 토트넘은 무너진 수비로 인해 리버풀 공세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후반 9분엔 살라가 문전 혼전 중 왼발 슛을 골문 앞에서 성공시켜 4-1을 만들었다.
살라는 후반 16분 이날 자신의 두 번째 골을 터트리며 공격포인트 해트트릭을 완성했다. 로버트슨의 패스를 소보슬러이가 받아 페널티지역 왼쪽까지 치고 들어갔다. 소보슬러이 패스가 반대편 노마크 찬스로 있던 살라에게 배달됐다. 살라가 왼발로 가볍게 슛을 때려 리버풀에 5-1 리드를 안겼다.
토트넘은 후반 27분 솔란케의 패스를 쿨루세브스키가 왼발 발리 슈팅으로 마무리하면서 뒤늦게 추격에 나섰다. 문전에서의 유기적인 연결 뒤 솔란케가 아크 정면에서 띄어준 패스를 쿨루세브스키가 왼발 발리슛으로 연결했고 골망을 출렁이면서 이날 토트넘의 두 번째 득점으로 이어졌다.
리버풀의 기세는 꺾이지 않았다. 후반 31분 교체 투입된 디오구 조타가 머리로 떨궈준 공을 살라가 반대편으로 연결했다. 공을 잡은 디아스가 골키퍼 키를 넘기는 로빙슛을 시도했으나 골대를 살짝 넘어갔다.
후반 35분에는 알렉산더아놀드의 크로스가 그레이 맞고 굴절돼 골문 안으로 들어갈 뻔했으나 포스터가 잘 잡아냈다. 1분 뒤 공격진에서 아무런 영향력도 보여주지 못한 손흥민이 티모 베르너와 교체돼 경기를 마쳤다.
손흥민이 빠진 직후 토트넘의 득점이 나왔다. 후반 38분 루카스 베리발의 크로스를 후반 중반 매디슨과 교체투입된 존슨이 헤더로 패스하자 솔란케가 넘어지며 왼발 슛을 날려 승부를 두 골 차까지 좁혔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리버풀은 마지막까지 공격을 감행하며 홈팀을 괴롭게 했다. 솔란케 득점 2분 뒤 살라의 패스를 디아스가 페널티지역 오른쪽에서 반박자 빠른 오른발 터닝슛으로 연결해 6-3을 만들고 경기를 끝냈다.
이날 손흥민은 한 차례 슈팅을 시도했으나 큰 위력이 없었다. 드리블도 한 번도 성공하지 못했다. 다른 세 명의 공격수들이 모두 득점에 성공하는 동안 유일하게 존재감이 없었다.
손흥민은 지난 20일 리그컵 8강 맨유와의 홈 경기에서 후반 막판 코너킥을 직접 골로 연결하는 환상적인 플레이로 홈 팬들을 열광시켰으나 이날은 리버풀의 강력한 수비 앞에 홀로 제 묷을 하지 못한 것이다.
축구통계매체 소파스코어는 손흥민에게 1~2선 공격수들 중 가장 낮은 6.3점을 매겼다. 또 다른 통계 매체 풋몹에 따르면 손흥민은 평점 6.3을 받아 공격진 꼴찌를 기록했다.
영국 매체 커트오프사이드는 손흥민에게 이날 3점을 줬다. 4~5점도 치욕적인 점수인데 3점이라면 너무 못했다는 뜻이다. 선발로 나선 토트넘 필드플레이어 중 최저점이다.
영국 런던월드는 "몇몇 순간은 훌륭해 보였으나 전반적으로 경기에 큰 영향을 주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며 평점 5점을 줬으며 더 스탠더드는 "전반전에 부진한 경기력으로 몇 번의 밝은 기회들을 낭비했다. 휴식이 필요해 보인다"라며 6점을 줬다.
기브미스포츠 또한 "앞으로 나아가는 데 많은 걸 제공하지 못했다. 공격 지역에서 공을 받을 때 종종 경기 템포를 잡아먹었다"고 5점을 부여했다. 익스프레스는 아예 "경기 내내 부침을 겪었고, 최종 결과를 만드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지난 라운드 사우샘프턴전에서 45분 동안 1골 2도움을 기록했을 때에 미치지 못했다"며 평점 3점을 줬다.
동갑내기 라이벌 살라와의 맞대결에서도 완패였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영국 풋볼런던은 "손흥민은 고군분투했으나 경기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손흥민을 살라와 비교한 적이 있으나 두 선수의 차이는 극명했다"며 손흥민에게 평점 5점을 매겼다.
사진=연합뉴스
나승우 기자 winright95@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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