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 배후 기획자로 꼽히는 노상원(62·육사 41기·예비역 육군 소장) 전 정보사령관이 “계엄 두세 달 전쯤 김용현 당시 국방부 장관에게 ‘윤석열 대통령은 올해 운(運)이 트이니까 이 시기를 놓치면 안 된다’고 조언하자 김 장관이 이를 듣고 기뻐했다”는 취지로 경찰에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 씨는 2018년 여군 강제추행으로 불명예 전역한 이후인 2019년부터 점집을 운영하며 역술인으로 활동해 왔다.
23일 조선일보 보도에 따르면 당초 김 전 장관은 “미국 대선 등 굵직한 현안이 많다”며 올해 비상계엄 선포에 부정적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위 진술이 사실이라면 역술가인 노 씨가 ‘윤 대통령의 운’을 이유로 지난 3일을 거사일로 택일하는 데 역할을 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매체에 따르면 노 씨는 경찰 조사를 받으면서 “윤 대통령 사주팔자·관상을 근거로 조언했다”고 태연하게 말했다고 한다. 심지어 경찰 수사관들에게조차 “관상이 좋다”, “당신 이름이 뭐냐”고 물었다고 한다.
경찰은 최근 노 씨의 경기 안산 ‘아기 보살’ 신당(神堂)에서 비상계엄 계획이 구체적으로 담긴 수첩을 확보하기도 했다. 노 씨는 여성 2명과 이 신당을 운영했다고 한다.
매체와 인터뷰한 노 씨의 육사 선후배·동기들은 “불명예 전역으로 군인연금에 불이익을 받게 돼 생계를 위해 역술·무속에 종사했을 수 있다”고 했다.
실제 노 씨는 현역 시절 계룡산 등을 다니며 10년 동안 사주팔자를 공부했고, 작명에도 능해 지인들 사이에서 ‘남자 보살’로 불렸다고 한다. 경북 문경 출신인 노 씨는 대전고를 나왔고 1981년 육사에 수석 입학했다. 당시 언론 보도에는 그의 이름이 노용래(盧龍來)라고 나와 있다.
노 씨의 육사 동창들은 그가 영관 장교 시절 개명했다고 매체에 알렸다. 한 육사 졸업생은 갑자기 이름을 바꾼다는 노 씨에게 “왜 그러냐”고 했더니 “나중에 큰 뜻을 이루려면 다른 사람들이 나를 바라보는 틀부터 바꿔야 한다. 그건 이름에서 시작되는 것”이라고 답했다고 전했다.
노 씨는 민간인 신분으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도와 이번 계엄을 기획한 ‘비선’으로 지목된 인물이다. 그는 계엄 선포 이틀 전인 지난 1일 문상호 정보사령관, 정보사 대령 2명과 함께 햄버거 프랜차이즈인 롯데리아에서 햄버거를 먹으며 계엄을 준비한 것으로 파악됐다. 그는 비상계엄 사태를 사전 기획한 혐의 등으로 지난 18일 경찰에 구속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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