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먼트뉴스 이상백 기자] 건강에 해로운 식습관으로 인해 체내 염증 수치가 높은 사람은 생선이나 채소 등 항염증 효과가 있는 식품 중심의 식단을 섭취하는 사람에 비해 치매 발병 위험이 무려 84%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UT 헬스 샌안토니오의 글렌 빅스 알츠하이머 및 신경퇴행성 질환 연구소, 보스턴 대학교, 프레이밍햄 심장 연구소 공동 연구진은 식단의 염증 지수(Dietary Inflammatory Index, 이하 DII)가 높을수록 알츠하이머병을 포함한 모든 원인으로 인한 치매 발병률이 증가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지금까지의 연구들을 통해 지중해식 식단이나 지중해식 식단과 고혈압 예방 식단을 결합한 MIND 식단 등 항염증 식품 중심의 식단이 인지 기능 저하 속도를 늦추고 치매 위험을 낮추는 데 효과적이라는 사실은 이미 알려져 있었다.
이번 연구는 연구 시작 시점에 치매를 앓고 있지 않았던 60세 이상 참가자 1,487명을 대상으로 약 13년간의 추적 관찰을 진행하며 식이 데이터, 치매 발병률, 알츠하이머병 진단율 등을 분석했다.
식단 정보는 1991년부터 2001년까지 세 차례의 검사 주기에 걸쳐 시행된 식품 섭취 빈도 설문 조사를 통해 수집되었다. 이를 바탕으로 섬유질, 비타민, 오메가-3 지방산과 같은 항염증 식단 또는 포화 지방, 총 에너지 섭취량, 탄수화물 등 염증을 유발하는 식품으로 분류된 36가지 식이 성분에 대한 DII 점수를 계산했다. DII는 영양소, 생리 활성 화합물, 식품 성분을 분석하여 섭취 시 염증 유발 정도를 수치화한 지표로, 점수가 높을수록 염증을 유발하는 식품을 더 많이 섭취했음을 의미한다.
연구 결과, 1,487명의 참가자 중 187건의 알츠하이머병을 포함하여 총 246명이 모든 원인으로 인한 치매 진단을 받았다. 분석 결과, DII 점수가 높을수록 치매 위험이 유의미하게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DII 점수가 1 단위 증가할 때마다 모든 원인으로 인한 치매 위험은 21%, 알츠하이머성 치매 위험은 20%씩 증가했다. 특히, DII 점수에 따라 참가자들을 그룹으로 나누어 비교했을 때, 염증 유발 식단을 가장 많이 섭취한 그룹은 항염증 식품 위주의 식단을 가장 많이 섭취한 그룹에 비해 모든 원인으로 인한 치매 발병 위험이 84%나 더 높은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러한 연관성은 연령, 성별, 교육 수준, 체질량 지수, 신체 활동, 흡연 여부, 총 에너지 섭취량 등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다른 요인들을 조정한 후에도 동일하게 유지되었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 결과가 식단으로 인한 염증이 전신 염증 경로를 통해 신경 퇴행 과정에 영향을 미친다는 가설을 뒷받침한다고 설명했다. 포화 지방이나 가공 탄수화물과 같은 염증 유발 성분이 높은 식단으로 인한 만성 염증은 뇌의 염증을 악화시키고, 알츠하이머병의 특징인 아밀로이드 베타 플라크 형성을 촉진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반면, 오메가-3 지방산이나 플라보노이드와 같은 항염증성 영양소는 염증 발생에 관여하는 사이토카인 생성을 줄이고 뇌 건강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쳐 이러한 악영향을 상쇄할 수 있다. 지중해식 식단과 같은 항염증성 식단이 전신 염증을 감소시켜 인지 기능을 개선할 수 있다는 사실은 이미 여러 연구를 통해 입증된 바 있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가 관찰 연구이므로 구체적인 인과 관계를 명확히 입증할 수는 없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DII 점수의 최고점과 최저점 사이의 84%라는 높은 상관 관계는 여전히 매우 의미 있는 결과라고 강조했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 결과는 항염증성 식품 섭취를 강조하는 식습관 개선이 장기적인 전략으로서 치매 위험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시사한다”며 “DII 유형의 평가를 식단 지침에 통합하면 치매 위험에 처한 사람들을 조기에 식별하고 개인에게 맞춤화된 영양 전략을 개발하는 데 유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알츠하이머병 및 치매(Alzheimer's & Dementia)》 저널에 ‘Association between dietary inflammatory index score and incident dementia’라는 제목으로 게재되었다.
Copyright ⓒ 메디먼트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