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에서 버터 가격이 급등하며 제과업체와 소비자 모두에게 큰 부담을 주고 있다. AP통신에 따르면, 프랑스 파리의 유명 제과점 파티시에 아노 델 몬텔은 최근 몇 달 동안 버터 가격이 급등하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일부 경쟁 업체들이 마가린으로 대체하는 방법을 선택했지만, “크루아상은 천연 버터로 만들어야 한다”며 고집을 꺾지 않았다.
유럽연합(EU) 집행부가 제공한 데이터에 따르면 2023년 10월부터 2024년 10월 사이 EU 27개 회원국의 버터 가격은 평균 19% 상승했다. 특히 슬로바키아에서는 49%, 독일과 체코에서는 40% 이상 급등했다. 독일에서는 250g 버터 한 팩이 브랜드와 품질에 따라 2.4~4유로에 이른다.
폴란드에서도 상황은 심각하다. 폴란드 국립농업지원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버터 가격이 49.2% 상승했으며, 12월 현재 킬로그램당 약 37폴란드 즈워티(약 9달러)에 달했다. 폴란드 정부는 가격 안정을 위해 약 1,000톤의 냉동 버터를 시장에 방출할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버터 가격 급등의 원인을 글로벌 우유 부족으로 꼽는다. 미국과 뉴질랜드의 우유 생산량 감소가 주요 원인으로, 뉴질랜드는 세계 최대 버터 수출국 중 하나다. 또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 비용 상승, 가뭄으로 인한 수확량 감소, 유럽 낙농업체들의 경영난 등 복합적인 요인이 버터 가격 상승을 가중시키고 있다.
유럽에서 낙농업체의 수익성이 악화되면서 유지방 부족이 심화되었고, 이로 인해 버터 생산량도 줄어들었다. 유럽 버터는 지방 함량이 높아 미국 버터보다 더 부드럽고 풍미가 깊지만, 이러한 특성 때문에 가격 상승을 포장 크기로 숨기기 어렵다.
버터는 프랑스 요리에서 필수적인 재료로, 구운 음식과 소스에 널리 사용된다. 19세기 프랑스의 버터 부족은 마가린 발명을 촉발했지만, 프랑스는 여전히 유럽 대륙에서 버터 소비량이 가장 많은 국가 중 하나다.
폴란드에서는 버터 가격 상승이 정치적 논란으로 번졌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야당은 인플레이션과 버터 가격 급등을 정부와 폴란드 국립은행의 책임으로 돌리고 있다. 폴란드의 소비자들은 가격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저렴한 버터를 찾기 위해 체인점 간 가격 전쟁을 촉발하고 있다.
버터 가격 상승은 제과업체뿐만 아니라 일반 소비자들에게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프랑스와 폴란드 전역의 소비자들은 버터가 들어간 케이크와 요리를 포기하거나 대체 재료를 찾는 데 고심하고 있다. 한 폴란드 소비자는 “버터 가격이 매달 오르고 있다”며 현재 상황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우유 시장 안정화와 에너지 비용 하락이 없으면 버터 가격이 당분간 더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한다.
또한, 기후 변화와 전염병 같은 불확실성은 유제품 생산과 공급망에 장기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유럽 버터의 가격 상승은 단순한 식재료 문제가 아니라, 농업, 경제, 그리고 정치적 이슈와 얽혀 있는 복합적 문제임을 보여준다.
차승민 기자 smcha@nv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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