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경기회복 기대감이 커지면서 경제·산업계에 훈풍이 예상됐으나, 소비심리 회복지연, 지정학적 리스크로 인한 불안이 가중되면서 기대만큼 성과를 내지 못했습니다. 여기에 정치 혼란까지 더해지며 경제·산업계의 투자 방향 또한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직썰> 은 올 한 해 경제·산업계에서 발생한 이슈와 현황을 분야별로 결산해 보고자 합니다. [편집자주] 직썰> |
[직썰 / 손성은 기자] 은행권은 올해 대형 금융사고와 수익성 악화로 고전했다.
지난해 배임·횡령 등 빈번한 금융사고로 정부가 내부통제를 주문했지만 오히려 금융사고 발생 건수가 늘어나며 신뢰도에 상처를 입었다.
고금리를 바탕으로 이어젼 호실적 행진도 내리막길로 접어들었다.
정부의 이자장사 경고에 이자마진이 줄어들었고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하가 시작됨에 따라 내년 전망도 어둡다.
내부통제 부실과 수익성 악화는 연말 은행권 최고경영자(CEO) 대거 교체라는 쇄신 인사로 이어졌다.
◇ 구멍 난 내부통제…100억원 이상 금융사고 5건
은행권은 지난해 잇따른 금융사고가 발생해 금융당국으로부터 내부통제 강화 주문을 받았다.
특히 금융판 중대재해처벌법이라 불리는 ‘책무구조도’ 도입을 앞두고 내부통제 조직을 정비하고 임직원 준법·윤리교육에 공을 들였지만, 오히려 사고 건수가 증가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각 사 경영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올 3분기 기준 이들 은행에서 발생한 횡령·배임 등에 따른 금융사고 발생건수는 총 53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25건 늘었다.
경영 현황 보고서에는 금융사고 인식 시점부터 기재하게 돼 있어 최근 금융감독원 정기검사 등을 발견된 사고는 집계되지 않아 실제 사고건수는 더 많다.
KB국민은이 총 19건으로 금융사고 건수가 가장 많았고 ▲NH농협은 16건 ▲하나은행 8건 ▲우리은행 6건 ▲신한은행 4건 순이었다.
지난해보다 사고건수가 줄어든 곳은 신한은행 한곳에 불과했다.
KB국민은행(14건↑), 우리은행(4건↑), NH농협은행(12건↑)은 증가했고 하나은행은 지난해와 같았다.
지난해 단 한번도 발생하지 않았고 100억원 이상 대형 금융사고는 올해 5건이 발생했다.
KB국민은행이 3건, 우리은행 2건이다.
◇ 역대급 실적 끝물…수익성 악화 현상
고금리 시기 이자이익을 발판 삼아 이어온 은행권의 역대급 실적 행진은 내리막길로 접어들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국내은행 누적 당기순이익은 18조8000억원을 전년동기 대비 3.4% 줄었다.
올 상반기 정부의 정책금융 공급 확대로 대출자산 자체는 늘었지만 예대금리차가 축소됐기 때문이다.
올 3분기 말 기준 국내은행의 예대금리차는 1.52%로 지난해 말 대비 0.72%포인트(p) 감소했다.
대출건전성도 문제다. 부실대출이 늘어나며 3분기 대손 비용은 7000억원가량 커졌고, 지난 10월 말 신규 연체율은 0.53%로 전월 대비 0.06%p 늘었다.
하반기 들어 나타난 수익성 악화는 내년에 영업에 더욱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한국은행이 3년 2개월만에 긴축을 멈추고 금리 인하를 시작함에 따라 이자이익 악화가 불파기하다.
통상적으로 금리하락기에는 은행의 이자이익이 줄어들어 수익성이 하락한다.
◇ 연말 인사 태풍…5대 은행 중 4곳 행장 교체
대규모 금융사고와 하반기 들어 나타난 수익성 악화는 은행장 대거 교체로 이어졌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 가운데 은행장이 연임하게 된 곳은 신한은행뿐이다.
KB국민은행은 이환주 KB라이프생명 사장을 차기 행장으로 맞는다. 하나은행은 이호성 하나카드 사장, 우리은행은 정진완 중소기업그룹 부행장, NH농협은행은 강태영 농협캐피탈 부사장이 차기 행장으로 내정됐다.
5대 은행의 은행장 교체는 시장의 예상을 뒤엎었다. KB국민은행의 하나은행은 기존 은행장의 연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많았다.
통상적으로 금융지주는 은행장들에게 2+1 임기를 제시하기에 실적에 결격 사유가 없는 KB국민은행과 하나은행의 교체는 의외라는 반응이다.
은행권은 이번 인사에 각 금융지주의 심각한 위기의식이 반영됐다 본다.
내년 한은 기준금리 인하에 따른 수익성 악화가 본격화가 예상되고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과 탄핵 정국에 따른 강달러 지속 등 대내외 변수가 산재해 쇄신 인사를 단행했다는 시각이다.
특히 내부통제 문제도 이번 인사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내년 은행권은 금융권 중대재해처벌법이라 불리는 책무구조도 시범 운영이 끝난다.
책무구조도는 금융사에서 횡령, 불완전판매 등 금융사고가 발생할 경우 사안에 따라 최고경영자에게 까지 물을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이번 은행권 CEO 교체에는 내부통제와 실적이 큰 영향을 미쳤다”며 “내년부터는 책임구조도 시범 운영 기간이 끝나는 만큼 금융사고가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장담할 수 없어 행장 교체를 통해 긴장감을 불어넣는 이유도 있었다고 본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내년부터 기준금리 인하 여파가 본격적으로 나타나 수익성 악화가 예상되는 수익성 악화에 대비한 인사이기도 할 것”이라며 “새롭게 추천된 은행 CEO들이 재무통, 영업통으로 평가받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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