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오는 내년 1월 포스코는 4억4000만달러 채권 만기가 돌아온다. 이어 2월에는 한국남동발전(3억달러), 기아(4억달러), KB국민은행(4억달러) 등도 상환을 앞두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내년 만기가 돌아오는 달러 표시 채권 전체 규모(QIB기준)는 88억4000만달러에 달한다.
이들 기업 대부분은 지난 2020~2022년 관련 채권을 발행했다. 당시 저금리 메리트가 부각된 것은 물론 본격적인 금리 상승 전 자금을 조달하려는 움직임도 한 몫 했다. 여기에 리스크 관리를 위한 외화 확보 의지도 영향을 미쳤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2022년부터 본격적으로 상승하기 시작했다. 이후 ‘마의 벽’으로 여겨졌던 1200원 선을 훌쩍 넘어섰고 현재는 1450원선에서 거래중이다.
지난 2020년과 2022년 초 원달러 환율은 1100원 수준이었다. 당시와 비교하면 달러 가치가 무려 30%가량 오른 셈이다. 기업들의 상환 부담도 그만큼 증가하는 격이다.
문제는 국내 기업들이 체력이 약해졌다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포스코는 철강과 2전지 등 주력 사업 전반 부진으로 예상을 밑도는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한국남동발전 등 한전 발전 자회사들도 줄줄이 상환을 앞두고 있다.
금융사 중에서는 KB국민은행이 9억달러를 상환해야 한다. 리파이낸싱에 성공할 수 있겠지만 이전과 비교해 조달 조건은 악화된 상황이다.
그나마 상반기 사정은 나은 편이다. 하반기에는 LG화학, GS칼텍스 등이 각각 3억달러 만기가 돌아온다. 현재 석유화학 업계는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만큼 자금조달 자체에 대해 안심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근본적으로는 과거 달러 표시 채권 발행(2020~2022년)에 대한 결정이 오판이었다는 얘기도 나온다. ‘원달러 환율 1200원’은 상징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었던 만큼 달러 가치 상승 여력이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이다.
기업이나 금융사들은 환율 변동에 대비해 헷징을 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예상하지 못한 수준의 달러 강세로 인해 헷징 규모 자체가 유의미한 결과를 가져오기는 어려웠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가 기준금리 인하 속도 조절에 나서면서 국내 기업들의 자금조달 고심은 더욱 커져가는 상황이다.
한 자산운용사 채권운용역은 “미국이 기준금리를 인상하기 시작했을 때 원달러 환율이 1200원을 넘어서더라도 재차 그 아래로 내려올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며 “원화 약세가 수출 경쟁력 제고로 이어지면서 그만큼 달러가 국내로 다시 유입될 것이란 시나리오가 주를 이룬 탓”이라고 말했다. 그는 “글로벌 공급망 재편으로 과거 주효했던 경제 공식이 바뀐 만큼 기업들이 자금을 조달하는 데 있어서 많은 고심을 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성규 한국금융신문 기자 lsk0603@fntimes.com
Copyright ⓒ 한국금융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