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주석. 스포츠동아DB
올겨울 프리에이전트(FA) 시장에 나온 야수는 총 8명이다. 전체 20명 중 절반에 가까운 수준이다. 보상 규정이 가장 까다로운 A등급 FA 야수는 없었다. 이적 시 영입 구단이 보호선수를 A등급보다 5명 더 묶을 수 있는 B등급과 C등급이 4명씩이었다. 그 덕분인지 심우준(한화 이글스), 허경민(KT 위즈)이 잇달아 FA 이적에 성공하며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그러나 주요 FA 야수가 행선지를 정하자, 시장의 분위기는 삽시간에 달라졌다.
●한파
C등급 FA가 눈길을 끈다. C등급은 A, B등급보다 보상 부담이 훨씬 덜하다. 실제 알짜 영입이라고 평가되는 선수 역시 적지 않았다. 1호 FA 계약 또한 KT 위즈에 남은 베테랑 불펜 우규민(39)으로, C등급에서 나왔다. 단, 야수 쪽 사정은 좋지 않다. C등급 FA 야수 4명 중 시장이 열리기 전 원소속구단 SSG 랜더스와 합의에 이른 최정을 제외하고 서건창(35), 김헌곤(36·삼성 라이온즈), 김성욱(31) 등 3명에게는 꽤 추운 겨울이다. 11월 6일 개장 이후 2개월이 다 돼 가지만 최정과 김헌곤만 계약했을 뿐이다.
김헌곤을 통해 분위기를 읽을 수 있다. 김헌곤은 2011년부터 삼성에서만 뛰었다. 줄곧 잔류가 예상되긴 했다. 그러나 그의 계약 규모(2년 최대 6억 원)를 통해 C등급 FA 야수가 받을 시장의 평가를 가늠할 수 있었다. 계약금(2억 원)과 연봉(1억 원), 인센티브(연 1억 원)가 3등분돼 있는 내용이다. 김헌곤은 2019년부터 5년 연속 억대 연봉을 받았다. 2020년 개인 최고 1억9000만까지 받은 바 있다. 4수 끝에 시장에 나온 서건창과 생애 첫 FA 승인을 받은 김성욱에게 이 평가가 어떻게 작용할지 궁금하다.
●시기
B등급 FA 야수 중에선 하주석(30)만 남았다. 하주석은 생애 처음 FA 권리를 행사했다. 단, 시장에 나온 시기가 좋지 않다는 평가가 적잖다. FA 자격 획득을 앞둔 시즌에 후배 이도윤, 황영묵이 크게 활약하면서 기회부터 충분히 잡지 못했다. 2022년 음주운전에 따른 징계와 올 시즌 잇따른 부상 탓에 풀타임으로 활약할 기회가 최근 없었다. 이에 64경기밖에 뛰지 못해 이른바 ‘FA 재수’를 택하는 게 아니냐는 예상이 나왔지만, 그는 시장을 택했다.
하주석이 남다른 가능성을 지니고 있기에 아쉬워하는 목소리도 있다. 시장 상황을 고려해 FA 선언을 다음 시즌으로 미뤘으면 더 낫지 않았겠느냐는 이야기다. 한 지도자는 “차라리 (FA) 재수를 택했다면 보상선수로 지명하거나 트레이드해 기회를 줄 구단이 있었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안타까워했다.
김현세 기자 kkach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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