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화려한 K팝 아이돌, 한국 여성에겐 '독'이었다"

[인터뷰] "화려한 K팝 아이돌, 한국 여성에겐 '독'이었다"

여성경제신문 2024-12-22 16:10: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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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듀스 101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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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 위에서 빛나는 그녀들처럼 한국의 젊은 여성들도 빛날 수 있을까요?"

"K팝의 여성 아이돌들은 강렬하면서도 아름다운 메시지를 전하잖아요. 그런데 실제 한국에서 만난 여성들의 삶은 화려한 아이돌 이미지와 너무 달랐어요."

프랑스에서 온 직장인 리아(31)는 한국에서 머물며 K팝 아이돌과 한국 여성들의 삶을 비교하며 깊은 생각에 잠겼다. 베트남에서 태어나 두 살 때 프랑스로 입양된 그는 어린 시절부터 동양인으로서 정체성 혼란을 겪었지만, 자신의 고향인 아시아 문화를 통해 위안을 찾았다. 특히 K팝의 여성 아이돌들이 보여주는 힘찬 에너지와 독립적인 모습은 그녀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한국은 여성들이 자신만의 길을 찾아가는 곳이라고 생각했어요. K팝에서 보이는 여성 아이돌의 모습처럼요. 하지만 그 안에는 제가 보지 못했던 다른 이야기가 있더군요."

지난 2016년 한국으로 와 교환학생을 거쳐 직장 생활을 하고 있는 베트남계 프랑스인 리아(Lia). 사진은 양부모님과 함께있는 리아(오른쪽)의 모습. /본인제공
지난 2016년 한국으로 와 교환학생을 거쳐 직장 생활을 하고 있는 베트남계 프랑스인 리아(Lia). 사진은 양부모님과 함께있는 리아(오른쪽)의 모습. /본인제공

한국에 온 리아는 곧바로 이상과 현실의 괴리를 깨달았다. 화려한 서울 거리를 걷는 여성들의 세련된 스타일은 그녀가 기대했던 K팝 세계와 닮아 있었다. 그런데 그녀가 한국 대학과 직장 문화를 경험하며 만난 젊은 여성들은 예상보다 훨씬 더 치열하고 고단한 삶을 살고 있었다.

"제 룸메이트는 한국 대학생이었는데, 매일 새벽까지 공부하거나 아르바이트를 하느라 잠을 거의 못 자더라고요. 자신의 꿈을 위해 노력한다고 했지만 저는 그것이 꿈을 좇기보다는 생존을 위한 몸부림처럼 보였어요."

리아는 K팝 아이돌이 현실을 살아가는 이들에게 '독'이 될 수 있다고 했다. 

"한국 사회에서 여성들은 다양한 역할과 기대 속에서 완벽함을 요구받아요. 직장에서의 뛰어난 업무 성과, 가정에서의 헌신적인 역할, 그리고 외모와 태도까지 모두 완벽해야 한다는 암묵적인 기준이 존재하죠. 사회적 압력은 여성들에게 과도한 스트레스를 안기며 때로는 그들의 자아와 삶의 균형을 위협하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어요. 여성들은 자신이 선택한 삶의 방식이나 성취와는 무관하게 사회가 설정한 틀 안에서 평가받아야 하는 부담을 느껴요.

리아(맨 앞)와 친구들. 리아는 한국에서 외교 관련 업무를 맡고 있다. /본인제공
리아(맨 앞)와 친구들. 리아는 한국에서 외교 관련 업무를 맡고 있다. /본인제공

특히 외모에 대한 강박은 여성들이 마주하는 가장 대표적인 문제 중 하나라고 생각해요. 미디어와 사회적 분위기는 여성들에게 날씬함, 동안, 특정한 메이크업 스타일 등을 강조하며 외모를 자신의 가치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삼도록 압박해요. 이러한 기준은 자신을 위한 꾸밈을 넘어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게 하며 과도한 다이어트와 미용 시술, 심리적 불안을 유발하기도 해요. 개인의 자유를 제한하고, 여성 스스로의 자아존중감을 훼손시키는 결과를 낳을까 우려되요.

가정 내에서도 여성들은 여전히 전통적인 성 역할의 틀 안에서 기대를 받고 있습니다. ‘좋은 아내’, ‘좋은 엄마’라는 역할에 대한 사회적 압박은 여성들에게 가정과 직장 모두에서 완벽한 모습을 요구하죠. 가사와 육아에 대한 책임이 여성에게 불균형적으로 전가되면서 경력 단절이나 심리적 소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요. 남성에게는 동일한 수준의 가사와 육아 책임이 요구되지 않는 현실 속에서 여성의 부담은 배가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한 개인에게 지나친 기준을 부여하는 사회는 다양성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데 실패하게 된다고 생각해요. 여성들이 자신만의 속도로 꿈과 목표를 추구할 수 있도록 사회적 기준과 역할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해요. 완벽함을 강요하는 대신, 개인의 다양성과 선택을 존중하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여성들이 진정한 의미에서 행복과 성취를 느낄 수 있을 거예요."

성형외과 의원 의사 수가 최근 10년간 1.8배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월 28일 보건복지부와 국민건강보험공단 등에 따르면 성형외과로 표시된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일하는 의사는 2022년 1월 현재 1769명으로, 2012년(1003명)보다 76.4% 늘어났다. 피부과 의원의 의사도 2012년 1435명에서 2022년 2003명으로 39.6% 늘었다. 사진은 서울 시내 한 성형외과의 모습. /연합뉴스
성형외과 의원 의사 수가 최근 10년간 1.8배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월 28일 보건복지부와 국민건강보험공단 등에 따르면 성형외과로 표시된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일하는 의사는 2022년 1월 현재 1769명으로, 2012년(1003명)보다 76.4% 늘어났다. 피부과 의원의 의사도 2012년 1435명에서 2022년 2003명으로 39.6% 늘었다. 사진은 서울 시내 한 성형외과의 모습. /연합뉴스

그녀가 가장 충격을 받은 건 한국의 젊은 여성들이 스스로를 지나치게 낮게 평가하는 모습이었다. "한 친구가 저에게 ‘나는 부족하다’고 말했어요. 그녀는 자신이 외모도, 성적도, 심지어 사회적 위치도 만족스럽지 않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제가 보기엔 그녀는 너무나 훌륭했거든요. K팝의 아이돌처럼요."

리아는 이런 모습이 한국 사회의 치열한 경쟁과 여성을 향한 높은 기대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K팝의 여성 아이돌들은 강인하고 독립적인 모습을 보여주지만 실제로 그들도 그러기 위해 엄청난 고통을 견디잖아요. 한국의 젊은 여성들도 마찬가지인 것 같았어요. 스스로를 꾸미고, 발전시키고, 강해지려고 노력하지만 그 과정에서 너무 많은 것을 희생하고 있는 거죠."

6개월간의 한국 생활을 마치고 프랑스로 돌아간 리아는 K팝과 한국 여성들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가지게 되었다. "K팝 아이돌들은 한국 여성들이 가지고 있는 가능성과 강인함을 보여줘요. 하지만 그들의 현실은 그런 가능성을 충분히 펼치기 어렵게 만드는 것 같았어요."

리아는 K팝이 단순히 화려한 엔터테인먼트를 넘어 한국 젊은 여성들의 이야기를 더 많이 담아낼 필요가 있다고 느꼈다. "그들이 겪는 어려움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뤄낸 성취를 담아낸다면, K팝은 더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을 거예요."

리아는 인터뷰를 마치며 말했다. "한국 젊은 여성들은 충분히 빛날 자격이 있어요. 그들을 가로막는 장벽들을 허물기 위해 모두가 조금 더 노력했으면 좋겠어요. 한국 여성들이 K팝의 무대 위 아이돌처럼 자유롭게 춤추고 노래할 수 있는 세상이 오기를 바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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