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작가 개인전 풍성…금강전도 11년 만에 전시
(서울=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 겸재 정선부터 론 뮤익, 루이스 부르주아, 김창열, 이불까지. 내년 주요 미술관에서는 특정 주제를 잡아 여러 작가 작품을 소개하는 기획전보다 국내외 유명 작가들의 개인전이 풍성하다.
◇ 11년 만에 공개되는 '금강전도'·김창열 사후 미술관 회고전
22일 미술계에 따르면 국립현대미술관은 내년 4월 서울관에서 호주 출신의 극사실주의(하이퍼리얼리즘) 조각가 론 뮤익(66)의 개인전으로 새해 전시를 시작한다. 뮤익은 거대한 크기의 극사실 인물 조각으로 유명한 작가로, 아시아 첫 개인전인 이번 전시에서는 2017년 호주 빅토리아 국립미술관에서 처음 선보인 '매스'(Mass)를 비롯한 조각과 사진, 다큐멘터리 등 30여점을 내놓는다.
한국 작가 개인전으로는 8월 서울관에서 열리는 '물방울 화가' 김창열(1929∼2021)의 회고전이 눈에 띈다. 김창열의 초기부터 뉴욕 시기, 프랑스 초기부터 말년까지를 조명하는 전시다.
과천관에서는 11월 '한국 현대 도예의 선구자'로 불리는 신상호(77)의 개인전이 열리고 덕수궁관에서는 12월 '농원'의 화가 이대원(1921∼2005)의 회고전이 예정돼 있다.
기획전으로는 국내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닌 신진 작가 발굴전시인 '젊은 모색'이 4∼10월 과천관에서 열린다. 덕수궁관에서는 4∼7월 한국미술사에서 초현실주의 경향의 작가와 작품을 조명하는 '초현실주의와 한국근대미술'전이 진행된다.
삼성문화재단이 운영하는 리움미술관의 첫 전시는 내년 2월 개막하는 프랑스 작가 피에르 위그(62) 개인전이다. 위그는 학제적으로 현대 사회 이슈를 다루는 작가로, 올해 베네치아비엔날레 기간 베네치아 푼타 델라 도가나 미술관에서 대규모 개인전을 열기도 했다. 서울 전시에서는 삼성문화재단이 푼타 델라 도가나와 공동 제작한 신작을 포함해 10년간 주요 작품 14점을 공개한다.
9월에는 이불(60) 작가의 전시가 열린다. 1980년대부터 현재까지 40여년간 작가의 작품 세계를 조망하는 서베이형(연구조사형) 전시다. 초기 노래방 작업과 사이보그 연작, 2005년 이후 계속되고 있는 '나의 거대 서사'(Mon grand recit) 연작을 중점적으로 다룬다.
리움미술관에서는 3월부터 현대미술 소장품전도 열린다. 조각을 중심으로 유명 소장품과 최근 수집한 작품 60여점을 선보이는 자리다. 2016년 플라토미술관(로댕갤러리)이 문을 닫은 뒤로 볼 수 없었던 오귀스트 로댕의 '칼레의 시민'이 9년 만에 공개된다.
호암미술관에서는 내년 최고 화제 전시로 꼽히는 겸재 정선(1686∼1759)전이 4월 시작한다. 정선의 주요 작품을 소장한 간송미술문화재단과 함께 여는 전시로, 진경산수화를 비롯해 산수화, 인물화, 화조영모화(꽃과 새, 동물을 그린 그림) 등 대표작 120여점을 통해 정선의 회화 세계 전모를 조명한다. 특히 국보 '금강전도'(1734)가 2004년 리움미술관에서 열린 '세밀가귀'전 이후 11년 만에 일반 공개된다.
호암미술관에서는 8월 루이즈 부르주아(1911∼2010)의 대규모 회고전이 열린다. 거대한 거미 조각 '엄마'와 '밀실XI(초상)' 등 리움미술관 소장품과 한국에 처음 공개되는 1940년대 초기 회화 등을 볼 수 있다. 현재 일본 도쿄 모리미술관에서 진행 중인 부르주아 전시에 나온 작품도 일부 온다.
아모레퍼시픽미술관에서는 3월 고미술 기획전인 '조선민화대전'(가칭)이 열린다. 조선시대 민화를 현대적 관점에서 조명하는 전시로, 16개 기관이 소장한 120여점을 모아 소개한다. 이어 8월에는 미국의 추상 작가 마크 브래드포드(63)의 국내 첫 개인전이 예정돼 있다.
서울시립미술관은 3∼6월 서소문본관에서 여성작가 강명희(77)의 개인전을 연다. 1970년대 초 프랑스로 이주해 국내 활동이 상대적으로 적었던 작가의 작업 세계를 총체적으로 재조명하는 전시다. 북서울미술관에서는 이건희컬렉션의 한국근현대작가 10명의 작업을 소개하는 '그림이라는 별세계-이건희컬렉션과 한국근현대작가'전이 4월 시작하고 일본계 영국인 작가 크리스탄 히다카(47)의 개인전은 6월 예정돼 있다.
아트선재센터는 2∼4월 원로작가 하종현(89)의 1959∼1974년 초기 회화 실험을 살피는 '하종현 5975'전을 연다.
◇ 하종현부터 이진주까지…갤러리현대 55주년 특별전도
주요 갤러리에서도 90대 원로 작가부터 40대 초반 젊은 작가까지 국내외 작가들의 개인전이 많이 열린다. 국제갤러리의 첫 전시는 3월 서울점에서 열리는 설치미술가 최재은(71)의 개인전이다. 2015년부터 진행해 온 비무장지대(DMZ) 프로젝트 '자연국가' 등을 소개한다. 서울점에서는 같은 시기 하종현의 최근작을 소개하는 전시가 열린다. 4월 말에는 부산점에서 정연두(55)의 개인전이, 9월에는 서울에서 루이즈 부르주아와 갈라 포라스-김(40)의 개인전이 예정돼 있다. 12월에는 '여성적 그로테스크'로 대표되는 장파(43)의 개인전을 서울에서 열 예정이다.
갤러리현대는 첫 전시로 2월 신성희(1948∼2009) 개인전을 연다. 캔버스를 자른 천으로 매듭을 지어 묶는 '누아주'(Nouage. 엮음 회화) 연작과 캔버스를 재단하고 박음질해 이은 '꾸띠아주'(couturage. 박음 회화) 연작을 중심으로 소개한다. 4월에는 개관 55주년을 기념하는 특별전을 열고 그동안 갤러리와 함께 한 작가들의 작업을 소개한다. 8월에는 한지 끝을 태우고 곧바로 불을 꺼 남은 조각을 섬세하게 배열하는 작업으로 알려진 김민정(62)의 개인전과 올해 베네치아비엔날레 본전시에 참여한 이강승(46)과 2023년 광주비엔날레에 참여한 미국 작가 캔디스 린(45)의 2인전, 아르헨티나 출신 설치미술가 토마스 사라세노(51)의 개인전이 각각 사간동 신관과 본관, 강남점에서 열린다. 주목받는 젊은 작가 이우성(41)은 갤러리현대 신관에서 10월 신작을 공개한다.
아라리오갤러리는 7월 원로 추상조각가 엄태정(90)의 개인전을 마련한다. 1960년대 초부터 현재까지 조각의 형태와 재료의 물성을 탐구해 온 작가의 최근 작품 세계를 조명하는 전시다. 프리즈 아트페어 기간과 맞물리는 9월에는 동양화의 전통 채색 기법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주목받는 이진주(44)의 대규모 전시를 열고 작가의 신작을 대거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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