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캐릭터 더하고 길이는 압축…해외 평단 호평도 이어져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천진난만한 여자아이의 목소리로 시작되는 이 놀이에 죽음과 피, 서바이벌이라는 잔혹한 이미지를 씌운 '오징어 게임'이 3년 만에 다시 돌아온다.
올해 방송 콘텐츠 최고 기대작으로 꼽히는 '오징어 게임 시즌2'(이하 '오징어 게임2')가 26일 공개된다.
'오징어 게임'은 돈이 절박한 사람들을 모아 밀폐된 공간에서 여러 게임을 진행하고 탈락자에게는 죽음을, 단 한 명의 승자에게는 456억원이라는 거액을 상금으로 주는 게임을 소재로 한 시리즈다.
시즌1에 이어 시즌2에서도 이 서바이벌 게임 시스템은 동일하게 유지되지만, 여러모로 새로운 이야기가 등장할 전망이다.
우선 등장인물이 대거 바뀌고 한층 늘어났다.
시즌1에 이어 시즌2에도 나오는 인물은 성기훈(이정재 분)과 프론트맨(이병헌), 황준호(위하준), 정배(이서환), 양복남(공유) 정도에 그친다.
그도 그럴 것이 시즌1 속 서바이벌 게임에서 기훈이 살아나오는 동안 나머지 참가자는 모두 사망했기 때문이다.
대신 이번에는 더 다양한 사연을 갖춘 여러 연령대의 참가자를 추가했다.
코인(암호화폐) 투자 유튜버였지만 사기에 연루된 청년과 그의 옛 여자친구, 노름빚을 갚으려 일확천금을 노리는 아들과 그런 아들을 찾으러 온 엄마, 성전환 수술비가 부족한 특전사 출신 트랜스젠더, 북한에 두고 온 딸을 되찾으려는 탈북민, 혈액암에 걸린 딸의 병원비를 벌려는 아빠, 신기 떨어진 무당, 은퇴한 래퍼 등이 게임에 참여한다.
이들을 소개한 시즌2 캐릭터 영상만 10분이 넘는다.
움직인 사람을 총살하는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게임은 동일하지만, 새로운 게임들도 추가됐고, 분기마다 게임을 중단하고 나갈 것인지를 묻는 찬반 투표도 넣었다.
반면 분량은 짧아졌다. 시즌1은 9부작이었지만, 시즌2는 7부작으로 압축했다.
담아낸 이야기는 많은데 시간은 짧아졌다는 것은 그만큼 속도감이 붙었다는 의미기도 하다.
주제 의식도 보다 선명해졌다. 인간성을 믿는 기훈과 이를 불신하는 프론트맨이 대립하고, 상대의 신념을 꺾기 위해 맞붙는다.
예고 영상 속 기훈은 "난 그 게임을 멈추려는 거야", "이 게임을 만든 놈들과 싸워야 한다", "이번에는 다 같이 나가려고"라는 대사로 목표 지점을 뚜렷하게 드러낸다.
시즌1과 너무 비슷하지도 않되 생소하지는 않도록 음악과 미술 면에서 신경을 많이 썼다고 제작진은 설명했다.
황동혁 감독은 9일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익숙한 공간을 식상하지 않게 변형시키고, 음악도 '오징어 게임' 시그니처(상징) 곡을 편곡해서 새 느낌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오징어 게임 2'는 벌써 평단의 호평을 받고 있다.
내년 1월 5일 열리는 골든글로브 시상식 최우수 TV 드라마상 후보에도 지명됐다. 아직 방영되지 않은 작품이 시상식 후보에 오른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골든글로브 심사단 등 일부 평론가에게만 제한적으로 영상이 공개됐고, 평론가들은 소셜미디어(SNS)에 짤막하게 좋은 평가를 내놓았다.
애슐리 허스트는 "'오징어 게임2'는 넷플릭스에서 가장 인기 있는 TV쇼의 눈부신 귀환"이라며 "깜짝 놀랄 만한 액션 시퀀스가 많아서 기다릴 가치가 있다"고 평했고, 아유시 샤르마는 "긴장감을 고조시키기면서 인간 심리에 깊숙이 파고드는 걸작"이라고 했다.
업계에서는 '오징어 게임2'를 기대와 우려가 뒤섞인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
단순히 보면 콘텐츠 업계의 경쟁작이지만, 또 동시에 K-콘텐츠의 붐을 가져온 상징적인 작품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한 방송사 관계자는 "'오징어 게임2'가 잘 돼야 그 뒤로 K-드라마 전반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판 자체가 커질 수 있을 것"이라며 흥행에 실패하는 것보다는 잘 되는 것이 낫다는 입장을 밝혔다.
'오징어 게임2'가 행여 대박을 터뜨린다고 하더라도 타 플랫폼, 타 콘텐츠 시청 시간이 큰 타격을 받지는 않을 것이라는 기대도 엿보인다.
한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관계자는 "OTT의 경우 '올 오어 낫씽'(양자택일) 경쟁이 될 수밖에 없는 과거 방송사의 동시간대 콘텐츠 경쟁과는 다르다"며 "'오징어 게임2'를 기대하는 시청자라면 하루에 다 몰아서 7부작을 다 보고, 그 뒤로는 또 새로운 콘텐츠, 다른 OTT를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heev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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